비뚤어질테다 - 비뚤어지고 싶은 그대에게 책, check, 책

 

 

시나가와히로시, <비뚤어질테다>, 씨네21북스, 2008

 

마음껏 비뚤어질테다!

살다보면 비뚤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월급이 제 때 안 나오거나,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을 때,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다. 난 그저 열심히 살았는데, 물론 가끔 나쁜 짓도 했겠지만, 이토록 세상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니 않다니.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는 옛말도 있다. 오는 게 없는데, 세상이 바라는 대로 살아줄 필요는 또 무엇인가. 문득 궁금해진다. 어떻게 하면 비뚤어지는 거지? 또 정작 비뚤게 살면 어떨까. 그게 궁금해 뽑아 든 책이 <비뚤어질테다>. 불량스런 차림의 건방진 눈빛까지, 왠지 해답을 찾을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히로시. 단지 삐뚤어지고 싶다는 충동으로 사립 중학교에서 공립 중학교로 이사를 간다. 그런데 하필이면 전학 간 그곳에 ‘불량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고마에기타 중학교. 이 학교 불량학생들은 소수의 인원으로 자신들의 ‘불량한’ 명예를 지키고자 곱절의 노력을 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생활지도 선생님은 다쓰야, 모리키, 미친개 등의 이름을 호명하며, 가까워지지 말 것을 경고한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거나 뛰어 넘지 않으면, 전학까지 한 보람이 없지 않는가. 

운명의 시간은 빨리 찾아왔다. 개학 첫날 불량학생들은 빨간 머리의 전학을 불러내 신고식을 치른다. 긴장한 히로시의 눈앞에 있는 녀석은 아침에 봤던, 스쿠터로 학생을 깔아뭉개던 다쓰야이다. 그가 어려서 유도와 가라데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다. 앞이 깜깜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질 수 없지. 히로시는 과감히 자신의 손등에 ‘담배빵’ 퍼레이드를 선보이고, 일행 중 가장 약한 녀석을 꺾어 다쓰야의 친구(혹은 ‘꼬봉’)가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비뚤어진 학창생활이 시작된다. 타 학교와 자존심을 건 싸움을 하고, 술과 담배를 만끽하며, 경찰에게 ‘똥 풍선’을 날리기도 한다.

히로시는 비뚤어지는 과정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쾌감을 느낀다. 소설이나 만화, 성룡 영화를 보면서 상상만 했던 액션 쾌감. 이제는 리얼이다. 때릴 때는 물론 맞을 때도 그렇다. 타 학교의 강자인 아카기와 붙었을 때 히로시는 말 그대로 죽도록 맞는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바닥을 체험하면서, 비뚤어짐의 끝을 맛본다. 이는 사회에 억눌린 자들이 싸움을 하면서, 피투성이가 되면서, 쾌감을 얻는 영화 <파이트 클럽>과 유사하다. 

아카기는 히로시를 올라타고 주먹을 퍼부었다. 모리키가 말려 주기를 원했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아카기의 소나기 펀치를 맞으며 “아, 이젠 죽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때 겨우 모리키가 끼어들었다. 히로시는 모로 누워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부어오른 얼굴에 눈송이가 떨어지자 기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눈에 쌓인 눈에 피가 떨어졌다. 빙수에 딸기 시럽을 얹은 듯 했다.(p218)

학교도 안 가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고, 불량 생활은 마냥 즐거운 듯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히로시는 자신이 단순히 ‘다쓰야의 꼬봉’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히로시는 다쓰야의 선택에 한 번도 ‘노(No)’를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사라지고 ‘비뚤어짐’만 남은 비운의 주객전도. 특히 다쓰야의 여자친구였던 미유키와 만남에서 그 고민은 절정을 맞는다. 히로시가 친구의 친구를 좋아해도 될까 고민하는 가운데 ‘나 질렸어. 너 가져’식의 다쓰야의 반응은 불쾌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말로 할 수 없는 가엾은 히로시의 신세.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히로시는 이것이 자신이 꿈꾸던 삶인가에 고민한다. 전학 오기 전 상상했던 불량한 짓을 다했지만 채워지지 않은 마음 속 빈자리가 있다. 이는 정형화된 학생생활처럼, 비뚤어진 삶 또한 누군가에 의해 정형화됐기 때문이 아닐까. 주체적 비뚤어짐이 아닌, 과시하기 위한 수동적인 비뚤어짐. 이제 히로시는 자신만의 비뚤어짐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히로시만의 비뚤어진 삶을 위하여. 

<비뚤어질테다>의 작가 시나가와 히로시는 일본에서 배우, 개그맨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학생 건달들의 삶을 다룬 만화 <비밥 하이스쿨>에 심취해 불량스런 청소년기를 보낸 그가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소설이 <비뚤어질테다>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는 불량학생들의 생생한 에피소드는 물론 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묻어난다. 쉽게 읽히면서도 종국에는 그들과 동화돼 새로운 삶으로의 여행을 충동하는 것이 소설의 매력이다. 작가가 직접 감독, 각본을 맡아 영화화 한다고 하니, 스크린 속 히로시의 모습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