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3집 음반을 내고 3개월이 지났네요. 인터뷰 시기가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뭐, 다른 뮤지션을 인터뷰 할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 와중에 발표된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 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이 컴필레이션 앨범의 첫 번째 곡은 이한철씨와 박새별양이 함께 부른 듀엣송입니다. 남다릅니다. 지금까지 발표했던 이한철의 음악과 남다릅니다. 들으면서도 어라? 이런 듀엣송 괜찮은데? 하면서 수십 번 리플레이 했으니 말입니다. 남다름을 넘어 곡에 대한 애정이 싹텄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래서 부랴부랴 그와 연락 했습니다.
그와 만난 시간은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어떤 말로 시작을 할까 고민하다가, 반갑게 얼굴 마주치고 대뜸! 물어본 질문이 이랬습니다.
이제 5월이잖아요. 제 경우에는 5월이 제일 바쁜 거 같아요. 겨우내 움츠려있던 행사들이 4월부터 시작해서 5월이면 꽃이 피듯 생기거든요. 무슨무슨 축제, 대학축제도 있고.
영화제도 있고요?
네, 영화제도 있고, 그래서 얼마 전에 전주도 다녀왔고. 공연하는 걸 좋아해서 공연 스케줄이 많아요. 단독 콘서트는 2월말, 4월말 두 번 했는데, 이제 단독으로 할 공연은 6월에 있고, 5월은 여러 팀들이랑 같이 하는 공연이 있어요. 민트페스타(http://www.mintpaper.com)도 5월 24일에 있고 15일에도 인디루트(Indie Root Festa)라고 인디밴드끼리 모여 하는 페스티벌도 있고요. 그 외에는 뭐, 서울광장에서 하는 공연? 다양한 형태로 공연이 많기 때문에 그런 공연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시는 팬층은 이한철 씨 팬과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기 위한 팬들이 어우러져 있겠네요.
저는 그런 팬들이 많은 거 같아요. 추종자라고 해야 하나. 그런 소수가 있고 넓은 저변의 팬들도 있고요. 무인도 갈 때 가수 한 명 데리고 가라 하면 이한철을 데리고 갈 사람은 소수고, 오히려 많은 분들이 언제든지 내가 우울하고 신나게 공연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가고 싶은 뮤지션으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딜 가도 노래 좀 적당히 따라 불러주고 내가 노래할 때 부탁하면 율동 따라 해주시고, 그런 팬들이 다양하게 있는 거 같아요. 요새는 나이 있으신 어르신들도 공연에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세요. 지난달에 서울역사박물관이라고. 거기 종로 쪽에 있잖아요. 서대문 쪽에 있는 거. 박물관에서 공연을 했는데, 주로 관객층이 4,50대 분들. 아니면 부모님과 아이. 뭐 그런 관객층이었거든요. 근데 진짜 관객이 4,500명 됐는데, 마치 동호회 모임 하는 것처럼 무대 쪽이건, 관객석 쪽이건 공연이 정말 재미있게 진행이 됐던 거 같아요. 애매한 거 시켜도 다 따라 해주시고. 하하
그럼 같이 공연했던 뮤지션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서울역사 박물관에서는 혼자 했고, 서울광장에서 지난주에 했던 거는 저랑 이문세 형님, 홍서범 형님네 밴드가 같이 했었고. “남과 여” 할 때는 박새별 씨, 요조, 윈디시티 팀들과 같이 했고. 또 민트페스타는 이번에 ‘아마도 이자람 밴드’, 이장혁 씨하고 하고, 공연의 형식도 밴드가 기본이긴 하지만, 8인조로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에다가 트럼펫, 트럼본, 섹소폰 해서 하는 경우도 있고. 클럽에서는 5인조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오늘 라디오에서는 퍼커션하고 건반만 가지고 어쿠스틱 있잖아요. 소규모아카시아 스타일로 하기도 하고. 편곡을 다양하게 하니까. 이럴 때는 이런 분위기로 하고.
내가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 하면 그 세션들이 세팅이 되는 건가요?
거의 같은 사람이고, 공통분모가 되는 3명? 5명? 이 있는데. 처음에도 말했지만, 공연하는 걸 좋아하니까 공연을 보여주는 형식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요.
이한철은 욕심쟁이 우후훗!
욕심이 많으신 거 같아요. 예전에 음반을 발매할 때도 여러 장르 하시고 프로젝트, 솔로, 그룹 활동도 하시고.
네, 호기심이 많은 거 같아요. 여행 다니는 것도 아, 저기는 사람들 어떻게 살까. 책에서 보면 실제로 가면 어떨까. 음악도 마찬가지로 아, 이런 음악 내가 해보면 어떨까. 근데 처음 시도하는 뭔가를 주춤할 수 있잖아요 저는 완벽하게 프로덕트 된 음악을 짠하고 보여주는 것보다 그런 음악을 이한철화 시키는 프로세싱 과정에서의 발매되는 노래, 공연. 그런 것도 재미나더라고요. 시도하는 과정 자체를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앨범 발표하기 전에 콘서트에서 먼저 들려주고 하는 그런 것처럼?
그런 경험들이 앨범에 묻어나면 연주가 자연스러워 지는 것도 있고. 단점은 녹음할 때 이게 신곡인데 베스트 앨범 녹음하는 건가? 이번에도 앨범 녹음하는데 ‘안아주세요’ 노래가 있거든요. 그게 2006년 여름부터 공연하고 다녔어요. 지금 타이틀곡인데 멤버들이 “형, 이거 지난번에 녹음 한번 하지 않았어요?” 하고 물어볼 정도로.
근데 이미 신곡들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앨범에 없기 때문에 이전 곡들만 하는 게, ‘짠’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굳이 댐 물 막듯이 막아놓을 필욘 없는 거 같아요. 그 과정 자체를 팬들과 공유하고 또 공연에서 현장감 때문에 노래가 수정되는 경우도 있고, 바뀌는 경우도 있고, 첨가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그렇게 공연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곳저곳을 다니실 텐데. 부산도 가고, 이번에 전주도 가시고, 일전 인터뷰 당시에는 일본의 후쿠오카까지 저변을 넓혔다 했습니다. 그때 말로는 후쿠오카를 발판으로 오사카 도쿄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했는데, 혹시 지금은 어디까지 가셨나요?
후쿠오카 공연 하고서는 작년에 오키나와 하고 대만 공연을 한번 했었고요. 참 쉽지 않은 게 그렇게 투어를 가는 게 문화교류 행사의 일부분으로 가는 거라서. 진짜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가 한국에 와서 공연 하듯 그런 식의 투어를 하려면 제가 많이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런 시스템도 개발이 돼야 하고 그런 여러 가지 숙제들이 있어요. 어쨌든 아티스트들에게 제일 행복한 모습은 공연이잖아요. 외국밴드들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전부 투어 스케줄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중에 ‘마누차오(Jose Manuel Thomas Arthur Chao)’ 라고 있어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사람인데, 스페인어로 노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사람이 남미 여행을 하면서 여행 중에 만든 곡으로 앨범을 냈어요. 글란데스티노 라는 앨범인데 그 앨범 나오고서 빅히트가 됐어요. 스페인어는 남미 전체가 스페인어를 쓰니까 시장이 되게 넓데요. 라이브 앨범이 나와서 딱 봤는데, 앨범 속지가 다 투어 스케줄. 남미 에콰도르, 칠레, 산티아고… 그게 가장 큰 행복이고 목표인 거 같아요.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금까지는 잔류스타였는데, 이제는 한류스타로 거듭나겠다” 했었죠. 근데 지금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그럼 그런 제의가 안 들어오나요.
힘들죠.(웃음)
아니면 페스티벌이라도?
네, 그런 경우도 있어요. 태국 페스티벌도 큰 게 많아요. 그래서 간접적으로 타진도 해보고 했는데, 쉽진 않더라고요. 대부분 외국 페스티벌이 그래요. 다 레이블마다 외국 페스티벌에 내보내고 싶은데, 여러 가지 경비도 소요되고 그러니까. 대신에 소극적인 투어겠지만, 여행갈 때 항상 기타 가져가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쿠바 여행할 때도. 길에서 관광객들 상대로 할아버지들이 기타, 퍼커션 연주해요. 할아버지 5분이. 나도 한국에서 왔는데, 기타 가지고 왔다. 내 불독맨션 노래 중에서 ‘눈물의 차차’ 라고 있거든요. 그게 차차 리듬인데, 차차 리듬이 쿠바 전통 리듬이에요. 그거 불러줬죠. 그랬더니 자기들끼리 “이거 차차리듬이야, 얘가 이런 걸 해” 하면서 그렇게 소극적으로 투어를 하죠. 스페인도 그렇게 다녔고, …목표입니다. 월드투어 하는 게.
여행은, 상상은 나의 힘
제일 기억에 남는 나라가 있나요?
가장 최근에 갔던 쿠바가 진짜 좋은 거 같아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처럼?
그 부에나 비스타 소셜 시작 할 때 방파제 있잖아요. 그게 진짜 예술이더라고요. 일단 쿠바의 다양한 리듬의 음악들, 춤. 음, 그리고 거기가 미국의 봉쇄정책 때문인지 건물들이 다 낡았어요. 껍질 다 벗겨지고, 겨우 나무로 부목 대고. 근데 그거 보면 진짜 옛날 시대로 되돌아 간 듯한 빈티지한 느낌이에요. 자동차도 전부 50년대 차, 제임스 딘 영화에 나오는. 딱 타보면 철판 안쪽이 다 녹슬었어요 쿠션 그런 거 없어. 근데 그런 거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사람들도 공산주의라서 첨에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치안도 좋고. 관광수입이 외화를 벌 수 있는 유일한 수입이에요. 시골로 가면 너무 좋고. 그리고 카리브해 미녀들. 햐. 오우 뭐, …훌륭하죠.
살짝 후회하시겠어요. 너무 일찍 결혼해서.
하하하, 그건 아니고 눈이 즐겁잖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았어요. 쿠바 시가. 몬테크리스토, 코히바.
명탐정 차차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그거요?
네, 맞아요. 그때는 막연하게 동경만 했는데 실제 가니까 몬테크리스토 팔고 있고, 눈물의 차차도 차차 리듬이 실제 들리고. 정말 원하는 음악을 실현하는 느낌.
정말 남미 생활을 동경하시네요.
지금도 계속 책을 읽고 있거든요. (손을 쫙 펴 보이며) 이 정도 두께 되는 남미 여행 책. 쿠바 책도 다 샀어요. 예전에 여행할 때 무턱대고 떠나자. 가이드북에 짜여진 대로 가면 재미없으니까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야지. 그래서 이번에 쿠바 책 대 여섯 권 가져갔어요. 그리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에피소드들도 있더라고요. 요즘에도 남미여행 박민우가 쓰는 사백 몇 십일 동안. 그 사람도 길에서 얼핏 지나가다 만났어요. “혹시 이한철 씨? 어어, 박민우 씨?” 해서 인연이 돼서. 하튼 그 친구도 말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카페에 앉아서 3시간. 남자 둘이서 3시간! 그 책을 지금 읽고 있거든요. 지금 멕시코에서 시작해서 과테말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까지 내려왔어요. 어제도 그저께도 울산 갔다 오는데 차가 달리고 있잖아요. 매니저 운전하고, 나 책 보면서 ‘난 지금 울산 가는 게 아니라 리오 데 자네이루를 가고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해요.
음악도 그런 스타일로 틀어놓고요?
하하하, 네, 그런 거 틀어놓고
그러면 남미 쪽에 대해서 잘 아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음악도 잘 아시고. 그쪽에 관련된 에세이나 책을 직접 쓰시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아이고, 제가 뭐.
아니면 다큐멘터리 그런 거 가시는 것도?
아, 정말 가고 싶어요. 세계테마여행. 여행, 책, 다큐멘터리, 인터넷에서 나오는 여행 정보들. 각종 항공권들, 그런 거 보는 게 일상이에요. 음악 빼고 가장 큰 취미. 여행 관련 다양한 것들.
노래 가사도 보면 필력이 좋으세요. 에세이나 음악에 관련된 걸 해보시면 어떨까요?
기회가 된다면. 누가 시켜준다면 한번 해볼까.
아,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오면요?
사실은 하자는 곳이 있었는데, 여행 에세이. 요새 너무 많이 나오니까 선뜻 하기가… 그래서 앨범 내고 생각하자 하고 말았죠. 정재형씨 같은 경우도 “파리스 토크(Paris Talk)” 내면서 활동하는 것도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책 얼마나 꼼꼼해요. 정말 작은 폰트로 그 책을 채우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개미의 발과 베짱이의 손
아, 이런. 후쿠오카 얘기하다가 파리까지 왔네요.
여행 얘기만 나오면 샬라샬라, 불라불라 하는 거 같아요. 다른 거보다 그걸 제일 하고 싶어요. 공중파 뉴스데스크를 시켜준다 해도 여행이 좋은 거 같아요. 대통령보다 좋은 거 같아요.
인디 음악들을 들어보면 인디 시절의 고충이 배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장기하 씨의 싸구려 커피 같은 노랫말처럼. 제가 느끼기에는 이한철 씨의 음악은 고충보다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의 즐거움만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전 개미의 발과 베짱이의 손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하나. 베짱이처럼 보이지만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진짜 노력한 거 같아요. 단 즐기면서.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우울하고 찌들어 보이지 않았던 거 같아요. 저 역시도 우울하고 불안하고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죠. 그런 음악을 실제로 많이 만들었는데, 이상하게 발표 할 때는 긍정적이고 밝은 곡들로 발표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것도 오랜 기간 음반을 내면서 생긴 버릇이겠죠. 혼자 듣는 그런 음악은 있어요. 사람들하고 공유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이소라 씨 음반 세 장에 제 곡을 드렸어요. 그런 곡들은 다 어둡고 우울한 면들. 최근에 나온 ‘트랙 8’ 같은 경우도.
솔직히 이한철 씨의 곡이라 해서 놀랐어요.
그래서 소라 누나가 앨범 속지에 써놓고 놀렸죠. 이런 곡을 아침에 만든다고. 아침에 일어나서 만든다고.
아침에 곡이 잘 만들어지세요?
네네, 오전시간에. 물론 밤에도 곡을 만들긴 만드는데, 낮 시간에 더 기운을 좋게 받는 거 같아요. 밤에 막 집중해서 술잔 기울이면서 ‘삘’받고 그런 느낌이 아니라, 슬픈 노래도 얘기하면서 흥얼거리다가 그렇게 가는 거 같아요. 곡을 만들 때 되게 빨리 만들어요. 평소에 산만한 편인데, 곡 만들 때는 그때 반짝 집중해서 만들고 해요.
곡을 만들면 뚝딱해서 만들고, 그게 혹시 자신의 천재성에 기인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하하, 그런 거 같진 않고요.
그럼 쌓아온 노하우?
네, 맞아요. 빨리 만들고 할 수 있는 게, 아까 말했던 개미의 발처럼. 많은 곡을 만드니까. 다양한 경우의 수에서 선택하는 거잖아요. ‘도’라는 계이름에서 ‘레’가 될 건지 ‘미’가 될 건지 고르는 거잖아요. 근데 곡을 많이 만드는 습관을 갖고 있으니까. 축적이 되어 있어서 어느 순간에 동물적으로 탁탁탁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자기의 틀에 매여서 나는 이런 식의 음악 밖에 못 만드는가 하는 그런 자괴감에 빠지지 않나요?
그래서 3집 내는 가수부터 대단하다 그래요.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3집 내기가 힘들어요. 1, 2집 때는 기타 만지면서 만든 곡을 소진 시킨 거거든요. 3집부터는 뭔가를 해야 하는 거죠. 그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팬이 들었을 때, 처음 듣는 곡인데 ‘아, 이건 이한철 음악이다’는 느낌이 생기는 게 3집 까진 괜찮은데, 4집 때도 그러면 또 이런 음악을 하네, 하고.
네, 참 모호한 게 같은 걸 하면 정체된 듯 보이고, 다른 걸 하면 변절한 듯 보이고, 그게 참 힘들다고 고민한 적이 몇 년 전에 있어요. 불독맨션 1집에서 2집 갈 때 좀 다르게 가니까 사람들이 당황하는 거죠. 거기에 ‘사랑은 구라파에서’ 뭐, 노래제목도 구리지 않아요? 라는 얘기도 들을 정도로. 이번에도 ‘차이나’ 라는 곡을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서양인이 동양을 보는 관점이 그런 류의 곡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분들은 “만날 차이나만 나와” 그런 거죠. 참 고민되는 부분인 거 같아요.
그런 소리에 영향 받으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내가 하는 음악인데 뭐 어때? 하는 스타일인가요?
후자가 정답인데 하다 보면 전자처럼 되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아티스트 자의식만 똘똘 뭉쳐서 하는 것도 안 되고.
그렇다고 영향을 안 받아버리면 여태껏 쌓아온 팬층이 다 날아가 버릴까 걱정도 될 것 같아요. 네티즌은 잘해도 까고 못해도 까고. 영향을 안 받기 힘들 거 같아요.
하하. 사실 이런 질문의 답을 몇 년 전에 고민 했었는데. 지금은 알면서도 못하지만, 그런 반응에 대해 솔깃한 부분들. 그거에 대한 답을 한대수 선배님이 주시더라고요. 어떤 잡지 인터뷰였는데, 저랑 나란히 앉아서 질문에 대해 한참 선배 뮤지션과 어린 뮤지션의 다른 답을 위한 테마였는데, 누굴 위해 음악하느냐? 는 질문이었어요. 저는 “나와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 전, 주고받는 걸 좋아하니까. 근데 이 어르신은 “나 자신을 위해 음악한다” 하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이기적인 음악?
네,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지나고 보니까 그게 맞는 말이더라고요.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어야지, 요새 이런 거 유행하니까, 아니면 지난번에 요걸로 해먹었으니까 또 해먹어야지. 하고 만들면 자기 자신한테 진실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거 같아요. 내가 감동받을 수 있는 음악. 그런 진리가 한대수 대선배님께 있더라고요.
음악은 스토리
일반적인 팬들이 생각하기에 이한철 씨 음악이 긍정적이거나 밝고. 특히나 슈퍼스타가 뜬 이후로는 이한철 씨의 이미지가 정형화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이미지가 부담스러운가요?
그 이미지가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어떤 사람을 이미지화 시키는 것도 싫다는 느낌이 들어요. 요새는 정보가 많으니까. 이제 그 사람을 빨리 기억하고 싶으니까. 쟤는 늘 웃는 애, 쟤는 독설가, 뭐, 이런 식으로 사람을 기호화 시켜버리니까. 이미지 때문에 성공하는 뮤지션도 많지만. 싱어송라이터들은 겹겹이 쌓여진 음악 색깔이 있는데, 한가지로 규정시켜버렸다가 벗어나면 팬들이 당황해 하거든요. 옛날에는 음반을 사면 오래 듣잖아요. 나 고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용돈 잘 모으면 LP 3장, 4장 샀는데. 일주일을 그것만 듣는 거죠. 듣다 보면 ‘아, 이사람 가사에는 새가 많이 나오네’ 또 앨범 사진만 뚫어지게 보면 ‘아, 늘 이런 표정이구나’ 하고 사람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쟤는 그런 음악. 쟤는 늘 웃는 애, 하는 게 안타까운 게 있죠.
사실 슈퍼스타도 CF에서 발랄, 명랑으로 나와서 그렇지. 이 노래 자체는 잘 되지 못한, 그러니까 희망이 불투명한 야구선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위해서 만든 거거든요. 위로해 주는 음악인데, ‘주식회사’ 할 때 김현철 형은 그 느낌을 받았더라고요. 이 노래 참 울컥하는 노래라고.
이 노래도 그렇고, 예전에 연예인들을 위한 로고송도 지어주시고, ‘도은호의 사랑’도 그렇고 어느 인터뷰에서는 팬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시고. 그렇게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 때 멜로디가 떠오르시나요?
네, 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토리가 있잖아요. 아, 얘랑 처음 만났을 때 대학 진학 못해서 게임기 팔고, 서울 기차 타고 와서 뭐, 그런 스토리들이 생기잖아요. 그런 스토리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바뀌는 거 같아요.
그럼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람은 이런 멜로디, 저 사람은 저런 멜로디, 하고 떠오르는지?
사람마다 다르죠. 근데 화가가 그림 그리듯이 그런 게 아니라, 도은호의 사랑도 사실 놀리려고, 일본어도 못하는데 일본 사람한테 반해서… 웃기잖아요. 그때가 버드 락 콘서트라고 대학로에서 한 공연인데, 그 형이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형이거든요. 놀리려고 옆에서 하다가 만들어진 거예요. 그다지 심각하게 끌어내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나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져요.
예전에 손무현 씨랑 이한철 씨랑 노래 작곡 대결처럼 하는 프로도 괜찮았는데.
‘즐겨찾기’. 저도 그런 아이템이 참 좋은데. 그런데 예능프로에서 몇 분 안에 재밋거리가 터져야 하고, 또 곡은 만들어야 하고, 그런 제약을 다 헤쳐내고 오래 살아남는 프로가 없는 거 같아요. 그거 참 재미있었는데. 그리고 그 프로가 힘들었던 게 그 사람을 위해 곡을 만들다가도 그 날의 토크가 “이 사람은 록커, 키도 크고 평소에 락도 좋아하고 하니까” 근데 얘기가 트로트로 가는 거야. 그럼 생각해놓은 게 다 바꿔야지. 드럼, 베이스, 다 편곡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럼 그렇게 도전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취감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그런 거 같아요. 무언가를 도전하는 거. 영화음악도 비슷한 거 같아요. 음악은 정답이 없는데, 영화음악은 장면에서 음악이 잘 붙을 때가 있더라고요. 영화음악이 최후반 작업이기 때문에 여유를 안 줘요. 근데 슬픔 장면에서 세 가지 테마를 만들어서 이거 저거 붙였다가 딱 들어맞을 때. 스타완성곡도 마찬가지로 문소리 씨 꺼 할 때. 이름이 문소리니까 문소리로 끼이익~ 쿵, 찰칵, 쾅! 이걸로 했을 때 그분이 놀라면서 기뻐하고. 처음에 인터뷰 장소에 들어오잖아요. 그럼 인사하고 리포팅 할 사람이다, 얘기할 때는 그냥 그런 반응이다가 그 노래 틀어주면 기분이 확 좋아진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에 영향을 받은 독자를 보면 행복해 한다고 하던데. 이한철 씨는 자신의 음악을 들려줬을 때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길 원하시나요?
일단 제가 곡을 만들었을 때의 감성을 느끼는 게 답은 아니겠죠. 근데 ‘슈퍼스타’를 김현철 형이 듣고 제가 곡을 만들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얘기했을 때 맞아떨어지는 거. 지금도 팬과 가수의 관계로 잘 지내고 잇는데. 제가 솔로 2집이 97년 겨울인가, 96년 말인가 나왔는데. 그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화인터뷰를 했어요. 걔가 중학교 2학년 박 아무개라는 얜데, 나는 스물 한 다섯, 여섯? 이런 때였어요. 그 앨범에 있는 곡이 8곡 됐는데, 제가 만들었을 때 감성을 얘기하는 거예요. 딱딱. 깜짝 놀랐죠. 나중에는 팬클럽 만들어지고 거기 오고 얼굴도 보고, 얼마 전 서울역사박물관에도 왔었죠. 2월 콘서트 때도 왔었고.
그럼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나이이겠어요.
지금은 대학원, 아 대학원 졸업을 했던가? 아무튼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면 기분 좋고 반가운 느낌이 있죠.
혹시 이한철 씨 음악을 듣고 행동의 변화를 느낀 팬은 없나요?
미니홈피의 방명록인 경우가 많은데, 자기 임용고시 준비하는데, 되게 힘들 때 이 노래로 많이 희망을 얻었어요, 지금은 시험 붙어서 기분 좋아요. 가까운 공연 때 꼭 갈게요. 그런 친구도 있고 지방에 사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대학을 서울로 가서 아저씨 공연을 많이 보고 싶다고 얘기한 친구도 있었어요.
아, 미니홈피도 다 관리하시나요?
글들은 자주 보는데, 사진이나 글은 자주 올리지 못해요. 간단하게 미니홈피 첫 화면에 프로필처럼 적는 거 있잖아요. 그런 거 좀 바꾸고. 방명록에 올라오는 글들 좀 보고.
여 가수들과의 호흡
최근 남과 여 컴필레이션에서 박새별 씨랑 듀엣은 처음이었는데, 이 듀엣 음악이 참 괜찮더라고요.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런 느낌. 혹시 혼성 듀오는 생각을 해보셨는지? 지금껏 다 해보셨잖아요. 그룹, 프로젝트, 솔로…
하하, 그렇네. 재미있을 거 같아요. 이번에 작업해보니까 좋더라고요. 여성 뮤지션과 처음 듀엣이었는데, 신인가수지만 노래 실력도 좋고, 사람도 매력적인 그런 분위기 있는 사람이어서 좋았던 거 같고. 전 박정현 씨 되게 좋아하거든요. 노래 잘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사람도 너무 좋고 시원시원한 느낌. 또 노래할 때 표정도 말하듯이 얘기하듯이 하는 게 너무 좋아서 기회가 되면 박정현 씨와 콜라보레이션 해봤으면 좋겠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여성과 듀엣으로 해보고 싶어요.
그럼 ‘이런 글은 꼭 곡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되는 글이 있으신지요?
아, 기형도 시인 올해가 돌아가신 지 20년 됐잖아요. 그래서 시집을 꺼내서 보다가 맨 마지막에 엄마걱정이라는 시가 있어요. 그 느낌. 유재하 씨 음반에 맨 마지막 트랙을 들은 느낌. 더 이상의 컨티뉴가 없는 마지막 싱글. 그 기분에 만든 곡이 있어요. 그냥 혼자 들으려고 만든 곡. 근데 그 노래는 진짜 확 울컥하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어요.
일전 인터뷰에서 보니까 따로 슬픈 곡들 모아서 “이한철 소품집” 해서 ‘이한철 새드송’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요. 3집 음반 나온 지 얼마 안됐으니까. 나중에 스페셜한 앨범을 내야겠다 준비 중인데. 다음이 될 지 다다음이 될 지 아직 모르겠어요..
슬픈 음악을 노래하는 이한철. 가사도 현재는 긍정적인데, 이걸 비관적으로 인생의 회의가 느껴지는 가사. 혹시 쓰신 적이 있나요?
없죠. 가장 그랬던 거는 불독맨션 ep에 있는 노래, “99” 그 곡이 좀 음악 계속 할 수 있을까 절박한 마음에 만들었어요.
프로듀서로서의 재능도 탁월하신 듯 해요. 이소라 씨의 ‘8번 트랙’이 이한철 씨 곡이라는 게 참 놀라웠거든요.
그것도 그렇지만, 소라 누나가 저한테 그런 곡을 부탁한 것도 놀라워요. 어떻게 나한테 그런 감성이 있는 걸 알았을까.
이소라 씨의 7집 음반 타이틀곡인 ‘8번 트랙’을 들어보세요. 평소 들어보았던 이한철 씨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향기가 풍깁니다.
이한철의 키워드, '음악 여행'
지금까지 ‘불독맨션’, ‘하이스쿨 센세이션’, ‘주식회사’, 솔로, 프로젝트 등 ‘아, 이게 딱 나의 음악상이다’라고 느끼신 게 있으신지?
가장 좋은 건 솔로인 거 같아요. 주변에 훌륭한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내 이름으로 음반 내는 게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인 거 같고. 다시는 해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음반은 불독맨션 1, 2집인 거 같아요. 그 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만들 수 있는 음반인 거 같아요.
앞으로 솔로는 계속?
아까 말했던 스페셜한 음반이나. 써놓은 곡이 많아요.
정말 다작하시네요!
저도 맨날 듣고 다니는데, 차에 MP3 플레이어에 담아 가지고 ‘요건 언제 내지?’ 하면서 ‘요건 요렇게 묶으면 되겠다’ 하고.
그럼 아내는 음악적 영향을 주시나요?
영향은 별로 안 주는데. 대부분의 곡은 다 알고 있죠. 그리고 어느 폴더에 저장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이런 거 저런 거 해봐” 뭐, 그런 건 없어요.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시는 건가요?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너무 도움 줘서 그런 거보다 지금처럼 방관자인 듯 있다가 한 번씩 던져주는 말들이 더 고맙고 편한 거 같아요. 집에서까지 내가 나가야 할 음악에 대해 토론하고.. 아침 밥 먹으면서… 으, 얼마나 힘들겠어요. 집에서의 생활도 있으니까.
예전 인터뷰에서 봤는데 영화음악을 무척 하고 싶으셨다고, 그 후에 <색즉시공 시즌 2>를 하셨는데 만족하셨나요?
기간이 짧았고, 처음이라서 실수인 채로 영화에도 음반에도 실린 게 있어요. ‘이거야’ 하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아쉬움이 좀 있고. 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작업하는 과정은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아요. 두 달 동안 했는데, 눈 뜨면 이거하고 눈 뜨면 이거하고.
영화의 토씨 하나까지 다 기억하는?
네, 나중엔 다 외우고, 편집하면서 음악 깔면서 하면 대사가 같이 입에서 나오는 수준까지.
그럼 차후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또 하실 건가요?
인디영화 음악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색깔이 확실히 있는. 이건 신나야 하고 눈물 흘려야 되고 그런 게 있는데. 정말 색이 뚜렷한 거 있잖아요. 눈물, 분위기. 뭐 그런 거.
영화제 자주 다니시면 영화 보면서 이 영화에는 내 이 곡 이 들어가면 좋을 거 같은데 하고 느낀 적은 없는지?
네, 그런 적은 없어요. 훌륭한 영화음악은, 영화를 다 봤는데 음악은 생각 안 나고 스토리에 빠져들게 한 그런 음악. 무색무취.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의 스토리와 영상의 색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어떨 때는 거치적거리게 느껴지는 부분 있잖아요. 간혹 가다가 ‘음악이 튄다’라고 느껴지는 그런. 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또라는 멕시코 출신 감독이 있어요. <21g>, <바벨> 이런 거 연출한 사람인데, 그 음악하는 사람도 음악 되게 잘하더라고요. 음악에 구에엥~ 쿠에엥~ 구에엥~ 쿠에엥~ 뭐, 그런 거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장면의 퀭한 느낌과 딱!
아, 궹하고 퀭한 장면이라서요?
아, 그래서 그랬나? 아무튼 그 장면 되게 멋있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이한철을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음악 시작하고 나서는 음악 여행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다양한 장르를 여행 다니듯이. 음악하는 형태도 두 명이서 다니다가 네 명이서 다니다가 나중에 정착할 수도 있고, 끊임없이 떠돌 수도 있겠지만,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고 해본다는 거. 그게 재미있는 거 같고. 저한테 음악할 수 있는 원동력. 에너지를 주는 공급원인 거 같아요. 새로운 게 있다는 게. 가볼 새로운 여행지가 있다는 것처럼.
그럼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요?
만들어 놓은 게 몇 개 있었어요. 약간 모로코 스타일의 테마들, 알제리, 중동 문화도 있고 아프리카도 있고, 그런 테마가 있었어요. 완전 플라멩고 같은 것도 있었고. 이번 앨범에 세비야도 있는데, 너무 균형이 그쪽으로 가는 듯 해서 뺐던 곡들. 아프리카 리듬의 곡들도 많이 듣는데. 또 오늘 서울재즈페스티벌 같이 보는 친구들이 월드뮤직 동호회 친구들이에요. 동호회 가면 진짜 재미있는 사람 많아요. 폴리네시아 음악들. 막 CD 가져와서. 어디서 가져오는지 “여행가서 샀다” 그러고. ‘파엘라(Paela)’라는 동호회인데, 재미있어요. 매월 두 번째 주 토요일 음악 감상회 해요.
한 달에 한 번씩 음악 감상회라니. 참 좋은 취지를 가진 동호회입니다. 반디 고객분들도 한번쯤 들러보는 여유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2세 계획은?
아, 지금 노력하고는 있는데, 이번 여름에 놀러 갈 거거든요. 제 와이프가 초등학교 교사에요. 근데 얘기 낳으면 놀러 못 가겠지, 하면서 생각도 하고.
그럼 그 2세에게는 음악 교육을 시킬건가요? (핵심은 이거였습니다)
원하면. 뮤지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좋아요. 세상에 전혀 없는 걸 만드는 거잖아요. 파울 클레(Paul Klee)인가요? 화가이기도 하고, 미학자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것은 제2의 조물주, 창조자”. 그런 비슷한 느낌으로 인사동에 늘 계시는 시인 분인데, 아, 지금 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 하튼 그 분이 매일 술을 드시는데, 술 값 한 번도 안내고 매일 얻어먹는 거예요. 그래서 핀잔을 주면, “아이, 뭐 시 한 줄 도 못 쓰는 것들이…” 하면서 넉살 좋게 던지는 그런 모습들.
그는 자유롭게 방랑하는 영혼을 늘 동경합니다. 지금까지 말해온 얘기들도 그렇지만, 남은 얘기들 역시 소년이 어른을 꿈꾸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얘기합니다.
음악 여행, 존재를 그리는 그림
그럼 지금까지 읽으셨던 책 중에서 내 음악적 감수성에 영향을 많이 끼친 도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에 티베트 여행기도 좋았던 거 같아요. 제목이 <열병>(?) 여행기 쓰는 사람들 보면 여행기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잖아요. 내가 느낀 뭐 그런 거. 표현이 좀 애매한데. 그 사람. 박동식 씨. 사진작가면서 글도 쓰는. 사실적으로 잘 담아낸 여행기라서 좋아하고요. 또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그거 작가 이름이 생각 안 나네. 뭐뭐뭐뭐 겐지. 아 몰라요?
(갑작스레 툭 등장하신 가게 주인님의 한 마디) “마루야마 겐지”
아아, 맞아요.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시네요. 거기 주인공이 오토바이에요. 무정물이 주인공이에요. 내용이 운문적인 터치라고 해야 하나. 전 책보면서 줄을 긋거든요. 근데 줄을 계속 긋게 되는 거예요. 소설이지만 툭툭 던지 듯 쓴 그런.
그 문구 중에 쓰고 싶은 문구는 없었나요?
그런 건 없고 불독맨션 시절일 때 ‘스타걸’이라는 노래가 있었어요. 같은 이름의 성장소설이 있는데, 거기 등장하는 주인공이 스타걸이에요. 되게 엉뚱한 애인데, 그 소설 중에 “픽픽하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그게 좋아서 가사에 썼어요. 책 읽는 것도 대중없어요.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요. 여행기도.
여행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곽재구의 <포구기행>, 그리고 친구가 얼마 전에 추천해 준 리영희의 <대화>. 그것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한국 근대사를 대화식으로. 그걸 입문서적으로 다가가면 너무 어렵고 치우친 쪽으로 갈 수 있잖아요. 그거 괜찮은 거 같고. <녹색평론 선집> 단행본처럼 만들어진 것도 있는데 그것도. 아, 그리고 음악에 영향을 준 거는 <지식채널 E> 그 거 책이 두 권 나왔거든요.
이번에 4권까지 나왔어요.
진짜요? 아, 그렇구나. 전 2권까지 샀어요. 그거 보면서 어떤 테마에 대한 의문을 툭툭 던져주잖아요. 축구공에 얽힌 이야기들. 축구공 보면 개발도상국 혹은 저개발 후진국의 어린이들을 착취하는 수단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문젯거리들을 하나씩 던져줘요. 아직은 제 음악에 현실적인 사회의 문제들이 반영이 안 되고 있는데, 사실 이런 시대를 살면서 그게 무시될 순 없잖아요. 나도 지금 대통령의 정치나 사회적으로 신문에 나온 일들이 은연중에 음악에 드러나게 될 텐데. 그거로부터 도피하는, 순결할 음악만 하는 게 옳은 거는 아닌 거 같아요. 결국은 영향을 받게 될 거 같고. 그런 곡도 좀 쓰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
첫 여행지에서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길에 항상 바가지를 쓰는데. 그런 것처럼 하얀색 도화지에 나를 그려나가는 느낌. 처음 아침을 먹으러 식당을 내려갔을 때의 느낌과 그 다음날, 마지막 날에 ‘나 집에 간다’ 했을 때의 그 느낌. 그 사람에게는 흰 도화지에 나라는 존재가 그려지는 느낌. 그렇게 하나의 풍경을 남기고 다른 여행지를 가는 느낌. 그런 게 좋아요.
음악으로만 들어서 알고 있던 ‘그’와 그의 전반적인 삶을 듣고 난 후의 ‘그’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그의 대변자이며, 꿈을 꾸게 만드는 초석입니다. 모쪼록 그의 음악에서 더욱 다양한 향내가 짙게 배어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글, 사진 - 음반MD 홍군 (bhoranga@bandinlunis.com)
그간 소식이 뜸했던 이한철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을 풀어낸 인터뷰 ‘이한철, 그의 지나간 한철’을 읽고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오늘의 책&음반 -이한철, 그의 지나간 한철’ 코너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1분께 이한철 싸인CD 5장을 드립니다.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가기] (※ 회원정보가 불확실할 시 배송이 어려울 수 있으니, 회원정보를 정확히 기입해 주세요.)
이한철 싸인CD 구성 (각 1장)
2009.02 이한철 – 순간의 기록
2007.12 색즉시공 시즌2 OST
2005.12 이한철 - Organic
2005.01 하이스쿨센세이션 - 충격고교(衝擊高敎)
2000.05 불독맨션 – Debut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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