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블로거, 책을 말하다

 


책의 형식에 맞추어 리뷰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됨을 알려드린다. 처음 진행하는 인터뷰라 미숙한 점이 많지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 주시길.

Q : 어쩌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A :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을 통해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강력하게 느끼고 잠시나마 시민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시민운동 중심에 박원순 변호사가 있었고, 인권변호사로서의 이력까지 더해서 막연하게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이 분이 시민운동으로 경력을 쌓고 정계로 진출하지 않을까 하는 불손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도 그저 시민운동이라는 한 우물만 파고 계시는 모습에 신뢰감을 느낀 것 같다. (훌륭한 정치인을 원하면서도 나는 훌륭한 분들이 정계로 나가는 건 반대한다는 묘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시민운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이 분의 개인사도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Q : 책날개의 박원순 변호사의 프로필을 보고 놀랐다는데?(박원순 변호사가 현재 전혀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라는 호칭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편의상 계속 사용하겠다.)
A : 좀 속물적인 이야기이지만, 박변호사의 학벌을 이번에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소위 KS마크라는 경기고-서울법대 출신이셨던 거다. (시위 참가 때문에 제적을 당해 서울대를 끝까지 다니지는 못하셨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위해 홀로 전력질주 해도 충분히 성공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셨는데,(요즘 다들 이걸 못해서 난리 아닌가.) 그걸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고 계셨으니 놀랄 만도 하지 않았겠는가.

3개월 동안 양말 한 번 벗지 않은 남자

Q : 책을 읽지 않았거나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달라.
A : 책이 제법 묵직하다. 몇 시간을 할애하여 읽은 책인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요약까지 하는 건 사실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귀찮다고 거절하면 박변호사가 말하는 '나눔'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다. 책을 읽었으면 실천적으로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혹시라도 박원순 변호사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박원순 변호사는 대한민국 시민운동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아마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중 하나쯤은 이름이라도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현재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계시지만, 과거에 그 분이 만들고 활동했던 단체들이다. 그러한 단체들을 통해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운동을 이끌고 계신 분이다.

많은 질문이 오간 인터뷰라 간단하게 요약하기는 좀 힘들지만, 편리하게 연대별로 요약할 수 있다. 시골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부터 대학 입학 후 사법시험 합격하고 검사로 잠시 활동한 이야기,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한 이야기,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한 이야기. 초반에는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사법 시험에 합격하고 짧은 검사 시절을 뒤로 한 채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될 때는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자 인권변호사이셨던 조영래 변호사로부터 많은 걸 배우셨다고 한다. 그 후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시민 운동에 전념하고 계신 관계로 당연히 시민운동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시민 운동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보람, 앞으로의 전망과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자세하게 진행된다.

Q : 혹시 읽으면서 사소하지만 진위가 의심되는 부분은 없는가?
A :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앞두고 3개월간 양말 한 번 안 벗고 공부했다는 이야기이다. 3일도 아니고 무려 3개월이다. 나중에 발바닥이 다 하얗게 떠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사실 원래 씻는 걸 몹시 싫어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웃음) 다른 하나는, 미국에 머무를 때 하버드 법대의 도서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가며 필요한 자료를 모두 복사하셨다는 이야기다. 일개 단과대 도서관이 뭐 그리 클까 싶지만 무려 7층짜리 도서관이란다. 상식적으로는 둘 다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이 분의 열정과 집요함과 집중력을 고려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닌 듯도 싶다.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사람

Q : 책 속에서 만난 박변호사는 어떤 분인가?
A : 사람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더니 맞는 말이다. 표지를 봐라. 허허 웃는 모습이 느긋한 동네 아저씨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면에는 무서울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가진 분이다. 과로사로 죽는 게 소원이라고 하실 정도다. 그 분 연세쯤 되면 일에 대한, 특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일이라면 서서히 권태를 느낄 법도 하건만 여전히 청년처럼 넘치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하고 계신다. 단지 일벌레 같은 열정만이 아니라 시민운동의 기본 토대가 되었던 인간의 선의를 믿는 긍정적인 마인드, 다른 이의 비판도 발전과 경계의 마음으로 수용할 줄 아는 포용력까지 보여주시니 인간적으로도 매우 호감이 간다. 그 바쁜 활동 중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여러 권의 책을 내실 만큼 성실함과 부지런함도 겸비하셨다. 한편 현장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담당하셔서 그런지 굉장히 실용적이고 세분화된 구체적인 사고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셔도 늘 대안을 언급하셨다. 이렇게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분들은 게으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대하지 않다. 아마 같이 일하는 분들이 결코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웃음)

Q : 시민운동에 대해서 뭘 좀 배웠는지?
A : 시민운동 하면 단순히 피켓 들고 시위하는 장면을 먼저 연상하게 되지만, 시민운동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한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들어 내고, 분야마다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능률적인 전략을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위한 수익성 구조 창출, 일반인들의 참여를 증진시키는 방안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공감이 간다. 시민단체의 운용 방식에도 기업적 기법이 도입되고,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위해 재미를 강조하는 점이 새로웠지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남이 쓰던 것도 사용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의 변화에서 보듯이 시민운동이 단순한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근본적인 사람들의 생활 철학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모든 희망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이 여전히 박봉(사실 그조차 포기해야 할 때도 많은)에 시달리는 시민운동가들의 헌신에 기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에 큰 빚을 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Q :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
A : 새겨들을 부분이 많아서 책 여기 저기에 포스트잇을 붙여 두었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자신을 한 번 바쳐보겠다는 야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Boys, Be Ambitious'는 아주 고전적인 문장이지만, 책에서 이 문장을 본 순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경이롭게 들렸다. 아마 중학교 영어 교과서 이후로는 거의 처음 듣는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요즘은 어떤 기성세대도 젊은이들에게 그런 말을 결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나를 두고 현실을 망각한 몽상가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문장이 한참 동안 귀에 쟁쟁 울린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Q :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은 없나?
A : 인터뷰어의 질문이 경직되고 식상해서 답변들도 별로 실속이 없다. 그러니 이 인터뷰는 대충 읽고 되도록이면 책을 직접 읽어보면 좋겠다. 책은 이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각자 배우고 느끼는 게 더 다양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에 치이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살기 좋게 바꾸는데 동참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회에서 산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에게 노력과 희생에 빚지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게 희망을 빚진 자의 최소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 예의를 배울 수 있다. 물론 거기서 더 발전할 수도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그로밋’님은?
책을 좋아하고 가끔은 책을 놓기도 하지만 결국 책으로 다시 돌아오는, 책 없이도 살 수 있지만 그래도 책 없는 세상은 매우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