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블로거, 책을 말하다

 

닉 혼비,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청어람미디어, 2009


사실 닉 혼비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영국 출신으로 저명한 작가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레드삭스의 광팬을 주제로 한 영화 ‘피버 피치’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원작의 소재는 레드삭스가 아니라 아스날의 열혈 팬인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던가. 그 외에도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원제 ‘하이 피델리티’) 등의 소설로도 유명하다고 하는걸.

닉 혼비가 쓴 책 중에 영화화된 책이 무려 4권이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의 논픽션 데뷔작이었던 <피버 피치>는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직접 각색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닉 혼비의 여동생 질 혼비 역시 작가이며, 소설 <폼페이>와 <당신들의 조국>으로 유명한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가 닉 혼비의 처남이다. 마치 소설가 네트워크처럼 들리지 않는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런던스타일 책읽기’라는 제목이다. 본래 제목을 해석하자면 ‘완벽한 다음절의 법석’(The Complete Polysyllabic Spree)의 비교적 어려운 제목이다. 무려 세 번이나 닉 혼비의 책을 번역했다는 이나경 번역가와 청어람미디어 편집부의 멋진 제목 선정이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런던스타일의 책읽기는 어떤 책읽기라는 걸까? 런던에 사는 이들의 독특한 책읽기 방식이라도 있단 말인가? 온통 호기심으로 책을 펴들었다.

닉 혼비의 만만치 않은 내공

이 책은 작가 닉 혼비가 <빌리버>(Believer)라는 월간지에 2003년 9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실었던 독서칼럼을 그 모태로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빌리버>는 물론이고, 닉 혼비가 과연 언제까지 연재를 했었나 하는 것도 알아 봤다, 참 좋은 세상이다. 내 조사에 의하면 2008년 9월에 장장 5년간에 걸친 연재가 끝났다. 닉 혼비를 대신해서 <빌리버>지에서는 그레일 마커스라는 대중음악 평론가를 기용해서 음악칼럼을 연재하기로 했다고 한다.

상당히 대중적인 작품들을 발표해서, 영화화까지 되는 인기 작가인 닉 혼비의 책읽기는 우리 같은 독서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작가가 책을 읽는 건 당연한 일인진대 과연 그의 책 구매 방식이라든가, 책 구매 루트 아니면 산 책들은 다 읽는지 등등에 대한 시시콜콜한 궁금증들이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를 통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역시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이라 그런지, 책읽기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풀어 나가는 내공이 만만치 않다. 아, 허겁지겁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깜빡한 게 있는데,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들을 위한 경고가 하나 빠졌다. 충분히 자신의 책장을 늘릴 각오로 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할 것! 왜냐, 너무 재밌어 보이면서도 매력 넘치는 책들이 한 두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김탁환 선생의 독서열전을 통해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작가와의 공감, 흐뭇한 미소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느끼게 되는 가장 큰 희열은 바로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닉 혼비의 저술일 것이다. “아, 나도 그 책 읽었었지!” 이런 감탄사 한 마디가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몇 권 안 되는 그런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란 출신의 여류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였다. 비록 더 이상은 내 수중에 없지만 말이다.

아울러 닉 혼비가 나에게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 점 중의 하나는 작가 역시 한 달 동안에 읽는 책보다 항상 더 많은 책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빌리버>지에는 자신의 사거나 획득한 책의 일부분만을 기재했다고 하지 않는가.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유명한 작가도 그런다잖아’하는 광범위한 공범 의식이 나에게 흐뭇한 미소를 날려 주고 있었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책읽기의 즐거움

<빌리버>의 독서칼럼의 기원에 대해 닉 혼비는 영국신문인 ‘텔레그래프’를 통해 자신이 읽은 책이 또다시 다른 책들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에 행복했었다고 한다. 독서에는 아마 중독성과 더불어 전염성도 상존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또 빼놓을 수 없이 것이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로 하여금 어떤어떤 책을 읽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든 책의 제목들일 것이다.

무엇보다 닉 혼비의 선배 영국작가인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첫 번 째겠고, 그 다음으로는 미국 출신의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일 게다. 무려 13만 명이나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어쩌면 실존인물들을 그대로 차용했을지도 모르겠다) 디킨스의 경우야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1960년 이래 출간된 모든 논픽션 소설들의 아버지라 부를만하다는 카포티의 소설은 정말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 주었다.

제목부터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을 모방한 향기가 솔솔 피어나는 제스 월터의 <시티즌 빈스> 그리고 안토니 비버의 <스탈린그라드>(우리나라에서는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는 정말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옥의 티라고 한다면 닉 혼비가 리뷰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영어권 책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영어를 사용하는 작가이니 영어의 말맛을 가장 이해할 테니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권의 책들도 있을 텐데 점에서 너무나 아쉽다. 어쨌든 5년간의 북칼럼니스트 생활을 통해 이 책 외에도 두 권이나 더 책을 냈다고 하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다 있겠지만, 닉 혼비가 중점을 두는 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그래서 그는 어떤 책을 읽다가도 지루하다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하면 바로 책을 덮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의무적인 완독 때문에라도 일단 시작한 책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닉 혼비에게 한 수 배웠다. 그렇다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레삭매냐’님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 왔지만, 요즘처럼 책과 많이 시간을 보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책에 대해 욕심을 내게 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직장으로 오는 긴 출근길 전철에서 책읽기를 마다하지 않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