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리플라이의 "Road": 알파와 뚝심 반디 음악 광장

 

노 리플라이(No Reply), "Road", Mnet Media, 2009


노 리플라이(No Reply)의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백하는 날’이 MBC ‘스친소’에 등장하고 권순관이 김현철과 함께 작업하는 등 두 사내의 자잘한 행보 속에서 대략 ‘90년대의 감성을 지닌 홍대 앞 루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평판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선보인 데뷔작 “Road”

평판의 진위 여부는 첫 곡 ‘끝나지 않은 노래’에서 단박에 드러난다. 차분한 피아노로 시작하여 툭툭대는 드럼과 기타 백킹이 힘을 더하는, 버스(verse)와 코러스(chorus)와 브릿지(bridge)가 차곡차곡 쌓이는 정직한 팝의 공법. 코러스는 당연히 인상적인 훅이다. 머릿속은 어느새 토이(Toy)를 불러낸다. 예를 몇 가지 더 찾아보자. ‘그대 걷던 길’의 브릿지에서 권순관의 세심한 보컬은 이승환을, “그대 손을 붙잡던 버릇이 아직 남아서 주머니 속 내 손이 익숙해지질 않아”라는 가사는 윤종신을 불러낸다. ‘World’의 막판 콰이어(choir)가 이승환의 ‘가족’과 띠띠띠띠 점선 관계를 유지하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 아, 토이는 ‘흐릿해져’의 풋풋한 가사 “비슷한 이름을 들어도 좋아했던 음식을 먹어도...”에도 있다.

그럼 ‘90년대의 감성’ 말고 ‘홍대 앞’은 어디에 있나? 홍대 앞 뮤지션들은 영미 모던 록과 인디 록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거라는 편견을 들이댔을 때 ‘시야’와 ‘Violet Suit’ 등은 그 시선에 걸려든다. 콜드플레이(Coldplay), 킨(Keane), 벤 폴즈(Ben Folds) 등등이 저 멀리서 거미줄을 쏜다. 그런데 한 번 따져보자. ‘시야’의 인트로와 간주가 그렇게 느껴질지언정 “한참을 헤매던 끝없는 길가에...” 이 잊을 수 없는 멜로디는 거미줄에 걸려들지 않는다. 이건 1차적으로 곡을 쓴 권순관의 것이고 2차적으로는 곡을 종합해낸 두 사내의 것이다. 굳이 도식을 만들자면 ‘(가요+영미 록)+α’ 정도가 아닐까? 여기서 사실 알파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알파는 중요하다. 그게 개인적 차원의 것이든 홍대 앞이라는 지역적 차원의 것이든 “Road”의 감흥은 알파 없이는 설명 불가능하다.

노 리플라이가 국외보다 국내의 영향을 더 받았다는 건 들으면 들을수록 확인되지만, 그럴수록 알파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이를테면 “Road”는 이승환이나 토이가 듣곤 했던 ‘백화점식 구성’을 취하고 있지 않다. 이승환이 시도했던 록커빌리(Rockabilly)나 토이가 시도했던 트립합(Trip-Hop)을 기억한다면 본 앨범의 ‘오래전 그 멜로디’는 노 리플라이가 시도한 보사노바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오지랖으로 기억되는 앞의 2명과 달리 ‘오래 전 그 멜로디’는 “Road”의 연속되는 감흥을 끊어놓는 표피적인 장르 곡이다.

결국 “Road”의 감흥에서 팝의 공법이나 ‘World’의 콰이어는 어떤 설치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 설치 사이의 여백을 메우고 있는 건 노 리플라이 두 사내의 일관된 정서다. 바로 그 정서가 90년대를 원천으로 두고 있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경중을 따지자는 얘기다. 이승환의 “Cycle”과 “Hwantastic”은 어찌 보면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감흥은 하늘과 땅 차이다. 노 리플라이를 빛내주는 90년대는 방식 이외의 것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곁에 있는 또는 곁에 없는 연인에게 말을 걸고, 사방이 탁 트인 교차로에서 꿈과 길을 얘기하는 것. 노 리플라이는 이 스토리를 뚝심처럼 반복한다. 착하고 단순하고 유치하게 보이지만 노래를 입은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몇 번만 들으면 “한참을 헤매던 끝없는 길가에……”로 시작하는 ‘시야’의 후렴 전체와 “차가운 바람이 몸을 스쳐도……”로 시작하는 ‘World’의 두 번째 버스를 통째로 외우게 된다. 듣는 사람을 이 정도로 빨아들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흐릿해져’의 후렴도 금세 각인된다. 안타깝게도 일관된 스토리에서 비껴나 있는 ‘Fantasy Train’과 ‘Violet Suit’는 어쩔 수 없이 안 어울린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들리는 사운드의 합으로만 본다면 가장 꽉 찬 두 곡이 가장 심심하게 느껴지니, 여기서 90년대 웰 메이드의 부정적 영향까지 본다면 오버액션일까? 아마 노 리플라이의 차기작은 이 심심함의 정체를 풀어내는 데서 감흥의 성패가 갈릴 듯싶다. 일단 “Road”는 성공이다. 좋은 앨범이다. 

[‘그대 걷던 길’ 들으러 가기(클릭) ]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호떡바보'님은?
흥미로운 직장과 알바와 각종 잡일을 하며 보낸 최근 10년 동안 음악에 관한 글도 꾸준히 써 온 두 딸내미의 아빠. 어려운 책과 졸린 영화와 재미있는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정신연령 20대의 청년. 음악취향Y(
http://cafe.naver.com.musicy)를 본거지 삼아 오늘도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친구들과 '한국힙합-열정의 발자취'를 썼으며, 놀랍게도 철학책 3권에 관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