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 “I'm going home!” 오감의 소파

[반디와 함께 보는 명장면 4] <터미널>(스티븐 스필버그, 2004)

지난주 영화 <터미널>에 등장하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베니 골슨이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재즈도, 영화도 좋아하는 전 정성스런 사연과 함께 방청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뚝! 집에 돌아가 눈물을 머금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지인에게서 문자 하나 왔습니다. ‘내일 베니 골슨 공연 안 보실래요?’ 으앙~ 감사해요! 이런 횡재가 또 있을까요. 다음 날 <터미널>의 빅터(톰 행크스)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베니 골슨을 만났습니다.

<터미널>을 먼저 보면, 주인공 빅터는 세상을 뜬 아버지 대신 베니 골슨의 사인을 받으러 뉴욕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JFK 공항에 도착하자 고국에서 쿠데타 소식이 따라 날아오고, 그는 충격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위로해 주는 이 없으며, 공항 관리국은 그가 공항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자신 있는 영어 회화는 ‘Keep the change’ 밖에 없는 빅터. 하지만 강한 생활력과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공항 생활에 잘 적응을 해나갑니다. 빅터에게는 곧 친구도, 직장도, 사랑하는 여인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도 생깁니다. 

공항 생활이 집만큼 편해질 무렵 빅터에게 공항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제 꿈에 그리던 뉴욕 땅을 밟을 수도 있고, 아버지가 받지 못한 사인을 받아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빅터는 뉴욕행을 포기합니다. 친구들 때문입니다. 공항 관리자 프랭크는 빅터가 뉴욕의 발을 딛는 순간 친구 엔리크와 청소부 굽타 할아버지를 해고, 추방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엔리크는 오랜 짝사랑 끝에 이뤄진 신혼생활을 하고 있고, 굽타 할아버지는 인도로 돌아가면 경찰을 살해했던 전력으로 인해 감옥에 들어갈 것이 뻔합니다. 

크로코지아로 돌아가기로 한 빅터. 전후 사정을 모르는 굽타 할아버지는 빅터에게 ‘겁쟁이’라 욕합니다. 자신의 희망이 됐던 이가 꿈을 접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누군가 ‘당신 때문’이라는 말을 합니다. 잠시 후, 활주로로 뛰어든 노인 때문에 공항은 소란스러워집니다. 바로 굽타 할아버지입니다. 그는 느린 걸음으로 달려가 대걸레로 커다란 비행기를 가로막습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I'm going home!” 굽타 할아버지는 추방당할 것을 알면서 젊은 빅터를 위해 기꺼이 물러납니다. 그 굽은 등에서는 헤어질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베니 골슨 할아버지(1929년 생)의 공연에서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색소폰 연주를 잠시 멈출 때면 그는 따뜻한 표정으로 젊은 연주자들을 바라봅니다. 악기를 옆에 끼고 흐믓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애정과 믿음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베니 골슨이 첫 곡으로 연주한 「Horizon Ahead」은 바로 이 이야기입니다. 저 앞 수평선은 끝이 있어 보이지만, 걸어도 걸어도 그 끝에 닿을 수는 없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나이가 들고,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걱정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많은 젊은 뮤지션들이 수평선을 향한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 걸음(재즈)은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전설은 사라져도 재즈는 영원합니다. 

2009년 뜨거운 여름. 큰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원히 머물 집으로 돌아간 것이지요. 굽타 할아버지의 희망을 빅터가 대신하고, 베니 골슨의 열정을 젊은 뮤지션들이 대신 하듯 인동초의 남은 이야기를 우리가 쓸 차례입니다. 기억 속으로 물러난 이를 기억하는 것도, 오늘을 재구성하는 것도,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젊은 그대’의 몫입니다. 극장가는반디(ak20@bandinlunis.com)

 

‘반디와 함께 보는 명장면 5’ 예고!
다음 주는 지난주에 말씀 드렸던 <비포 선라이즈>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 작품에 마음이 기울었었고, 많은 분들(무려 세 분!)이 <비포 선라이즈>를 선택해 주셨는데, 베니 골슨 공연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럼 제시와 셀린느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