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4차원으로 들어가는 빨간 약 - <수학 재즈> 책, check, 책

에드워드 B.버거, 마이클 스타버드, <수학 재즈>, 승산, 2009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건 한국 학부모뿐만이 아니다. 미국인들 또한 졸업생들의 평균 소득이 높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해 안달이다. 레이크사이드 스쿨은 이런 학부모들이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이 학교 졸업생의 최근 평균 연봉이 무려 2백만 달러에 이른다니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졸업생을 만나보면 연봉이 2백만 달러에 근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졸업 후 카드빚에 쪼들리거나 청년 실업을 겪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비밀은 갑부 중의 갑부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이 학교를 나왔다는데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버는 이들이 포함돼 있으니 평균이 높을 수밖에. 결국 이 평균치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건 <수학 재즈>의 저자 에드워드 B. 버거, 마이클 스타버드가 밝힌 통계의 허와 실이다.

<수학 재즈>는 우리 일상을 수학이란 ‘뺑뺑이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책이다. 그런데 두 저자는 수학이 어렵거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뺑뺑이 안경이 아니라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근사한 선글라스’라는 것. 통계청과 마케팅 회사에서 날마다 발표하는 통계들, 다이어트를 위한 칼로리 계산 등은 수학보다 일상에 가깝다. 다만 우린 학창시절 호랑이 선생님에게 배운 ‘학교 수학’이 체질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저자는 이미 돌린 고개를 다시 돌려 수학의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그래! 책 제목에 평소 듣기 좋아하는 ‘재즈’도 있으니, 속는 셈 치고 ‘수학 여행’을 떠난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목차를 훑어본다. 카오스, 통계, 프랙털, 4차원 등. 음, 아무래도 말도 안 통하는 이들이 내게 사기를 치려는 게 분명해 보인다. ‘집합’만 넘어가면 두통을 호소하던 내게 말이다. 그런데 막상 페이지를 넘겨보니 ‘재미있다.’ 두 저자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놀라운 일들은 수학적 관점으로 차근차근 풀어가며, 그것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님을 밝힌다. 놀라운 것을 놀라운 것이 아니라니, 놀라운 일이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과 존F. 케네디의 공통점이 낳은 괴담이 대표적인 예다. 두 대통령은 대통령 된 날이 1861년과 1961년으로 딱 100년이 차이가 난다. 또 링컨의 비서 성씨가 케네디였고, 케네디의 비서 성씨가 링컨이었다. 과연 소름 끼치는 괴담이다. 그런데 저자는 대수롭게 않게 생각한다. 대통령에 대한 자료가 얼마나 많은데, 겹치는 게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이 꿈에 그리는 사람과 3개 이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다.)

또 얇은 종이를 딱 51번만 접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가고도 남는 두께가 나오고, 파인애플 껍질 무늬를 잘 보면 인류의 수많은 수학자와 예술가들이 찬양해 마지않았던 황금비율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 저자들의 유머러스한 입담이 더해져 책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수학과 친하지 않아 문과를 택했던 혹자가 <수학 재즈>를 보다 전철역을 지나쳐 친구의 결혼식에서 사진만 찍었다는 후문도 있음.)

처음부터 네오는 아니다

물론 안 친하던 것과 갑작스레 친해지려고 하니 어려움도 있다. 이들의 ‘절친노트’가 아무리 친절하고 재미있어도 어쩔 수 없다.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한꺼번에 상상하려니 두뇌의 과부하가 걸린다. 이는 많은 가르침을 받아도 매트릭스 안에서의 사고방식을 벗어버리기 힘들었던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노 리브스)와 마찬가지다. 특히 9장 ‘무한한 신축성을 지닌 세계 탐험’은 책의 결말을 보느냐 보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고비였다.

이때 저자들은 말한다. 두 눈 빨개지도록 보다 괜히 두통약 먹지 말고, 일단 넘어가라고. ‘쿨’하게! 순한 양처럼 말을 잘 들었더니 어느덧 ‘현실 초월’(4부)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4장에서 화두는 ‘4차원’과 ‘무한대’이다. 3차원 세계에 사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4차원을 상상할 수 있는지, 2차원 세계의 친구 ‘납작이’를 통해 4차원을 상상할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 또 메이저리그 야구팀 세인트루인스 카디널스를 통해 무한대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4차원과 무한대의 세계로 진입하는 이 과정은 놀랍고 짜릿하다. 당신도 네오가 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를 인식하고, 상상의 세계로 도움닫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수학을 통해 삶의 교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의 직관과 사뭇 어긋난다. 각 개인에게는 우연의 일치가 매우 희귀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희귀한 우연의 일치를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무작위로 일어난 그 일을 마법같이 여기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무작위로 일어난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초자연을 믿는 모든 어리석음의 크나큰 원천이 된다.(p. 44, ‘고삐 풀린 우연의 일치’)

우리는 이제까지 수없이 자주 자연의 특성들을 바라보면서도 세부에는 그리 주목하지 않고, 강력한 아름다움을 지난 풍성한 구조에는 그리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간단한 생각의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p. 204, ‘정밀한 아름다움에서 순수한 카오스까지’)

수학을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자연의 질서를 넘어 삶의 교훈도 담겨 있다.  우리는 우연한 일에 필요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면서 괴로워하거나, 먼 곳만 보며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수학이 말하는 교훈에 귀를 기울여도 좋을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재즈의 매력을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라 한다. 즉흥에서 펼쳐지는 자유로운 연주 속에 재즈의 깊은 맛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수학도, <수학 재즈>도 마찬가지다.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속에 재미와 맛이 있다. 전철에서 재즈를 듣다 무언가 심장을 탁 치는 그런 느낌의 맛 말이다. 반디(ak2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