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항으로서의 인간 ② 민용 in 재즈피플

러셀프리드먼,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 책으로여는세상, 2008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7- 대립항으로서의 인간 ②

「Strange Fruit」

Southern trees Bear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린다

* 빌리 홀리데이 「Strange Fruit」 중

이상하고 슬픈 열매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로 유명한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은 백인들에게 린치 당한 후 나무에 묶인 흑인들의 시체를 ‘이상하고 슬픈 열매’에 비유한 곡이다. 당시에는 KKK단이 흑인을 테러나 구타하는 경우가 많았고 살인을 하더라도 증거 불충분 등으로 죄를 받지 않는 일이 많았다. 흑인들은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고 심지어 목숨을 위협당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이라고 불렀던 흑백분리법에 의해 흑인과 백인은 철저히 구분되었다. 버스에서도 흑인 칸과 백인 칸이 나뉘어 있었으며, 뒷좌석인 흑인 칸에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백인 칸에는 앉을 수 없었다. 백인과 나란히 서는 것도 법에 저촉되었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 :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이야기>는 그에 맞선 흑인들의 이야기다. 흑인 여성 로자 팍스는 흑인 좌석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라는 운전사의 말에 불복해 체포되었고 이를 계기로 몽고메리에서 버스안타기 운동(bus boycott, 흔히 버스승차거부운동이라고 하는데 ‘버스 안타기 운동’은 너무 구어체 표현이 아닌가 싶다)을 시작한지 381일인 1956년 12월 21일, 드디어 버스 안에서의 인종분리가 폐지되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1963년 KKK 단원들이 던진 폭탄에 네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앨라배마 침례교회 테러 사건, 1968년 마틴 루터 킹 암살 등 흑인들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세상을 색깔로 나눌 수 있을까?

이들이 고통 받는 이유는,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립항으로서의 인간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구등록법도, 미국의 짐 크로우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아직도 ‘백인이 아닌’ 인종에 대해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흑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겨레 21>은 773호 줌인에서 보노짓 후세인의 이야기(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5561.html)를 다루었다. 

한 대학의 연구교수로 와 있는 보노짓은 인도인이다. 그가 버스를 타면 한국 사람들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손으로 코를 막고 자리를 옮겼다. 공연히 그를 툭 치고 지나가거나 욕을 했다.” 보노짓은 버스 안에서 자신을 모욕하는 남자를 고소했다. 외국인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한국인을 고소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백인과 이야기하면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유색인종과 이야기하면 불쾌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을 무시하면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고 코피노를 남겨놓는 이유는 뭘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읽고 있는 우리는 하얀 것이 선하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이야기는 많이 빗나갔지만 보노짓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인도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지난 8월 CEPA(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이 체결되었다. 코트라에는 인도 수출에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를 묻는 국내 기업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폭주한다고 한다. CEPA 체결로 인도는 한국 수출품목의 85%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철폐를 약속했다고 하는데, 인도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편견도 85%쯤 인하되거나 철폐될 수 있을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피플> 보러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