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재즈 =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오감의 소파

 

(1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 Autumn In Bandinlunis & Jazz People ④ - 그 마지막 이야기

다시 제가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반디님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소개해주셨는데요, 아쉽게도 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 부산에도 가보지 못한 ‘서울 깍두기’랍니다. 부산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폭탄 발언(?)에 몇몇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여행을 잘 다니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책 읽고 음악 듣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사실은 게으름뱅이인) 저도 해마다 한번씩, 세계 여행보다 더 행복한 재즈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첫해부터 빼놓지 않고 갔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입니다.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를 맞는 저의 재즈 여행은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1년에 단 한번 떠오르는 재즈의 섬

자라섬, 이라는 지명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처음 듣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섬이었습니다. 북한강 물살에 형태도 온전치 않고 중국인 몇 명이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중국섬이라고 불렸던 이곳이 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986년입니다. 그것도 ‘자라목이라 부르는 늪산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고 해서 자라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라(jara), 재즈(jazz)와 비슷한 어감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어쩌면 자라섬은 아주 오랫동안 재즈와 만나기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릅니다. 영겁의 인연(^^)을 거쳐 자라섬과 재즈가 만난 것이 2004년입니다. 재즈계에서는 이미 입지가 탄탄한 연주자들인 테츠오 사쿠라이, 데니스 챔버스, 그렉 하우의 젠틀하츠 2004, 마이크 스턴, 하이럼 블록 등이 내한한다는 라인업이 발표되면서부터 ‘드디어 우리에게도 이런 재즈 페스티벌이!’라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2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첫 날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써놓았던 글을 통해 그때의 기억을 살짝 짚어볼까요? “자라섬을 나서는데, 꽃 밭 사이로 미셀 니콜의 보컬이 들려왔다.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연인도 지나고, 엄마 손에 이끌려 나온 아이의 모습도 보이고, 재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것 같은 분들도 지나쳤다. 식구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마실 나왔을법한 아주머니는 “우리 같은 촌사람이 재즈가 뭔 줄 아나…….” 말을 하며 공연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이미 그 분들에게 재즈는 듣도 보도 못한 별나라 음악이 아니라, 꽃밭에 앉아서 쉬엄쉬엄 들을 수도 있는 음악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괜히 으쓱해져 뒤를 돌아다보니 섬 가득 음악이 고여 있었다.”

그런데 감격적인 첫 날이 지나고 둘째 날부터 엄청난 비(태풍 하이마 북상)가 쏟아졌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야외 공연인 까닭에 날씨는 최대의 적수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무대 위 빗물을 쓸어내리면서도 끝까지 연주해준 디디 잭슨, 크리스 민 도키, 에스뵈욘 스벤숀 등의 무대는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살짝 뭉클해질 정도로 말입니다. 

돗자리에 누워 듣는 재즈 선율

제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청춘과도 같습니다. 한숨부터 나오던 허허벌판이 지금처럼 멋진 곳으로 바뀌게 되다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느낌이랄까요? 더욱이 자라섬은 제 20대 후반을 해마다 지켜본 곳이라 의미가 더욱 크기도 합니다. 낮에는 글을 쓰고 편집을 하며 마감을 넘겼던 기억,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아 마음이 짠했던 기억, 친구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청춘을 한탄했던 기억, 그리고 예의 빠질 수 없는 사랑의 기억들. 이젠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청춘’(혹은 청춘의 고향? ^^)처럼 느껴지게 되는군요. 

(5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니 벌써 6년이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와 함께 추후 페스티벌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회의 눈물이 큰 교훈이 되었던 까닭인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내리 성공적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메인 스테이지(재즈 아일랜드)를 꽉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라섬을 찾아 괜히 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답니다. 

저와 함께 갔던 많은 분들도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제가 가장 으쓱했던 부분은 (좋은 연주자들이 내한하고 멋진 음악이 흐르는 것도 좋지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취지를 가장 잘 즐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를 알지 못해도 음악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분명 자라섬은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고요.

올해에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트럼페터 엔리코 라바를 비롯해 팻 마티노, 야론 허만, 아비샤이 코헨, 디디 브리지 워터, 마리아 조앙 등 어느 때보다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내한해 재즈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물론, 재즈팬이 아니어도 깊어가는 가을을 재즈 선율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입니다. 올 가을에는 세계 여행보다 더 행복한(그렇다고 제가 주장하는) 재즈 여행을 한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재즈피플> 보러가기(클릭)]

*Autumn In Bandinlunis & Jazz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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