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민용 in 재즈피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17 -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기도해요 상처 준 사람의
감사해요 추억이 있음을
절대 쓰러져 누구든 원망 말아요
아껴요 나를 감싸줘요 나를
버려진 그 아픔 견뎌야 하는 날
사랑해줘요

건강해야 해요 버려진 사람들은
보통 힘 가지곤 벅찰 거예요
아무 일 없듯이 하루하루를 살아가요
날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 Album form 윤종신,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중 

1파운드 동전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묻다

크리스 클리브의 <리틀 비>는 2009년 11월 18일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에 소개되었던 소설이다. 몽당연필 님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리틀 비>는 2001년 난민보호소에서 이민국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 자살하고 만 앙골라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저자가 전하는 충격적인 사실과 불편한 진실을 대하며 뜨거운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지구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불편한 진실’은 첫 문단에서부터 시작된다.“내가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여자아이가 아니라 1파운드짜리 영국 동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를 항상 생각한다”(9쪽) 나이지리아 소녀 리틀 비는 유전개발 과정에서 석유회사의 잔혹한 횡포를 목격하고 영국으로 쫓기듯 밀입국한 난민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사랑스러운 인간이었던 한 소녀가 자본주의 앞에서 1파운드의 가치도 되지 않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1월 11일 현재 1파운드는 한국 돈으로 1,800원.

소설에서 주로 드러나는 것은 ‘난민 소녀’ 리틀 비의 시각에서 본 인간가치의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이지리아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 그려지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나이지리아의 석유회사(와 관련된) 문제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7년 2월호 ‘검은 황금의 저주 : 나이저 삼각주의 희망과 분노’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나이지리아 남부에서 석유는 모든 오염의 주범이다. 송유관에서 새어나오는 석유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정치인들과 군 장성들의 손을 부패로 물들여 석유개발 이익을 빼돌리게 한다. 또한 청년들을 타락시켜 오일머니의 일부라도 챙기기 위해 총질을 해대고 송유관을 파괴하며 외국인을 납치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게 한다.” 더 나아가 “가장 비극적인 역설은 지난 50년간 석유가 생산되었지만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가난해졌고 희망도 사라졌다.” 

현재 나이지리아는 비밀무장세력 ‘나이저델타해방운동(MEND)’의 테러와 셀로 대표되는 석유회사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리틀 비는, 어쩌면 나이지리아에서도 행복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이 소설은 표지가 주는 대비만큼이나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아직 젊은 작가의 패기 덕(?)인지 문장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 있다. 과도한 수식어과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시선은 소설을 다소 불편하게 만든다. 힘이 들어간 만큼 긴장을 풀지 않고 이끌어가는 감정이 이 작품의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인간이 인간을 그렇게 털어낼 수는 없는 노릇

<리틀 비>에는 또 다른 난민이 존재한다. 영국인 새라는 “그해 여름, 우리는 현실에서 도망친 망명자이자 스스로에게서 도망친 난민이었다.”(41쪽)라며 우리들의 존재를 폭로한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여자아이의 존재, 살아서 마당에 서 있는 인간의 존재. 정부는 인간을 부인하고 통계적 변칙으로 털어낼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인간을 그렇게 털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160쪽)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난민(難民, refugee)’을 일반적 의미에서 ‘생활이 곤궁한 궁민,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곤궁에 빠진 이재민’이라고 정의하면서 ‘최근에는 주로 인종적, 사상적 원인과 관련된 정치적 이유에 의한 집단적 망명자’라고 덧붙인다. 국내에는 이들을 위한 난민인권센터가 있다. 난민인권센터(이하 난센)는 ‘자신의 국적국에서 박해를 피해 탈출한 난민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시키며, 난민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2009년 3월 24일 창립되었다. 지난 11월에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등을 썼던 홍세화씨가 신임대표로 선출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자연스레 한국 땅을 찾는 난민들에게 관심이 가게 됩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 난민은 사회에서 쫓겨난 사람입니다. 항상 외롭고 힘듭니다. 문화적․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섞이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갈등은 떠나올 때의 고통에 가히 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비롯됩니다. 난민들의 인권을 보듬겠다는 소박한 뜻이 모여 우리를 인권 선진국으로 이끌어 가리라 믿습니다.
”(난민인권센터 신임대표 인사말 중)

‘난민’에 대해서는 앞서도 언급된 ‘전쟁이나 천재지변에 의한 망명’이라는 사전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난민이 존재하고 그들의 인권을 위한 단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리틀 비>의 진실이 불편했던 이유는, 지금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운 사실이라는 ‘진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재즈 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 피플> 보러가기 (클릭)]

p.s. ‘난민’이라는 키워드에서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를 찾았습니다만 이 곡은 이별 노래입니다. <리틀 비>에 나오는 U2의 ‘One’도 찾아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 3'가 시작되었습니다. ^^

    [캠페인 보러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