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민용 in 재즈피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19 -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이상의 날개」

젊은이여 이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 보자
가슴 속에 꿈을 안고서 미래를 향하여
젊은이여 사랑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 보자
가슴 속에 꿈을 안고서 그대를 향하여
세상의 그윽한 향기 온 몸으로 느끼고
그 꽃향기에 사랑을 담자 고운 선율 그대 노래 입술에 담고
미래의 꿈을 향하여 날아가 보자

* Album form 이미키, 『자유를 사랑하듯, 그대를 아껴주듯』 「이상의 날개」

94. 2. 13. 미광. 

이상문학상 1987년 대상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마지막 페이지. 열네 살 아이의 유치함이 잔뜩 묻어나는 조잡한 사인 아래 94. 2. 13. 미광. 이라고 적혀 있다. 필자가 기억하는, 필자의 첫 번째 ‘내 책’이다. 어렸을 때 집에는 디즈니만화 전집이라든가 백과사전 같은 책들도 꽤 많았고 어린이날에는 어머니가 대형 서점에도 데려가 주셨지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내 돈(그래봐야 용돈이었지만)으로 산 첫 번째 내 책이었던 것이다. 미광은, 지금은 없어진 동네 단골 서점이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꽤 많은 책을 읽었고, 책에 대해 공부도 했고, 심지어 책을 만들며 살고 있지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구입한 건 그때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어째서 16년 동안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한 번도 읽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는 단편이 어렵게 느껴졌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한국 문학을 잘 읽지 않아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10. 2. 3. 21세기북스. 시간을 뛰어 넘은 우연이라고 하면 극적인 효과가 있었겠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이미 신문에서 박민규씨가 2010년 이상문학상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작품집을 기다리던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작품집에는 필자가 몹시(!) 좋아하는 박민규씨와 김중혁씨의 작품이 모두 실려 있어서 집 근처 서점에 들렀다가 바로 구입했다. 박민규씨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부터 팬이 되었고 김중혁씨는 <악기들의 도서관> 중 <엇박자 D>에 반해 열렬히 응원 중이다(잡지에 기고하시는 글도 잘 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작품 좀 많이 써주세요!). 굳이 필요하진 않을 테지만 두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한다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과 틀에 박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들만의 위트를 꼽고 싶다. 

두 사람의 글에 홀딱(!) 반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한국 문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한국 문단이 꽤 보수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박민규씨는 문단이 선호하는 작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10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통해 (주제가 대개 현대인들의 인간소외를 다루고 있었지만) 기법이나 표현에서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뻔한 감상문 같지만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생각하다보니 ‘아침의 문’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은 넥스트의 「세계의 문 Part. 1 유년의 끝 Part. 2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였다. “나는 세계의 문을 지나왔다. 그리고 너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문의 저편, 내 유년의 끝 저편에 남아있다”(「세계의 문 Part. 1 유년의 끝」 중)와 “이곳을 나가려는 자와 그곳을 나오려는 자는 그렇게 서로를 대면하고 있었다”(<아침의 문> 33쪽)는 두 세계가 만들어내는 혼돈과 같았다. 또한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자살기도를 한, 그리고 혼자만 살아남은 주인공의 모습은 “아직도 세상을 보이는 대로 믿고 편안히 잠드는가 그래도 지금이 지난 시절 보단 나아졌다고 믿는가”(「Part. 2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라는 읊조림처럼 우울하고 회의적인 시각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에 넥스트의 곡을 선곡했기에 곡을 더 찾다보니 이미키의 「이상의 날개」가 검색되었다. 설마 그 이상(李箱)일까 싶었는데, “젊은이여 이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 보자”라는 첫 가사를 보니 이상(理想)인 듯했다. 이상(李箱)의 음울하고 추상적인 문장과 달리 밝고 경쾌한 노랫말이었지만 이미키씨가 이 곡을 작사할 때 이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다시 한번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날개> 중)는 중얼거림에 “미래의 꿈을 향하여 날아가 보자”고 위로했던 것은 아닐까. 그건 너무 억측일까?

올해는 이상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1910년 8월 20일에 태어나 1937년 4월 17일까지, 그러니까 스물일곱 해 정도를 살았다. 박민규씨는 당선 소감으로 “탄생 백 주년을 맞은 좀 더 살아주셨으면 더없이 감사했을 한 시인의 영전에도 삼가 존경의 념(念)을 바치는 바다”라고 밝혔다. 지금도 이상(李箱)을 이야기하는 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감이다. <재즈 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 피플>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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