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월 앤 피스> - 벽에 그려진 낙서, 낙서에 새겨진 부조리 블로거, 책을 말하다

뱅크시, <뱅크시 월 앤 피스>, 위즈덤피플, 2009

 

예술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림과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 그 소통을 통해 우리 삶의 애환을 녹여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요. 현대 미술계는 경직되어 있습니다. 예술은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되었고 미학(美學)은 어려운 학문이 되었습니다. 보고 느끼는 것, 그 간단한 예술 행위는 어느새 식자만이 알 수 있는 모호한 기호들로 변질되었습니다. 대중과 유리된 채 화려한 갤러리에서 소비되는 그들만의 예술.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호가하는 작품의 가격과 이를 두고 벌이는 그들만의 거래. 결국 작가가 작품에 심어 놓은 의미 또한 현대 자본주의에 의해 가격의 잣대가 되어버렸지요. 

그 폐해를 놀라운 해학과 역설을 통해 타파한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얼굴 없는 작가, 게릴라 아티스트 혹은 거리의 아트 테러리스트 등으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sky. 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그를 보며, 그의 도발적인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함의를 느껴볼까요? 



뱅크시의 작품은 여러 가지 특색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양한 특색 속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일관된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권력과 전쟁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일례로 반전을 테마로 한 뱅크시의 일련의 작품들은 지극히 선동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외면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어쩌면 뱅크시에게 '예술' 혹은 '그래피티'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요? 그리고 어설픈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뱅크시야 말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거리의 아티스트이자 동시에 지극히 영리한 투사임에 틀림없습니다. 


뱅크시는 위트Wit를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일관된 주제를 띈 그의 메시지는 그만의 유머와 해학을 통해 관객에게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의 작품에서 '진지함'과 '유머'는 상쇄되지 않습니다. 길거리 벽에 그려진 우스꽝스러운 그래피티 속에서 그 둘은 상생합니다. 유머는 그 진지함에 의해서, 진지함은 유머에 의해 더욱 빛납니다. 그의 위트는 그저 장난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호소력입니다.  뱅크시가 바라는 세상은 정의로운 세상입니다. 그는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고 자본주의와 소비사회를 비판합니다. 또한 그는 정의롭지 않은 세계를 고발하는 동시에 미술의 권위와 상품화에 대한 공격을 가하기까지 합니다.  


위에 있는 쇼핑카트를 미는 원시인 벽화는 누구나 한 번쯤 보셨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대영미술관에 떡 하니 8일이나 전시되었고 전시 기간 동안 그 누구도 이 작품에 의문을 품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영박물관뿐만 아니라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그는 수집된 명화들 사이에 제멋대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며 미술의 권위를 조롱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은 누구를 위한 예술일까.'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뱅크시가 작품에서 가장 폭넓게 구사하는 방식은 '패러디'와 '차용'입니다. 뱅크시는 이미 유명해진 이미지를 차용해 일단 대중의 시선을 끌고 나서, 그 원본의 의미를 해체하고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 놓습니다. 그는 일상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주제와 형식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그 현실을 각성시킵니다. 그의 작품의 의미심장함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어떠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거겠지요.

뱅크시 월 앤 피스 Banksy Wall and Piece. 책에 수록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큰 전율을 느꼈습니다. 유한성이 담보된 그래피티. 그 유한함 속에서 날카로운 풍자로 사회체제를 비판하는 그의 작품은 제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전 뱅크시의 작품에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소개한 몇 점의 작품을 음미하며 무엇을 느끼셨는지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한규'님은?
산뜻한 서평과 달콤한 여행이야기가 가득한 모놀로규닷컴(Monologyu.com)을 운영중인 스물 한 살의 감성 블로거 이한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