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ART BOOK> - 사랑이 이별보다 좋아 책, check, 책

이영훈, <광화문 연가 ART BOOK>, 민음사, 2009

 

길거리에서 싸우는 연인을 보면, 건네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싸우지 마세요. 사랑이 이별보다 좋아요.’ 세상에 싸우지 않는 연인이 어디 있겠냐마는, 행여 그러다 이별이라도 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진한 이별을 한 사람은 알고 있을 테다. 차마 그 말을 건네지 못하더라도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들이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사랑이 지나가면」「광화문 연가」「옛사랑」 등 그가 만든 노래들을 들으면 그들은 사랑하지 않을까.

<광화문 연가 Art Book>은 이영훈의 삶과 노래가 온전히 닮긴 책이다. ‘삶-이영훈, 김은옥 글’이 한 쪽, ‘음악-이영훈 시’가 다른 한쪽이 되어 영원히 재생될 레코드판이 된다. ‘삶’은 1989년 1월 1일 시작한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1985) 이후 그의 음악이 세상에 알려진 지 3년. 서른 한 살의 사내는 행복하다. “세상 어느 것보다도 그대를 사랑하고 (이것이 나의 노래라면 가장 진실한 노랫말일 것이오.) (…) 김은옥, 사랑하오. 당신은 내 존재의 증명이오. 오늘 밤은 여느 밤과도 같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오.”(‘삶’ 25쪽)

하지만 음악을 선택했기에 그의 삶은 행복으로만 채워질 수 없다.(누구의 삶도 그렇겠지만.) 남들이 가슴에 묻고 살 아픈 기억들을 불러와 붙들고 씨름하다, 더 담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토해내야 겨우 한 소절이 되는 창작의 고통에 그의 속은 이미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또 그에게 음악은 존엄하다. “물론 술은 절대 금한다. 작업하는 동안은. 나 같은 술꾼도 몇 달씩 입에도 안 댄다. (…) 그러나 작업이 없는 동안은 그까짓 술, 남들의 두세 배씩 먹는다. 이유가 있다. 내 맘속에 있던 것들을 어렵게 끌어낸 상처를 치유하는 거랄까…….”(99~100쪽)

애초 그는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여리다. ‘음악’에 있는 그의 시들을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상처받기 쉬운 감수성을 만날 수 있다. 할 말을 다 하지 못해 흐르는 눈물, 꿈속에서 그대를 찾기 위해 걸었던 먼 길들, 세월 흐르듯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는 슬픈 미소, 그리고 남들 모르게 서성이다 끝내 눈물짓고 마는 그다. 그는 돈과 세상에 대해 눈이 어두웠기에 사람들로 인한 상처도 많이 받는다. 음악을 덜 사랑했다면 덜 상처받았을, 하지만 여렸기에 아름다운 운명 앞에서 우린 울까, 감사할까. 

영원하고픈 가을 하늘 그리고 죽음

이영훈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2004년 시드니로 향한다. 딱 3년이라는 기한이 있었지만 그는 음악과 한국에서의 인연이 눈에 밟혀 먼저 돌아온다. 그리고 2006년 5월 인천공항, 아내는 환하게 웃는 남편을 보지만 가슴은 내려앉는다. 3개월 전에 봤을 때와 비교해 반쪽이 돼 피로에 찌든 모습은 그녀가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그의 몸속의 암 덩어리는 너무 크다. 그런 그가 욕심을 부린다. “이번 앨범은 내 음악의 일부이고 시작”이라며 『옛 사랑 1‧2』을 만든다. 그리고 그 앨범 서문엔 이런 글이 실린다.

하고 싶은 말들과 적고 싶은 글들을 가슴에 묻습니다. 굳이 꺼내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이고 그런 저런 너와 나의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삶과 사랑은 하늘의 구름과 같이 흘러만 갑니다.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하지만 바라보면 그 사이 먼 곳으로 사라져가 없습니다.
......
그리고, 이제 많은 기도가 필요한 저입니다. 항상 사랑하고 늘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십시오.(154~155쪽)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의 삶과도 많이 닮은 모양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은 2008년 2월 14일 새벽. 수많은 연인들이 수줍은 사랑고백을 연습하며 가슴 졸이는 시간이다. 누구는 그의 음악을 선물할 수도, 누구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뛰는 심장을 달랠 수도 있다. 먼 하늘에서 세상의 이런 풍경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어떨까. 그의 음악을 듣고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보다 더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작곡가 이영훈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 「옛사랑」의 일부를 읊조려본다.

이젠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엔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작곡가 노트

어쩌다가 이 곡의 가사를 쓰고 난 후 더 이상 쓸 말이 없었다. 아니.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곡 이후에 쓴 내 노래의 가사들은 모두가 별첨 정도일 뿐이다.
(‘음악’, 100~101쪽)

                                                                                                                                  -반디 (ak2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