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뼈 속까지 즐거운 명절은 없다. 책갈피, 세상의 속살

반디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현선’입니다.
와~~~ 이 얼마나 반가운 연휴란 말인가!!! 다들 너무 좋으시죠?? ㅇ(^^ㅇ)(ㅇ^^)ㅇ

저처럼 나와 사시는 분들은 오랜만에 가족과 상봉하실 수 있어 좋고, 고향에 내려가면 그곳에서 터를 닦고 사는 옛 친구들을 불러내 술 한 잔 할 수 있어 좋고, 게다가 무엇보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빨간색 옷을 입고 찾아온 월요일의 존재입니다.
(꺄~~ 너무 좋아!! 빨간 날, 넌 내 스타일이야~~~) 

가만가만,,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니 연휴의 설렘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ㅡㅡ;;)
다들 숨 한 번 고르시고~~ 요이, 땅!!! (그나저나 제 입에 붙은 요이 땅은 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일까요? ^^;;)


1.
일단 저와 같은 From County분들은 기차든 버스든 암튼 뭐든 타고 길 위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하고,
2. 저처럼 울렁거리는 버스에서 그 이상 울렁거릴 수 없는 내장을 갖고 태어나신 분들은 내장의 솔직한 요구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고려하여 충분히 교육받은 교양인으로서 면모를 유지해야 하며,
3. 또 저처럼 운 좋게 이제 막 사회인이 된 신입사원들은 어른들 내복 사느라 빵구난 지갑에 더 이상 세뱃돈 따위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가혹한 현실에 눈을 떠야 하고,
4. 가계도에 따라서는 오히려 세뱃돈을 내놓아야 하는 경제적 곤혹의 처지에 놓일 수도 있으며, 
5. 저처럼 내년이면 흔한 말로 계란 한판 채우시는 분들은 “너 시집은 언제 갈 거냐?” “사귀는 사람은 있고?”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데,,,,어쩌고저쩌고,, 그러니까 함 만나볼래?” 등등
6.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이 저에게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과 신변, 특히 연애사에 대한 업데이트를 그분들이 만족하실 때까지 제공해드려야 하는 수고로움은 물론
7. 관심도 없는 누구누구네 자식들이 한 해 동안 잘 살아낸 성공스토리는 그동안 갈고 닦은 표정관리 꾸준히 유지하며 들어드려야 하고,
8. 그러는 중간 중간에도 어른들과 다른 내 생각을 예의바르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적확한 단어들을 찾아 머리를 굴려야 하고,
9. 자칫 긴장을 풀었다가 맞이할 수 있는 “인생은 말이야~”라는 말머리가 데리고 들어오는 구구한 인생 강의도 들어야 하고,
10.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말에는 무조건 자동반사적으로 우호적인 맞장구를 쳐드리는 순종적 태도를 보여야 하며,
11. 이제는 더 이상 누가 해준 음식 받아먹을 나이는 지났으므로 팔 걷어 부치고 명절 때마다 무임금으로 부엌에 취직하는 여성 노동자들과 연대도 해야 하며, 
12. 연휴 내내 시체처럼 잠만 자고 싶어도 살아있는 사람답게 끼니때마다 일어나 모래알 같은 밥알을 억지로 씹어넘겨야 하고, 
13. 촌수도 잘 모르는 친척들을 포함, 엄청나게 많은 식구들의 수저도 놓아야 하며, 
14. 다 먹은 후에는 다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돌아가 환경보호를 거스르며 수저에 퐁퐁질도 해야 하고,
15. 간혹 고모와 엄마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엄청난 갈등 상황을 대비해 비상시에는 ‘어른이고 뭐고 없다. 반드시 우리 엄마는 지켜 내리라’라는 비장함도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이렇게 저렇게 며칠을 지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이것저것 손에 쥐어주시는 엄마 앞에서, ‘사람들도 많은데 짐까지 많으면 차 없는 뚜벅이들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닌데, 그러나 저러나 왜 아직 지구상에서 저 까만 비닐 봉다리는 사라지지 않았는지’를 생각하다, 머리 속 생각과는 상관없이 거의 자동으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뭔가를 누르며, ‘왜 이렇게 밖에 못살아,,..’라는 말 대신, ‘엄마 올라가면 전화 자주 할게’라는 언제나 진심이였지만 또 언제나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었던 약속을 하고 돌아선다는 겁니다. 아... 어머니

 

 

「어머니」

나는 나만 앓아도 이렇게 무거운데
도대체 바위는 누구를 그리 앓았나,

저 바위
같은 사람을 알고 있다.

받아들인 근심의 무게로
딱딱하게 굳어,


묻혀가는,


-이대흠, <귀가 서럽다>, 창비, 63쪽-

「어머니라는 말」

어머니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입이 울리고 코가 울리고 머리가 울리고
이내 가슴속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머니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웅웅거리는 종소리 온몸을 물들이고
어와 머 사이 머와 니 사이
어머니의 굵은 주름살 같은 그 말의 사이에
따스함이라든가 한없음이라든가
이런 말들이 고랑고랑 이랑이랑

어머니라는 말을 나직이 발음해보면
입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웅얼웅얼 생기는 파문을 따라
보고픔이나 그리움 같은 게 고요고요 번진다

어머니라는 말을 또 혀로 굴리다보면
물결소리 출렁출렁 너울거리고
맘속 깊은 바람에 파도가 인다
그렇게 출렁대는 파도소리 아래엔
멸치도 갈치도 무럭무럭 자라는 바다의 깊은 속내
어머니라는 말 어머니라는

그 바다 깊은 속에는
성난 마음 녹이는 물의 숨결 들어 있고
모난 마음 다음어주는
매운 파도의 외침이 있다.

-이대흠,『귀가 서럽다』, 창비, 54-55쪽-

 -현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