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 18 [Violet Album]> - 새로운 무용담을 위한 첫 챕터 반디 음악 광장


살다 보면 운이 굉장히 좋다고 여길 때가 있다. 아폴로 18의 새로운 합습실에서 그들의 신보를 둘러싼 이야기와 더불어 인터뷰를 할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3명의 캐릭터가 서로를 보완하며 완충하는, 말하자면 어떤 파트는 과감히 앞지르고 어떤 파트는 심사숙고 하는 서로 간에 확연히 대비되는 캐릭터들이었다. 이런 캐릭터들의 배합이 아폴로 18의 음악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 비결이 아닌가 했다.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앨범들이 그렇지만 특히 신작 『The Violet Album』(이하 『Violet』)은 이런 밴드의 캐릭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앨범이라 하겠다.

여기서 3부에 해당하는 『Violet』에 이른 길을 살짝 되짚어본다. 첫 시작이었던 『Red Album』(이하 『Red』)(최근 후반 트랙이 보강된 리패키지가 발매되기도 하였다.)은 포스트락 장르에 대한 지향이 강하게 보였던 그들의 낯선 첫 인사였다. 감정적으로는 설득이 잘 된 앨범이었지만, 그만큼 아쉬웠고 이 한 장만으로 한 밴드를 설명하기엔 미지수가 많았던 앨범이었다. 사람들은 Envy, Endzweck 같은 옆 섬나라 밴드와의 유사성을 말하며 이르게도 밴드의 생명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아마 청자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 첫 시작은 『The Blue Album』(이하 『Blue』)였을 것이다. '0집'으로 명명된 첫 Full-Length(정규반) 구성의 앨범이기도 했고, 내용물은 알찼다. 경우에 따라선 알찼다기보다 더욱 혼란이 가중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한데 이 한 장에 담긴 내용물은 실로 놀라웠다. 사이키델릭과 개러지 펑크, 뉴메틀/인더스트리얼, 코어 장르가 뒤엉킨 장관은 가히 볼만했다.(들을만했다가 아닌! : 확실히 밴드 멤버 김대인의 의도대로 이들의 넘버에는 영상적 장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뭔가가 있다.) 물론 이 내용물들이 정식 데뷔 전 이미 웹을 통해 선보였던 데모 작업물들을 일신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야심은 일찍이 시작된 셈이다. 

그래서 나름 예상했기를, 아폴로 18의 신작 『Violet』은 『Red』와 『Blue』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일종의 타협 지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아폴로 18이 택한 길은 중용이나 합체 쪽이 아닌 예상치 못한 '제3의 길'이었다. 보다 더 정제되었고, 보다 더 치밀한, 본능에 내맡기는 속도감보다 이제는 완급도 조절할 줄 아는 성숙한 밴드 세계관의 탄생을 청자들이 목도하게 만들었다.

전작을 들은 이들이라면 광포한 사운드와 속도감, 내지르는 정체불명의 포효의 보컬이 다시금 재현되지 않을까 기대(?)를 했겠지만 『Violet』을 채우는 것은 첫인상은 낯설지만 갈수록 친숙해지는 변덕스러운 구조와 팔딱팔딱 뛰는 연출력이다. 처음에는 다소 생경해 보여도 이 밴드가 우리에게 앞으로 보여줄 정수가 실은 이 3부에 있음을 쉬이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전채요리'격의 역할을 하는 「Song A」에 이어 「Lucy」가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아폴로 18이라면, 「Lygerastia」의 점진적이고 확대되는 구성력과 연출은 아폴로 18이 우리에게 보여줄 새로운 미래다. 운이 좋았던 그 인터뷰에서 아폴로 18 역시 본작에 대한 확신 - 사운드/구성/비전 등 -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들이 만족할 수 있었던 확신을 위해 달려온 3부작의 행보가 2년도 채 걸리지 않았음은 참으로 놀랍다. 앨범을 3장 내면 이제는 답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말한 한 멤버의 자신 있는 멘트는 적어도 허언은 아니었다. 『Violet』은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1차적인 결과물이다.

일종의 말장난 같지만 『Violet』은 '0.5집'으로 호명되었다. 이 말은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또 하나의 진풍경이 '1집'이 될 지, 아니면 완성을 위한 또 하나의 버전인 '0.75'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괜스레 감상적으로 뭉클해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Violet』은 귀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무용담을 위한 첫 챕터일 지도 모른다. 아폴로 18은 올해 해외 활동 등의 새로운 이슈를 앞두고 있다. 우주 여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탑승 준비가 되셨는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렉스’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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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누나의 음악테이프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음악듣기, 이제 그 듣기를 애호와 피력으로 발산하려 하나 여전히 역부족. 웹진 음악취향Y(http://cafe.naver.com/musicy)에서 렉스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 게으른 직장인이자 숨가쁜 인터넷 서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