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있기에 민용 in 재즈피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24 - 우리는 살아있기에

「꿈이라는 건」

하지만 꿈이라는 건 끝없이 두드리고 말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내가 네게 말한 꿈이야
사랑하는 마음까지도 그게 바로 나의 꿈이야

* Album form 신성우, 『내일을 향해』「꿈이라는 건」 중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학생증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다. 이면지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위치를 설명해준 행정실 조교 덕분에 어렵지 않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었다. 낯선 도서관에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결국 눈에 잘 뜨는 곳에 위치한 필독도서 서가에서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집어 들었다. 원제는 <인간의 의미 탐구(Man’s Search for Meaning)>이지만 2005년 국내에 소개되면서 <죽음의 수용에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나중에 검색해보니 안나 S.레드샌드가 지은 빅터 프랭크 평전(2008)에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다시 학교를 다닌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꽉 짜인 일상에 학교를 ‘간다’를 덧붙이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빅터 프랭크는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때를 돌아보며 자기가 그 모든 시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날이 올 것”(161쪽)이라며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역설한다. “그 긴장이란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 사이의 긴장이다. 이런 긴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Well-Being)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175쪽) 휴, 당분간은 그 말을 믿어 볼밖에.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가늠하다

일반론은 아니지만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인다. 우리보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래도 나는 살만한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역으로 ‘나는 이렇게도 살았으니 당신도 힘내서 살기를 바라’기도 한다(그렇지만 우리는 각자가 느끼는 고통의 차이와 정도를 이해해야 한다. 10의 고통을 가진 사람과 1의 고통을 가진 사람을 단순 비교하며 1의 고통이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신경전신과의인 지은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3년 동안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일들을 적어 내려간 것이다. 단순한 체험만이 아닌 의사로서의 분석과 치료가 이 책이 지닌 힘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내재적 효용은 최악의 고통에서 살아남아 타인의 고통 수치를 줄여주는 것이다. 그는 삶의 의지를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120쪽)로 표현하며 니체의 말을 인용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137쪽)고 말한다.  

지금도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경우(사람)가 많다. 돈은 없고, 일자리는 찾을 수 없고, 앞날은 막막하고…. 순환론적인 이 고민이 개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세상을 탓하고, 나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빅터 프랭크는 자신의 존재를 찾을 것을 당부한다.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지속시켜야 한다는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142쪽)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Psyche)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 (183쪽)고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138쪽) 

우리는 살아있기에 열심히 태엽을 감을 수밖에 없다 

빅터 프랭크가 강조한 존재와 삶의 의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열심히 태엽을 감으며 살 수밖에 없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있기에 사는 삶 보다는 살아가고 싶은 삶이 더 우리를 의미 있게 만든다. 그게 바로 꿈이다. 지금은 연기자로 더 인식되는 신성우는 1992년 <내일을 향해>로 데뷔했다. 테리우스라는 별명답게 멋진 외모와 근사한 음색도 인기 요인이었지만 그의 노래에는 내일, 희망, 꿈같은 단어들이 존재했다. 그의 꿈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그는 자신이 불렀던 노래처럼 꿈을 찾고 이루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메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반납일자와 함께 누군가가 예약대출한 내역이 도착했다. ‘필독도서’라서 읽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책이 그들에게 희망을 기억하게 하고 꿈을 찾아줄 수 있기를. <재즈 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 피플> 보러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