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지 못해 미안해 민용 in 재즈피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29 - 쿨하지 못해 미안해

「쿨하지 못해 미안해(No Cool I'm Sorry)」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 Album form UV, 「쿨하지 못해 미안해(No Cool I'm Sorry)」 중

본질적으로 쿨할 수 없는 인간

한참 전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본 글은 드라마 대사라고 했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진짜 쿨한 게 뭐냐면, 진짜 쿨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쿨한 거야. 좋아서 죽네 사네 하는 남자가 나 싫다 그러는데 오케이, 됐어, 한방에 그러는 거 쿨 한 게 아니다. 미친 거지.”(드라마 <굿바이 솔로> 중) 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금언(金言)을 다짐처럼 적어놓고도 쿨하지 못해 미안해하는 게 결국 인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인터넷 판 연예뉴스를 보다가 단박에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었다. 유세윤과 뮤지(하이사이드)가 부른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다. 그 옆에는 당당하게 ‘No Cool I'm Sorry’라고 적어 놨다. 앞서 유세윤이 불렀다던 「박대기송」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여기저기 검색해서 뮤직비디오를 봤다. 사람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생각보다 노래가 좋았다. 본인들의 노래를 퍼니 소울 팝(Funny Soul Pop)으로 정의할 만큼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 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So So Cool’로 시작되는 가사는 압권이었다. 반면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로 이어지는 중독성 있는 매끈한 후렴구도 이 곡의 매력이다.
 
 


아,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딴 생각 중 하나. 요즘 노래에서는 미니홈피라든가 일촌이라든가 하는 표현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 노래에도 일촌 끊은 걸 후회하는 가사가 있다. 요즘엔 트위터가 대세라던데 얼마 안가 ‘나를 따르는 팔로어는 1만 명, 하지만 그 중 너는 없어’ 같은 표현들도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미니홈피와 트위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1人입니다. 흑.)

더럽고 치사해도 떨쳐버릴 수 없는 감정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죽음의 5단계’라는 이론을 통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과정을 거쳐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이 노래에서도 헤어짐을 부정하다가 ‘너는 쿨해 넌 참 좋겠다 그래 참 좋겠다 나만 울어 너는 웃어 나는 울고 너는 웃어’라며 분노하고, 문자를 보내며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낀다. 다시 일촌을 맺을까 고민도 한다. 하지만 끝난 연애라는 건 매달리고, 울고, 좌절해도 달라지지 않는 결과만 남아 있다. 누군가는 상대편이 매달리는 게, 우는 게, 좌절하는 게 싫어서 더 빨리 헤어짐을 향해 달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매달리는 사람도, 매달리는 게 싫은 사람도, 헤어짐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뒤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헤어져서 ‘만신창이’가 된 뒤에는 책보다 사람이 고맙다. 대책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연애가 단순히 타인과의 교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타인과의 관계 문제는 물론 자기 자신의 문제도 연애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연애가 끝난 후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 셈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건 나를 반추해볼 수 있는 책들이다. 필자가 ‘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2007년 무렵이었다. 당시엔 자기치유 류의 책에 손을 뻗을 만큼 절박한 심정이었다. 책장에서 찾아보니 당시 읽었던 책 중에서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이 눈에 띄었다. 아래 내용에 북다트가 끼워져 있었다.  

(헤어짐의) 애도 가정을 의식적으로 충실히 이행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우선 현재의 사건에서 비롯된 모든 감정을 잘 극복하면서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충분한 애도 과정을 거친 다음 새로운 애착 관계를 맺을 때는 좀 더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내면에 형성된 환상이 아니라 상대의 현실적 모습을 보고, 정서적으로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지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고, 두 사람의 성격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시간을 들여 점검해보세요.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다음에 비로소 정서적인 밀착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첫눈에 반해 앞뒤 없이 휘몰아치는 사랑은, 냉정히 말씀드리면 신경증끼리의 만남입니다. 젊은 시절에 한번 해봤으면 충분합니다.

-김형경, <천개의 공감>, 한겨레 출판, 155~156쪽

3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엔 이 글귀에 왜 그렇게 감동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도 어떻게든 변화했기 때문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흘러야 한다면 좋은 쪽이 낫다. 단순하지만 그때는 할 수 없었던 생각을 지금에 와서야 한다. 돌아보면 쿨하지 못해서 (너에게) 미안한 것보다 찌질해서 (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크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야 했던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