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오디세이> - 태초에 목소리가 있었다 블로거, 책을 말하다

김형태, <보이스 오디세이>, 북로드, 2007


우리는 대인 관계에서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기 주장을 말할 때, 가장 유용한 도구로서 목소리를 이용하게 된다. 물론 문자 등의 강력하고 오래동안 증거로 남는 도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의사표현에 사용되기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면이 있다. 분명 목소리를 사용하는 대화는 가장 편리하고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기독교에서는 세상을 창조하는 하나님의 기술도 결국은 목소리였다.(빛이 있으라는 말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인류 진화에 있어서 인간을 서로간에 연결시키고, 공동의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게 했던 것은 분명 목소리다. 동물들도 목소리를 신호로 사용해서 위험을 알리고, 공동체를 유지한다. 언어라는 구체적인 도구는 인간이 가지는 목소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창작물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목소리를 이용해서 인간이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은 그 밖에도 많다.

인류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감각 기관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천둥 번개가 가지는 고유한 소리를 알아 차렸고, 야생의 다양한 소리를 통해 어둠속에서도 적과 먹이감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점점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목소리는 보다 강력한 수단을 제공해 준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것은 언어의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음악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쉽사리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 인간이 가지는 목소리(보이스)가 여러 분야에서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분석한 책이다. 어쩌면 문자가 발명되면서 역사적인 지식 전달 수단으로서는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지만, 영상 매체가 탄생하면서 다시 그 위용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영상(TV, 영화, 인터넷 동영상 등)은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와 소리로 구성된다. 특히 민주주의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선거는 후보자의 연설이나 토론을 보고 평가하는 성향이 적지 않으며, 목소리는 대단히 큰 매력(혹은 반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저자는 의사이자 국내 최초의 목소리 전문클리닉인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소장을 운영하는 말 그대로 목소리에 과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다. 그가 밝히는 목소리의 비밀은 자못 충격적이다. 성전환수술을 받고도 목소리는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 여성의 목소리 속에 들어 있는 남성성을 자극하는 호르몬, 동물들의 목소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목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엄청난 희생, 말하는 로봇 등 많은 관심거리를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사실 특별하게 거슬리는 목소리를 가지지 않는 평범한 살마들이라면 목소리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그러나 목소리의 영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존재한다. 과거-현재-미래까지 목소리가 가지는 영역과 변천과정을 추적하고 그 중요성과 효용, 그리고 그것들이 작동하는 과학적 원리까지 함께 알아보는 것도 대단히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노래 부르듯 신나고 즐거운 전문가가 들려주는 천상의 하모니, 재미있게 풀어 쓴 목소리의 신비를 밝히는 [보이스 오디세이]에 귀를 쫑긋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오늘의 책을 리뷰한 '정만서'님은?

40 세 직장인이자 학생의 신분으로 과학과 경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과학자들의 노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그래픽 디자인을 취미로 배우고 있다. 년간 독서량은 250 권 정도, 특기는 속독법 5 단이다. 독서에 관해서는 "깊게 파기 위해서는 먼저 넓게 파라" 는 말을 신조처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