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그것! 민용 in 재즈피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31 - 전 세계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그것! 

「Seduce」

한번더 조금더 너의 입술을 내게 가져와
아직은 놓지마 내게 미친듯 너를 홀려와
여기든 어디든 네가 누구든 난 상관없어
지금이 아니면 넌 날 다시는 볼 수 없어
네 기회는 한번뿐야

* Album form 이윤정, 『육감 (六感)』「Seduce」 중 



19세 미만은 알아서 눈 가리세요

“섹스가 억압된다면, 다시 말해서 금기가 되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 침묵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면, 누군가가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치 고의로 규칙을 어기는 것처럼 보인다.”
미셀 푸코(<성의 역사> 중)의 지적처럼 성(性)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죄악시되는 시기가 있었다. 성에 대한 통제가 사회적 산물로 인식되고 역사적·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킨제이와 20세기 성 연구>를 쓴 조너선 개손 하디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에 관한 한 암흑시대 같았던 20세기 무렵에 사람들은 각종 카탈로그와 지침서 등을 통해 성적인 만족을 추구하며 성에 관한 지식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일부에서는 ‘포르노’라고 비난했기 때문에 이 책들은 몰래 구입해서 읽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3억부나 팔려 나간 리틀 블루북 시리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은 성에 관한 정보에 항상 목말라 했다. 오늘날 각종 매체를 통해 이런 정보들이 지나치게 넘쳐 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렇게 급변하기까지는 한 세기가 채 걸리지 않았다.” (122쪽) 

 

알프레드 킨제이(1894~1956)는 혹벌을 연구하던 동물학자였으나 1930년대 말 인디애나 대학에서 ‘결혼 강의’를 맡기 시작, 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이라는 동물의 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금기시되어 있던 성을 연구하면서 1만 명 이상의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사람들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성행위를 분석했다. 그 결과물이 흔히 ‘킨제이 보고서’라고 불리는 <남성의 성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1948)와 <여성의 성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1953)이다. (<킨제이와 20세기 성 연구>는 이 두 권의 책이 킨제이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킨제이 보고서’라는 명칭을 싫어했다고 한다. 또 어떤 자료에는 위 두 책의 명칭이 언론에 적합하지 않아 ‘킨제이 보고서’로 쓰기 시작했다고 되어 있다.) 당시 이 책들은 사회적 파장과 관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으며, 특히 <여성의 성 행동> 보고서는 발간 2주만에 6쇄(18만 5천부)에 돌입했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그것!

‘전 세계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그것!’. 2005년 국내에 <킨제이 보고서>를 개봉하면서 내건 카피다. 포스터에 강렬하게 ‘SEX’를 써넣거나 마광수 교수와 함께 하는 시사회 등을 주최해 이야깃거리를 부풀리기도 했지만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선정성이나 몇몇 장면의 노출 수위 등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생각보다 덜 야했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국내에서는 ‘성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처럼 소개되었지만 영화의 원제는 <Kinsey>이며 인간의 성행동을 연구한 ‘킨제이’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내 포스터에는 ‘Let's Talk About Sex’라는 타이틀이 작게 쓰인 정도다. 아직 ‘킨제이 보고서’도 번역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킨제이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그의 연구는 여전히 학계나 사회적 평가도 엇갈린다. 그런 면에서 빌 콘돈의 영화와 하디의 평전은 ‘인간 킨제이’에 초점을 맞춘다.  

 

<킨제이 보고서>를 감독한 빌 콘돈은 “킨제이는 미국인들이 성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바꾸어 놓았지만, 현재 그는 거의 잊혀진 상태”라고 이야기한다(네이버 영화 정보 중). “킨제이는 각각의 사람들은 독특한 성적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성에 관해 이야기 할 때에는 ‘보편적이다’ ‘드물다’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며 ‘정상’ ‘비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처음으로 말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에도 여전히 급진적인 개념입니다.” 영화를 통해 노출 수위를 따지기보다는 킨제이라는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를 바란 언급이다. 

그리고 하디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는 킨제이의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킨제이가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 사람들에게 쓴 4만~5만 통의 편지들 중 일부만 읽어보아도 그가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안도감을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다. 자위행위는 전혀 해롭지 않으며, 동성애는 흔한 것이고, 성욕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없는 것도 정상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받았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예전의 학자들과는 달리 킨제이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킨제이는 또한 헨리 밀러나 D.H.로렌스와 마찬가지로 성에 관한 이야기를 금기의 영역에서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 (480쪽)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