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루> - 어린 시절에서 빌려운 짧은 시간의 아름다움 책, check, 책

안나 가발다, <아름다운 하루>, 문학세계사, 2010

 

“시몽 오빠와 롤라 언니는 황금시대를 기억하고 있다. 빌리에라는 깡촌에서 살던 그 때 말이다. 우리 모두가 그 시골구석에 살던 시절,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행복해하던 시절. 그때 세계의 시작은 집 앞이었고 세계의 끝은 마을의 끝자락이었다.” (56쪽)

어린 시절, 그 작은 몸이 기억하는 세계 안에 가장 빛나는 인생의 한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상을 다 알지 못해서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 그렇게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익숙함의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주며 충만한 행복으로 서로를 채워주던 그 시절, 우리 모두의 황금시대는 이미 와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오늘, 그 때보다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휘청거리며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그 때 그 시절의 아름다움은 더없이 소중하고 그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의 작가 안나 가발다의 <아름다운 하루>는 바로 그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진 소설입니다. 혹은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모든 어른들의 현재에서 출발해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기이기도 합니다. 이는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시몽, 롤라, 가랑스, 벵상, 이렇게 네 형제자매가 각자의 일상에 메어 있는 어른의 현실로부터 일탈해 그들이 공통된 세계로 묶여있던 어린 시절의 애틋함을 되새기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사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 형제자매는 제각기 변화된 모습으로 만나, 변하지 않은 그들의 기억을 꺼내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불청객처럼 오빠 시몽의 옆을 차지하고 있는 까다로운 올케, 언니 롤라가 겪은 이혼의 상처 그리고 부모님의 이혼 등. 어린 시절의 완벽한 세계를 깨트리는 것은 언제나 시간의 흔적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의 존재로 인해 지나간 시절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각자의 일상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더 이상 어린 아이일 수 없는 어른들은 그 시절의 추억을 통해  불청객처럼 찾아온 시간의 아픈 흔적을 위로하고 다시금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하루’의 일탈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가랑스의 말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죠.

“저 세 사람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우리의 어린 시절에서 남겨진 마지막 순간을 살고 있다는 느낌…… […]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것, 그리고 우리 넷이 느끼고 있는 이것은 약간의 여분일 뿐, 잠깐 붙잡아 놓은 것, 잠시 동안의 여유, 한순간 허락받은 은혜. 다른 이들에게서 훔쳐온 몇 시간……” […] 한 계절이 끝나갈 무렵, 무너져가는 성의 발치에서 정말로 소중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변화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뜻을 모아 감행한 우리의 탈출을, 이 정겨움을, 어쩐지 부드럽지만은 않은 이 사랑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끈을 놓아버려야 하겠지. 잡았던 손을 놓고 결국엔 강해져야 하겠지.”
(135-136쪽)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사는 게 다 그런 거니까(c'est la vie).” 또다시 우리는 힘을 내 오늘을 살아나갑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