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주치의 제도> - 온 국민에게 주치의가 필요해! 책, check, 책

고병수, <온 국민 주치의 제도>, 시대의창, 2010


“‘주치의主治醫’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정해진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즉, 내가 아플 때 나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의료 행위를 펼치는 의사입니다. 물론 다른 의료진이나 주위의 손길이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을 연결하며 나를 책임지는 의사를 주치의라고 합니다.” (95쪽)

이제껏 큰 병 한 번 앓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온 나에게 ‘주치의’란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듯이, 심한 병세를 보이는 환자를 전담하거나 부유한 이들의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주는 의사쯤으로 생각되었다. 더욱이 병원이라고는 다른 사람의 병문안이나 사랑니 빼느라 어쩔 수 없이 갔었던 치과가 전부였고, 그나마 그 병원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치료를 권유받는 통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잘 살았을 것을 괜히 일러주어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자기 잇속을 차리려 한다'고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인상만 더해가지고 돌아왔었다. 

그런데 이 책, <온 국민 주치의 제도>은 대기 시간 1시간을 기다려 고작 3분 정도에 불과한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실천적 대안으로 ‘주치의 제도’를 제안한다. 그것도 큰 병원의 전문의가 아닌 동네 병원의 일반의을 중심으로 한 주치의제도를. 그렇게 실제로 동네 병원을 운영해 봤던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 고병수는 ‘우리 건강도 살리고 동네 병원도 살리는’ 대안으로 국민 모두가 주치의를 갖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주치의제도'란 무엇일까? 

이를 말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을 대신하는 주인공 ‘유별난’을 내세워 그가 운영하는 동네 병원의 사소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 의료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의사의 모습이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으로서 주치의제도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그러므로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유별난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도 그들이 간과해버리기 쉬운 ‘의료전달체계’의 긍정적인 기능과 효과가 무엇인지, 그 체계 안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동네 병원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질병은 하나의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영양 상태, 위생, 면역력, 생활환경 등과 같은 개인의 상태와 병원체나 발병인자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직접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가정의학의(한 분과에 집중되어 있는 전문의와 구분되는 일반의로서)’처럼 개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고 통합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행위가 실제 우리의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문의 양성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의료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의료전달체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온 국민 주치의 제도>는 저자 자신이 직접 체험한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올바른 환자와 의사 관계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의료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재 우리 의료의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외국의 사례를 통해 주치의제도가 도입된 과정과 시행 현실, 문제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대안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을 들여준다. 

특히, 의료제도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 만큼,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는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의료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국가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따라서 저자는 의사인 자신들이 처한 의료계의 현실, 즉 주기적으로 의료수가와 씨름 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받아 병원 살림을 꾸려야 하는 의사들의 입장뿐만 아니라 1차 의료에 해당하는 동네 병원을 무시하며 무조건 큰 종합병원과 전문의만을 신뢰하는 환자들의 잘못된 태도 그리고 공공의료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 마련 없이 국민의 건강을 개인의 차원으로만 돌리고자 하는 국가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