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코드> - 내 안에 너를 초대하는 소통의 코드, 부끄러움 책, check, 책

신화연, <부끄러움 코드>, 좋은책만들기, 2010

 

이 책을 집어든 순간, 가장 최근에 부끄러웠던 기억을 무턱대고 떠올려본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그때 내가 왜 그랬지?’라는 자책과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이 번갈아가며 마음속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나 솔직히 그때 내가 무엇을 했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 기억을 입 밖으로 꺼내 놓는 순간, 나는 다시 부끄러워질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내 안에 가두어둔다고 해서 부끄러움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기억은 문득 떠올라, 그것이 데리고 오는 부끄러움의 감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난 그때마다 또 매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다시는 부끄러워지기 ‘싫다’.

그런데 이 책, <부끄러움 코드>는 오히려 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아니 정확하게 말해 “부끄러움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사회심리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부끄러움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우리 사회 현재의 상황과 그것이 수반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분석, 그리고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부정적 의미로서의 부끄러움에 대한 재고에 기반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요즘 우리는 “왠지 자기도취적 뻔뻔모드가 성공을 향해 열린 탄탄대로인 것 같고, 인간관계를 주도하는 결정적 능력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는 반면에, “뭔가 잘못했다 하면 금세 고개부터 떨구고 사과모드로 들어가는 이들”의 사회적 경쟁력은 실로 걱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끄러움은 패자의 감정이며, 희생자에게 강요된 사회적 족쇄 같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신화연은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잘못한 일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인간의 미덕이며 소중한 능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부끄러움은 내 인식의 넓이 안에 다른 사람의 시각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의 한계를 깊게 그리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강자(强者)의 감정” (20쪽)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일상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사회적응적인 부끄러움’과 ‘비적응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부끄러움’을 구분하고, 부끄러움의 심리적·철학적 정의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사람 사이에 공감과 소통의 길을 열어줘 개인이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적응적 부끄러움의 경영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결국 <부끄러움 코드>의 메시지는 그동안 경제발전과 압축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려 왔던 한국사회로 향해 간다. 다시 말해, 그 숨 막히는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라는 의식을 잃어버리며 가난한 정신세계로 부유한 물질세계만을 욕망해 온 ‘나’와 ‘너’에게, 사회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여 ‘우리’로 만나게 하는 부끄러움의 복원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등이 아닌 “2등의 아쉬움과 꼴등의 비애,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어중이떠중이들의 굴욕적 무난함까지도 따뜻하게 인지해주자”고, 이런 심리적 환경이 마련된 곳에서 부끄러움이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우리’가 되자고 말한다.

“이 부끄러움이 유발한 행동은 우리의 의식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채 마음을 쓰기도 전에 작은 몸짓으로 다가와 자아의 경계를 허물고 타아(他我)를 초대하는 부끄러움은 그래서 소통의 코드이고, 동시에 그들과의 관계를 꿈꾸게 하는 관계의 공간이다.”
(23쪽)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