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의 함정> - 위기관리 태도 블로거, 책을 말하다

엘리자베스워런 외, <맞벌이의 함정>, 필맥, 2004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한, 말 그대로 독립된 경제인이 된 이 시점에서 내 발달 과제 중 하나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자산관리 계획을 짜는 것이다. 부모님께 종속된 시절은 아쉽게도(?) 지나가고 귀찮고 겁나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절이 도래한 셈이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나는 내가 가진 것들과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결론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로도 나는 ‘경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고, 관련 서적이나 기사를 읽을라치면 두뇌회전이 급격하게 둔화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의존하고 싶은 내면의 욕구가 아직 내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두려움을 끝까지 파헤치는 것 – 이건 내밀하게 해야 할 작업이다- 그리고 행동하는 것이다. 행동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머리 아프지 않은 참고서적이 필요했다. 그 때 이 책을 권유 받았다. 그리고 고무적이게도 이 책은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이 책은 중산층 맞벌이 부부가 빠지기 쉬운 경제적 함정들에 대해 공감 가는 사례를 들어 개연성 있는 설명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안전한 주변 환경과 좋은 학군을 보장하는 지역의 주택을 얻고자 장기주택저당 대출을 받고 그것을 갚기 위해 빠듯하게 소비계획을 짜다가 실직이나 질병 등의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없어 결국 파산에 이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으로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저자들은 위기에 빠진 중산층의 현실이 과장이 아님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개인적 차원에서 저자들은 무리한 대출과 이로 인한 유동자금의 부족 현상에 대해 경고하며, 고정비용을 줄이고 보험이나 예금 등 위기에 대한 비상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유했다. 또 사회적 차원에서는 우리를 무리한 대출로 이끄는 금융환경에 대한 재규제와 지금까지 개인이 돈을 내고 책임져야 했던 ‘안전’과 ‘교육’을 나라가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적 개혁을 촉구하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집단적 목소리를 내자고 했다. 

이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문득 ‘불행’에 대한 사람들의 마술적인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행이 자기를 비켜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막상 불행이 닥쳐도 애초에 그것은 나에게 일어날 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마주 대하기에는 불행이라는 녀석이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대한 가장 손쉬운 방어는 ‘부정’이다. 현명함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보고 싶지 않은 현실마저도 보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중심적이고 마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일반적, 보편적 현실에 눈을 뜨고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우리 부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은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얘기해보았다. 가능성이 낮다고 믿고 싶지만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방어선을 쳐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두 번의 고민이나 대화로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필요성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조언들이 현실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또 한가지,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공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들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이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를 테면 직장여성이 받는 차별도 개인적인 문제뿐 아니라 근로자 전체의 문제, 여성 전체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경제적 문제도 나와 내 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중산층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나의 문제’ 가 곧 ‘우리의 문제’인 셈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태도는 분명 더 성숙한 태도임에 분명하다. 켄 윌버의 사고과정을 따른다면 그것이 더 확장되어 세계적, 생태적 차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문제는 일단 유보하더라도, 결국 개인적 위기가 곧 사회의 위기임을 인식한다면 해결책 또한 개인의 해결책만으로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으며 사회적 개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연대하고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할 일이 많다. 잊어버리고 피하는 식의 자기방어는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 나, 내 가족, 내가 속한 계층, 우리 민족, 세계인을 위해 깨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스타브로긴’님은?
읽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혼자서만 하다가 올해 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 책 리뷰와 일상사를 적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