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o - Zero Hour> - 반도네온과 탱고 반디 음악 광장

ASTOR PIAZZOLLA, <Tango - Zero Hour>, NONESUCH, 2007
 

탱고는 대부분 슬픈 음악과 연관됩니다.
제 생각에 탱고는 그리 깊이 있는 음악은 아니에요.
탱고는 현실을 투영한 것입니다.
에너지와 리듬이 매우 넘치는 음악이지만 깊이가 부족해요.
이 깊이를 더하려면 우리가 가진 어두운 면을 이용해야 하는 겁니다.
 

- 훌리오 페랄타, 탱고 밴드 '아스띠셰로'의 피아니스트


탱고음악의 원형은 4분의 2박자 리듬으로 연주되는 밀롱가(Milonga)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탱고를 추는 장소의 이름 역시 밀롱가이다. 밀롱가를 추는 장소이니까 밀롱가, 밀롱가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름도 밀롱가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탱고는 발생부터 이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천한 음악인 셈이다. 이 음악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탱고로 발전하는 데에도 이민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다름 아닌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통해서였다. 


<Bandoneon>


반도네온은 원래 독일에서 만들어졌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멀고 먼 아르헨티나로 건너와서야 탱고 음악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초보자가 듣기에도 반도네온은 무척 장중한 느낌을 주는 악기이다. 아마도 기존 클래식 장르에서 좀처럼 써먹기 힘든 악기였을 것이다. 리듬 파트에 쓰기에는 너무 소리가 강하고, 멜로디 파트에 쓰기에는 너무 느리다. 게다가 소리가 무척 장중하고 강해서 협주를 하면 다른 악기들이 다 묻혀버린다. 아예 처음부터 반도네온을 중심으로 곡을 짜지 않으면 활용하기가 힘든 악기인 것이다.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반도네온은 서민적이고 신나는 리듬의 밀롱가를 정교하고 우아한 탱고로 변신시켰다. 탱고의 장중하고 힘있는 스텝은 다름 아닌 반도네온의 '우웅~~~!'하는 소리로부터 비롯된다. 반도네온의 등장으로 탱고 음악은 4분의 4박자 내지 4분의 3박자로 느려졌고, 음악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다워졌다. 땅게로스들은 4분의 2박자에 맞춰 움직이느라 급하게 스텝을 밟는 대신 감정을 표현하고 갈고 닦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탱고를 길거리 놀이에서 체계를 갖춘 무용으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한 스텝 - 오쵸 - 가 등장했다. 오쵸는 리드와 팔로우 사이에 복잡한 패턴을 구사할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탱고를 단순한 사교 댄스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무용으로 탈바꿈시켰다. 


반도네온이 독일에서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너무 슬픈 소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그 슬픈 소리가 아르헨티나인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았을까. 아르헨티나는 식민지에서 선진국의 자리로 뛰어올랐다는 자부심을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에 아르헨티나인들이 본 것은 그동안 묻혀온 슬픔과 고통이었다. 가장 빛나던 때에 그들은 슬픔을 이야기했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춤을 추었다. 남의 나라를 정복하고 지배만 해 온 유럽인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 오필리어님의 탱고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오필리어' 님은?
주변인도 본인도 실명보다 ‘오필리어’라는 닉네임이 편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중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마한 지 만 4년이 넘었다. 마실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뒤 추출해 마시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몸은 편하게 마음은 무겁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근대 문인의 지식축적 과정으로 학위논문에 몰두하려 애쓰고 있으나 트위터에 엄청난 방해를 받고 있다. 주소는 http://twitter.com/ophellia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