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프로젝트: Day Off> - 베란다 프로젝트 [Day Off] 반디 음악 광장

김동률, 이상순, <베란다 프로젝트: Day Off>, MNET MEDIA, 2010 

 

귀향』에 이어 『잔향』으로 이미 김동률은 그 어떤 한 지점에 올라섰다. 알고 배운 모든 코드 진행과 궁리하고 터득해 온 모든 편곡 실력과 부릴 수 있는 멋까지 다 부려봤다. 그가 존경해 온 ‘끌라우디오 발리오니’나 ‘윤상’의 감수성과 호소력마저 능가하는, 클래시컬한 발라드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내공이 그 곡을 정점으로 산화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힘을 빼기다. 하지만 힘을 빼는 건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힘을 빼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다음의 스윙을 위한 예비 동작에 불과하다. 그것이 강타이든 연타이든 간에 일단 힘을 뺀다는 것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준비에 다름 아니다. 『Monologue』 (2008)가 그랬다. 그것만으로는 완벽치 않지만 다음의 스윙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는 담고 있던 순간.

이상순은 누구보다도 개방적인 마인드의 기타리스트다. 기타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배움의 열의와 더불어 쉽게 갖추기 힘든 음악에 대한 개방적인 시선도 갖고 있는, 스타일에 구애 받지 않는 다재다능함이라면 누구에게도 모자람이 없다. 그러면? 이를테면 힘을 빼고 다음을 모색하려는 김동률에게 새로운 경로와 접근 방법을 같이 고민해 줄 가장 적합한 자질을 갖춘 인물이 이상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현실은 그 이상이다.

뭔가 뻔한 듯 귀가 쉽게 반응하지만 억지스러운 답답함이 없이 매끈하게 선율을 풀어내는 「Bike Riding」과 「어쩐지」가 기본적인 톤을 셋업하면, 한편으로는 이상순의 미니멀한 기타가 완벽한 한 여름 오후의 느긋함을 그려내는 「벌써 해가 지네」의 미묘함이 한 축으로, 「기필코」의 직선적이면서 명료한 선율의 움직임이 또 한 축으로 절묘한 균형을 맞춰댄다. 역시나 김동률의 주특기인 벅찬 달림과 전매특허 스트링으로 수를 놓는 완벽한 미니 드라마 「Train」이 속도를 내더니만, 이상순의 몽환적인 어프로치 「단꿈」 이 앨범 전체에 전혀 위화감을 주지 않으면서 톤을 다운시켜 서로의 빈틈을 절묘하게 메워낸다. 협연 앨범이 가진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감성. 자전거, 이국, 오후, 느긋함, 여행, 기차, 무료함, 한적함, 꽃 그리고 휴식. 디카 대신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모던함이 아닌 나무가 삐걱대는 낭만이, 더우면 냉차에 비스듬히 누워 맞는 잔잔한 바람으로 만족스러울 듯한 일상의 사치스러움이 모여, 풍부한 어쿠스틱 사운드가 가진 유려함에 완전히 호응한다. 무엇보다도 저 탁월한 선율감. 김동률이 예정처럼 피아노의 규칙적인 코드 진행만으로 상투적인 멜로디를 뽑아내지 않고 그 대신 이상순의 기타, 그 톤이 자아내는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통해 다양한 느낌을 그려낸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누가 먼저고 나중이랄 것 없이 어느 곡에서든 서로의 장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과거 ‘어떤 날’ 의 음악에서나 들을 수 있던, 서로 다른 둘의 감성이 드러내는 교묘한 어울림이 데자뷰처럼 스쳐갈 정도다.

김동률의 경로 변경은 불과 두 장만에 완전히 성취되었다. 목소리만 빼고 모든 부분에 힘을 완전히 뺀 채 자연스러운 스윙 궤도만으로 멋진 타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상순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더없이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김동률의 후속작만큼이나 이상순의 솔로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투째지'님은?
웹진 음악취향 Y(cafe.naver.com/musicy) 를 아지트 삼아 넷상에서는 투째지(toojazzy)라는 필명이 김영대라는 본명보다도 익숙해진지 13년째. 『90년대를 빛낸 명반 50』, 『한국힙합, 열정의 발자취』, 『힙합, 우리 시대의 클래식』 등 몇권의 책도 썼지만 인세나 원고료를 통한 밥벌이는 꿈도 못꾸도 있는 세미프로 음악 평론가.  음악이 세상을 구원해 줄 날을 고대하며 현재는 미국 시애틀에 머물며 워싱턴대에서 음악 인류학(ethnomusicology)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