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 in 재즈피플]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민용 in 재즈피플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37 -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Dear Son」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
나를 닮은 아들아
넌 멀리 보게 되고 넓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렴

* Album form 이승환, 『Dreamizer』「Dear Son」 중  


나에게 들리는 따뜻한 노래

이승환의 『Dreamizer』에 수록된 「Dear Son」은 2007년 방영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시리즈 중 ‘안녕 아빠’ 편을 보고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승환의 노래에는 ‘가족’이 종종 등장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발표한 3집 『My Story』(1994)의 마지막 트랙은 「내 어머니」다. “어머니 날 아시죠. 외롭고 약한 나를 세상물정 모른다 하시며 걱정하셨죠. 하지만 이제 아니죠. 내 어머니 당신께 약속드릴 게 있어요. 이제부터 당신의 강한 아들이 될 수 있다고” 1997년 발표한 5집 『Cycle』의 「가족」은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며 많이 알려졌다. “힘이 들어 쉬어가고 싶을 때면 나의 위로가 될 그때의 짐 이제의 힘이 된 고마운 사람들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안녕 아빠’에서의 ‘아빠’는 남매의 아빠보다는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서의 아빠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았지만)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Dear Son」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라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너와 먹고 자고 씻고 입고 울고 웃고... 가르쳐줄 게 좀 더 남았는데...”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부제를 단 <윤미네 집>은 전몽각 선생이 1964년부터 1989년까지 장녀 윤미씨를 비롯해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1990년 약 1천부만 초판으로 출판되어 중고서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책이었다. 수집가들의 애도 꽤 많이 태웠다고 한다. 이 책이 2010년 빨간 옷을 입고 다시 세상의 빛을 봤다.  

책을 받아들고 집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사진을 훌훌 넘겨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것이 아버지의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를 바라보는 그 따뜻한 시선이 가족들의 모습에서 반사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이에 대한 신뢰와 사진 속에 있는 이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묶여 있었다. 전몽각 선생은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것 같았다. 솔직히는 그렇게 따뜻한 시선 속에 자란 윤미씨가 부러웠다.  

누군가가 나를 그토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혹자는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가끔이라도 그 시선을 느끼며 살 수 있었던가. 가족은 늘 아름답기만 한 이름이 아니다. 특히나 가족에서 태어나 가족으로 마감하는 우리네 가족들은 애증병존(愛憎竝存)의 장이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TV 속의 가족주의 신화를 들춰내지 않아도 좋다. 안에 있으면 벗어나고 싶고 밖에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감정은, 서른 해를 넘기고서도 계속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의 그들을 따뜻한 시선만으로 바라볼 수 없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머잖아 필자도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랄 즈음엔 <윤미네 집>을 떠올리게 될 거다. 그리고 그들을 사진 속에 담으며 다시 한 번 <윤미네 집>을 떠올리게 될 거다. 아마도.

덧붙임.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을 읽었다. 여기에도 ‘심각한’ 가족문제가...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