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정원> - '지의 전체상'을 위한 교양이 필요해 책, check, 책

다치바나 다키시, 사토 마사루, <지의 정원>, 예문, 2010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서가에 빽빽이 꽂혀 있는 책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서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책을 하나 꺼내듭니다. 집에 돌아와 그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지식 하나가 더 늘어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방 안에 있는 책꽂이에 그 책을 고이 꽂아두고, 또 한 번 흐뭇해합니다. 돌이켜보니, 제 독서는 꼭 이랬던 것 같습니다. 이 책, <知의 정원>을 읽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마치 이름 모를 꽃을 하나씩 사 모아다가 좁은 방에 가득 채우고, 정체 모를 향기에 취해 있는 것처럼, 제 독서는 한 권, 한 권의 책에서 끝났을 뿐, ‘지의 정원’ 혹은 ‘지의 전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꽃의 향기는 이름을 잃었고, 저의 독서는 길을 잃었습니다. 

‘지식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지식의 괴물’ 사토 마사루의 대담으로 채워진 <지의 정원>은 그들을 수식하는 호칭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수많은 책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우리를 ‘지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대담은 ‘책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로까지 이어집니다. 책과 세계의 관계 속에서, 세계를 보기 위해 책을 꺼내들고, 책을 통해 다시 세계를 보는 그들의 독서가 책 하나 하나의 의미와 가치에 맞는 자리를 찾아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갑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들이 걸어간 자리마다 그에 알맞은 책들이 가지런히 꽂히며 거대한 서재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사람이 각각 꽂아나가는 책을 따라가다 보면, 그 길이 점점 더 길고 넓어져, 모든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 그들의 대담이 만들어나간 새로운 서재 안에서라면,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많이 읽고 싶은 사람, 많이 읽어야 할 사람 모두가 제각기 자신에게 필요한 독서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교육, 정치, 종교, 사회, 역사, 과학을 아우르며 폭넓게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책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양은 다른 말로 하면 인류의 지적 유산입니다. 그래서 교양 교육은 지적 유산의 재산목록을 가르치는 것이 됩니다. 지식의 전체상을 그리도록 하고, 지의 세계의 끝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지점으로 학생을 데리고 가는 것이 교양 교육이라고 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128쪽)

“고전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경우 전제나 배경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내실 있는 논의가 불가능한데, 그때 전제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고전입니다. 단, 고전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군요. 메이지 시대에는 메이지 시대의 고전이, 현대에는 현대의 고전이 존재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108-109쪽)

우리는 현재,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시간과 정보는 곧 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책 속에서 사토 마사루와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적하고 있듯이,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자기 목적에 따라 수단으로 흡수”하고,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정보를 넘겨보다가 찾는 단어가 걸리면 그것으로 충족이 되는, 인풋(input)이 아니라 스루풋(throughput) 검색을 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얻어진 지식과 정보는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의 쓰임을 다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장님 코끼리 말하듯’ 단편적이고 불연속적인 지식만으로 정작 코끼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코끼리에 대해 말하는 격입니다. 그러므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그들이 강조해 말하는 ‘지의 전체상’이고, 이를 위한 ‘교양’이며, 결국 ‘책’입니다.

저는 이제, 잃어버렸던 독서의 길을 다시 찾아 새로운 서재를 꾸려나가려 합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