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이라고 하면 어떤 것을 떠올리는가. 판타지? 라이트노벨? 물론 환상문학이라는 범주가 판타지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판타지는 이미 과다상태이다. 게다가 그것들 대부분이 검증받지 않은 채 출판되는 만큼 환상문학은 곧 싸구려 3류 판타지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진짜 환상문학 팬들(1세대 판타지를 포함해 서구의 판타지를 좋아하는)이 '환상문학'과 '한국 판타지'를 다른 선상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J.톨킨이나 A.르권으로 대표되곤 하는 서구적 환상문학이 단순히 국내에서 출판되는 '양산형 판타지'와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데, J.톨킨이 만들어낸 세계관을 대부분의 판타지들이 따름으로서 보편화되긴 했지만 사실 J.톨킨이 만들어낸 중간세계나 A.르권이 만들어낸 '어스시'라는 세계. 그리고 1세대 판타지를 대표하는 이영도씨가 만들어낸 '새 시리즈'의 세계관이 전형적인 환상문학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작가의 세상에서만 존재하는 세계관을 치밀한 문체와 환상적인 소재들을 바탕으로 '웰메이드'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양산형 판타지는 세계관의 특이성 자체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환상문학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리고 <얼음나무 숲>은 일반적인 문학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개성적인 캐릭터, 그리고 세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멋진 환상문학이다. '천재적인 음악가'라는 음악적 소재와 '전설'로서 존재하는 환상적인 소재가 미묘하게 크로스오버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는 그야말로 <얼음나무 숲> 특유의 긴장감과 매력을 만들어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얼음나무 숲>의 서사는 복잡할 뿐더러 매우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단순히 '리뷰'에서 이야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작품을 읽어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데, 일반적으로 음악계의 갈등이라고 했을 때, '자유분방한 천재'와 '노력하는 범인'의 피할 수 없는 충돌과 그 안에서 '노력하는 범인'이 가지는 고뇌를 베이스로 한다면, 얼음나무 숲에서의 갈등은 이와 조금 다르다. 얼음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둘 다 천재이다. 물론 하나는 전형적인 '이해할 수 없는' 천재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그 천재의 실력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감정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또다른 천재이다. 그리고 그 두 천재는 서로에 대해 항상 '박탈감'을 가지고 서로를 경외한다. 단지 그런 '갈등'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할 수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은 그야말로 작가의 능력에 기반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현실적인 갈등 뿐만이 아니라 '음악'의 세계를 '얼음나무 숲'이라는 전설에 연관시켜서 환상적인 요소를 덧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단순히 '감동적'인 것을 넘어서 '압도적'인 힘으로, 작품 내에서 감상하는 청자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를 감상하는 독자 또한 천재들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음악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천재들과의 갈등과 이런 환상적인 요소, 그리고 계속해서 긴장감 있게 몰아치는 에피소드들의 전개는 그야말로 독자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얼음나무 숲'이 가지는 매력은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천재들의 갈등과 환상과의 연계를 뛰어넘어 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짜임새'로서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천재와는 다른 방식의 천재-사교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를 두 천재와 동시에 연계시켜, 세 사람을 절친한 친구이면서도 특별한 관계를 형성시킨다. 그럼으로서 단순화될 수 있는 갈등구조를 복잡화시키며 식상하지 않는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런 '환상'과 '음악'이라는 소재를 접함시킴으로서 다른 환상문학과 음악을 소재로 한 문학들이 가지지 못한 특이한 분위기와 매력적인 요소를 만들어내었다. 그야말로 환상문학의 팬이라고 자청한다면 한 번 쯤은 읽어야 할 한국 환상문학계의 고전이 아닐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행복한 벌레'님은?
매일매일 학점을 걱정하지만 걱정하면서 놀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공대생이지만 전공보다는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는 시간보다 책을 읽거나 영화시사회나 각종 공연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은 특이한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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