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식탁> - 진화론을 둘러싼 피튀기는 설전 블로거, 책을 말하다

 

장대익, <다윈의 식탁>, 김영사, 2008

 

정말이지 놀랍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일곱째 날)을 읽기까지 논쟁의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가를 두고 호기심에 압도되어 단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표지 이미지에서 보듯이 리차드 도킨스스티븐 제이 굴드 등 전 세계 생물학의 거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진화론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인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상황은 이렇다. 2002 년 5월 20일,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이자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인 윌리엄 해밀턴 박사가 아프리카 콩고에서 말라리아로 운명을 달리한다. 세계적인 석학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옥스퍼드 대학교 칼리지의 예배당에서 거행된 그의 장례식에는 그의 오랜 학문적 동지들인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의 생물학 대가들이 모두 참석하게 된다. 


스티븐 제이 굴드                                              리차드 도킨스 

중요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종처럼 잡기 힘들다는 것을 직감한 학술지 편집장인 스티렐니와 생물철학자 엘리엇 소버가 장례식에 참석한 대가들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하게 된다. 바로 "진화론을 둘러싼 그것의 혈전을 한번 결판내 보자는 것" 이다. 진화론의 양대산맥인 리차드 도킨스스티븐 제이 굴드수장으로 각각 자신의 동조자들과 함께 역사적인 토론의 장에서 일주일 간의 결코 피할 수 없는 힘겨루기를 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다윈의 식탁"은 바로 이들이 모여 토론을 하게 되는 공간으로 낙찰될 운명을 맞은 셈이다. 

장대익
교수는 바로 이 토론의 서기 자격으로 참석하게 된다. 두 팀의 토론 내용, 분위기, 의미 등을 후기 형식으로 작성하여 주최 측에 보내는 일을 맡았지만, 스스로가 다윈의 식탁 전부를 현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특권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한껏 고무된 느낌이다.

자... 이제 6일간의 마라톤 토론과 마지막 날의 공개강연까지 이들이 주고 받는 설전은 말 그대로 생물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촘스키, 에드워드 윌슨, 르원틴, 마이어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석학들이 팀 플레이어 자격으로 참가해 지금까지 연구한 분야에서 마음껏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가 했지만, 그들은 금세 여기가 강연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윈의
식탁 너머에는 자신 못지 않은 대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토론의 무게감을 느꼈으며, 논리적 헛점을 지적 당하거나 역공을 받지 않기 위해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많은 과학자들이 집필한 책과 그들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관심을 쏟아 부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과학자들마다 추구하는 이념이나 목표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과학자조차도 우주와 생명을 이해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여지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거나 설명해 주는 책은 흔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현존하는 최고의 생물학자들이 토론을 통해 진화론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이 책이야 말로 이러한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결해 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공개강연이 끝날 때까지 과연 이 토론이 실제한 토론이었는지 궁금증이 커져 갔다. 너무나 현장감 있는 상황 설명과 토론 참여자 각각이 가지는 개성을 정확하게 묘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자이신 장대익 교수가 이 책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토론 참여자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고, 그들이 집필한 책을 거의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광범위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내용 전개와 맥을 같이하면서 연속적으로 소개된 다양한 책들(부록에서 제공하는 재료들까지 포함해서) 또한 체계적인 정리로 인해 진화론을 설명하는 지식의 스펙트럼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만든 것도 독자들로에게는 큰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정만서'님은?
40 세 직장인이자 학생의 신분으로 과학과 경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과학자들의 노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그래픽 디자인을 취미로 배우고 있다. 년간 독서량은 250 권 정도, 특기는 속독법 5 단이다. 독서에 관해서는 "깊게 파기 위해서는 먼저 넓게 파라" 는 말을 신조처럼 여긴다. 

 


덧글

  • 개발부장 2010/08/04 21:35 #

    좋은 글 소개 감사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함께 그 세계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느낌을 주는 책이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