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 어떤 기적 같은 데뷔반 반디 음악 광장

PEARL JAM, <Ten>, COLUMBIA, 2006  


Must Have?

지난 2007년 일련의 시리즈로 발매되었던 소니뮤직코리아의 [Must Have] 시리즈가 담은 함의는 좀 슬픈 것이었다. 펄 잼 (Pearl Jam)의 본 데뷔반과 오아시스, 로린 힐 등의 목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시리즈는, 소니뮤직이 그동안 선보인 음반 중 '한 시대를 대표하며, 음반 매니아를 자처하는 그대들의 진열장에 반드시 있어야 할 목록'을 다시금 재발매한다는 미명(!)과 사명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음반업계의 불황을 반영하는 또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음반을 사 듣지 않는 시대의 직전, 그 벼랑에 서서 이젠 '음반 매니아들의 사명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음반시장의 막바지 사정을 반영한 것일까. 이 절박함은 메탈리카 앨범의 전작 등을 대상으로 '2006 Anniversary 버전'이라는 명칭을 붙었던 유니버셜 레코드의 선례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발매 당시의 해설지와 부클릿 그대로 수정 없이 선보인 유니버셜 레코드과 달리 소니뮤직코리아는 일신한 해설지를 첨가함으로써 'Must Have'의 정당성을 덧붙이고 있다.

Alternative and Me

이러한 음반시장의 상황을 떠나서 이 앨범이 'Must Have'인 이유 중 하나는 시대상의 맥락, 그 대표성에 있어 항상 빠지지 않는 '얼터너티브'라는 단어에 있다. 돌이켜보건대 나는 이 단어와 인연을 맺지 않으려 참 용쓴(?) 기억이 난다. 태생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감과 더불어 정서상의 괴리 -당시 ‘건즈 앤 로지스’와 ‘에어로스미스 류’의 아메리칸 하드록만을 스스로의 목록에 용인했었던 이상한 고집- 덕에 물빠진 청자켓과 머리끈을 동여 멘 시애틀을 비롯한 일군의 사운드와는 일정 수준 선을 그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Black Hole Sun」이 주는 매혹을 거부할 만치 잘난 귀도 아니었고, 급기야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멜랑꼴리'에 제대로 얻어맞은 이후 못난 고집은 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단어가 주는 거부감과 별개로 이것은 록이라는 거대한 줄기에서 형성된 어떤 자연스러운 흐름의 과정이자 귀결, 또 하나의 파종될 씨앗이다 싶었던 거다.

게 중 펄 잼의 『Ten』은 얼터너티브라는 함의가 파생한 초기 -즉 거부감의 초입부터- 부터 진작에 내가 선택한 첫 앨범이자, 얼터너티브의 거대했던 파급력이 스쳐지나간 수년 후에도 기억 속에 남아 훗날의 'Must Have'가 된 거의 유일무이한 목록이었다.

Debut Album...

데뷔반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어쩌면 치기어림과 미숙이 아니라 훗날에 다시는 재현되지 않을 가장 순수하고 거대한 에너지의 총체합의 찰나, 그것이 아닐까. 
세상엔 참 수많은 데뷔반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밴드나 뮤지션 자신들에게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놀라운 한 순간'을 선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펄 잼의 『Ten』이 그런 음반이다. 마지막 트랙의 아웃트로(Outro)와 순환을 이루는 주술 같은 인트로(Intro)가 잠시 지나가면 꽤나 원초적이고 칼칼한 맛을 선사하는 에디 베더(Eddie Vedder)의 보컬이 기교보다는 본능에 기댄 듯 깊은 하드 락 사운드와 어우러지며 첫 곡 「Once」가 시작된다. 그 여운을 곱씹기도 전에 이어지는 「Even Flow」가 주는 유려함과 어떤 친밀감이 음반과 귀 사이를 밀착시키는데 그때부터 '이 음반은 믿어도 되는 물건이다.'라는 묘한 믿음을 심어준다. 이런 기분의 초반 정점은 「Alive」의 서정적인 초반 진행과 중반부의 진솔함이 뒤엉킨 격정, 그리고 이어지는 생명력 넘치는 기타 솔로라는 종반 구성의 완결이 아닐까. 좀더 힘주어 말하자면 이 3곡이 주는 3연타의 쾌감은 ‘U2’의 『Joshua Tree』 앨범이 주던 초반 충격에 못지 않다.

목가적인 서정성, 블루지한 흐름에 기댄 궤도의 예측불허성, 하드록적인 원초적 쾌감이 개별 곡마다 확연히 다르면서도 어째 공통인자로 자리잡은 듯한 이들의 데뷔반은 「Why Go」에선 공격적 모습으로, 「Black」에선 심연에 닿으려는 듯한 주술성, 「Jeremy」에선 잘 씹히는 후렴구를 탑재한 슬픈 청춘 송가의 모습으로 각각 기능하고 있다. 어찌된 것인지 -아마도 처음엔 Tape으로 사 들은 탓이 크겠지만- 여기까지가 내겐 이 앨범의 1부 같이 여겨진다.

고백하자면 (내 기준에서의) 2부부터는 한참 들을 당시엔 버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1부는 유연했고 수려하게 들렸지만 2부는 무거웠고 감당하기 힘든 어떤 면모가 있었달까. 물론 이 앨범을 다시 CD로 사 듣는 지금은 이젠 2부도 하나의 바퀴가 되어 나에게 회전한다. 이미 「Black」의 피아노가 갈수록 아프게 들리는 나이가 된 것이다. 깨달음인가 늦은 어리석음인가.「Oceans」이 제목만큼 큰 몸집의 야심을 지닌 곡으로, 「Porch」가 역동적으로 들리고, 「Garden」이 1부의 곡들에 뒤지지 않는 구성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며, 「Deep」이 2부에 대한 거부감(?)을 선사한 혼동의 원흉(?)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Release」가 이 놀라운 데뷔반에 실로 합당한 마무리였음을 알게 되는!

당시의 나의 목록에 『Ten』 이후의 2집 『Vs』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나의 짧은 첫 'Alternative and Me' 또는 'Pearl Jam and Me'엔 『Ten』 이후 더 쌓인 목록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들어도 유효한 『Ten』 은 나에겐 '기적 같은 데뷔반'이자 어느 때든 유효했던 -결국엔 내게 다시 돌아왔을- 'Must Have'였던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렉스'님은?
사촌 누나의 음악 테이프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음악듣기,이제 그 듣기를 애호와 피력으로 발산하려 하나 여전히 역부족. 음악웹진 음악취향 Y(http://cafe.naver.com/musicy)에서 렉스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 게으른 직장인이자 숨가쁜 인터넷 서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