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여행> - 여행, 마음 안을 걷는 일 블로거, 책을 말하다

최반, <서툰 여행>, CULTUREGRAPHICS, 2009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훌쩍 떠나는 것에 적잖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면, 그럴 땐 여행에 관한 책을 펼쳐들어도 좋을 것이다. 단, 여행지를 구미 당기게 소개하는 오밀조밀한 책보다는 떠나고자 했던 마음을 다독여주는 여백이 있는 책, 말하자면 <서툰 여행> 같은 책을 권하고 싶다.

5년째 쓰고 있는 ‘마스크 맨’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작가의 소개 글에서 작가의 성향을 유추해본다. 오랜 시간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치열하지만 조금은 현실에서 비껴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 남자. 그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실은 그의 마음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서툰 여행’이라는 제목과 나름대로 판단한 작가에 대한 분석이 맞아떨어졌다. 이 책은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행안내서라기보다는 인도로 떠난 마음 여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여기에는 분명 ‘인도’가 있고 읽는 이의 가슴에 새겨질만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이라는 것은 때로는 인도와 상관없이 펼쳐지기도 한다. 여행이 가져다 준, 인도가 안겨준 선물 같은 마음의 빈자리. 일상을 사는 동안 켜켜이 쌓였던 마음의 먼지들이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바람을 타고 폴폴 마음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 듯 보인다. 그 빈자리를 알아채고 성큼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건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다. 자신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천금 같은 선물!

이미 알고 있던 것도 여행지에서 마주하게 되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꺄 헤(이게 뭐죠?)를 외친다는 작가. 마치 처음인양 하나하나 새겨듣고 따라하는 동안 깨닫게 되는 익숙한 것들의 새로운 의미. 여행이 주는 신선한 경험, 의미로 다가오는 고마운 깨달음이 마음 깊이 새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노라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람의 소리 자연의 소리 사물의 소리 결국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조곤조곤 말을 걸어온다. 태평스레 하늘거리는 빨래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는 개들, 주인을 찾게 만드는 벗어놓은 슬리퍼조차 저마다의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분주하다. 인도 사람들의 천성적인 느긋함 엉뚱한 재치에 실소를 터트리기도 하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상술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의심 속에 가려졌던 사람의 진심을 발견하는 순간 그와의 사이에 존재했던 벽은 사라지고, 요가 수업 내내 마음을 쿵하게 만드는 깨달음이 지속된다. 무엇보다 그가 들려주는 정말 뻔한 ‘뻔한 얘기’들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작가는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무수히 마음 안을 거닌다, 뼈 속까지 그리움을 토로한다.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네 번이나 인도를 여행하며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결국 우리들 마음을 한 발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터이므로.

 

오늘의 책을 리뷰한 ‘soulnote’님은?
다독보다는 정독의 묘미를 즐기는 슬로 리더(slow reader). '소울노트'라는 닉네임처럼 영혼의 진실한 언어로 인생의 페이지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