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과 백, 그 어느 것도 아닌 책, check, 책

제임스 맥브라이드, <컬러 오브 워터>, 사피엔스21, 2010  


왜 어릴 적에는 진지하게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면 항상 집어 들었던 그 ‘살색’에 대해. 그 색이 실은 당장에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내 살색’과 같지 않았다는 것을. 하기야 지금도 나는 ‘내 살색’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게 또 세상에 알려져 있는 어떤 색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인간의 피와 살에 붙여진 몇 가지의 이름들(황, 흑, 백인종)을 더 고려해본다면, 단 하나의 색으로 인간의 피부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불가능하고 부적합한 것인지는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라는 게, ‘한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니,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그 ‘살색’의 무의미를 굳이 강조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무의미가 의미로 변하고, 그 터무니없는 의미의 연쇄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차별과 억압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책, 《컬러 오브 워터》는 그것의 구체적인 역사를 한 가족의 삶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인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195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컬러 오브 워터》는 그가 자신의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에 대해 쓴 에세이로,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말하자면, 같은 피와 살을 나눠가진 어머니와 아들 사이를 흑과 백으로 인간을 나누는 인종주의가 지나갔을 때, 그 자리에 무엇이 어떻게 남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가 의미로 변하고, 차이가 차별로 이어진 세상, 즉 “피부색을 즉각적인 정치적 진술로 간주하는 세상” (288쪽)에 그들 가족의 이야기가 남았다.

책은 두 명의 화자인 어머니 루스와 아들 제임스의 이야기를 한 장(章)씩 교차해 가며 들려준다. 그 속에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버지니아 서퍽에서 보냈던 루스의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는 괴롭힘을, 억압적인 태도의 아버지로부터는 성적 학대와 노동 착취를 당했던 과거를 피해, 뉴욕에서 시작한 새로운 삶에 아들 제임스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뉴욕 할렘에서 흑인과 결혼해 흑백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날들에,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며 피부색에 따른 정체성을 고민하는 아들 제임스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어둡고 침울하지 않다. 온갖 차별과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온 루스와 그녀의 교육으로 바르게 성장한 아이들이 있고, 무엇보다 힘겨운 삶의 무게까지도 덜어낼 수 있는 그들의 유머감각이 이 책을 읽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루스가 “이 모든 시간을 헤쳐 오면서도 자기연민 따위를 우습게 여”기고, “가족을 포함한 일차적 공동체, 나아가 전체 사회로부터 차별과 냉대를 경험한 사람이 가질 법한 집단 일반을 향한 분노, 그리고 그것의 이면을 이루는 자신에 대한 방어적 태도 같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감정의 궤도에서 훌훌 벗어나 있”어, 그들의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가 유쾌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피부색을 즉각적인 정치적 진술로 간주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흑과 백으로 사람을 가르는 피부색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가치 있는 존재라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이 책의 유쾌함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8월 4주 반디 추천책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주 평범한 사람들
프랑스 경제사회 통합 교과서
뜨거운 여행
울기엔 좀 애매한 -1318 만화가 열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