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Decade 5집> - 얄미운 그대, 얄미운 앨범 반디 음악 광장

김광진, <Last Decade 5집>, KT MUSIC, 2008 


분명히 메틀 또는 일렉트로니카 음반이 이런 형식으로 나왔다면 '어정쩡함'이나 '애매함' 또는 '얄팍함'이라고 지적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광진이라는 이름, 아니 그이 특유의 목소리가 나를 항복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런 목소리엔 얄팍함이라는 공격적 수사로 함부로 활을 쏴댈 수가 없다. 이걸 거창하게 '진정성'이라고 표현하진 않겠다. 다만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를 '진심'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이렇듯 항복 선언으로 글을 연다.

김동률, 정재형, 윤상,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이적의 컴백까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90년대 대표주자들의 금의환향과 비교해서 사실 앨범은 볼륨이 약한 편이다. 신곡 3곡, 자제들과 함께 한 리메이크 넘버 1곡, 다시 부른 옛 넘버 3곡, 라이브 트랙 1곡, 나머지는 일종의 베스트 내지는 작은 콜렉션이다. 독립적인 음반으로서의 야심은 분명히 약하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 무서운 마법이 서려있다. 김광진의 목소리 결이 사르르 떨리는 순간들이 지금도 유효하게 호소력을 띄고 있구나 하는 탄식이 나온다.

지금 들어도, 아니 지금 들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오딧세이의 항해」와 「엘비나」 등이 깨우는 기억은 요즘 다시금 소환되는 90년대의 순간들이다.(이 글을 쓰는 사람은 본작과 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Long Live DreamFactory』 같은 앨범들을 뒤적거렸다.) 자국어로 된 유려한 몇몇 넘버들이 팝의 감각에 닿으려던, 아찔한 가슴의 찌릿함으로 흠뻑 젖던 그 순간들 말이다.

노랫말이 없다 해도 멜로디 좋아 기분이 좋아
오 예 행복해져요 아님 말구

3번 트랙 「행복을 주는 노래」의 가사와 같이 김광진은 자신의 노래가 발산하는 매력의 근원을 인지하고 있다. 일견 소박하게 들리는 듯 하나 언제나 명징하게 남는 멜로디의 매력, 그리고 그것을 지원해주는 자신(또는 인생의 파트너인 허승경)의 가사와 말이 필요 없는 박용준의 편곡 능력이 「그 사이 6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여전히 김광진'이라고 되뇌게 한다. 타이틀곡 「아는지」의 소박하면서도 고운 결 또한 김광진의 음악 이력에 보탬이 되었음 되었지 절대 누를 끼치진 않을 것이다.

「아는지」가 김광진 본연의 소박함으로 감싸 안은 발라드 넘버라면, 2번 트랙 「Still belongs 2 U」는 좀더 본격적인 팝의 성향에 가까운 넘버다. 안도할 수 있는 수준의 기교와 「6년 공백」에도 살아남은 뮤지션적인 자의식과 욕심이 긴장감을 엮으며 좋은 곡을 낳았다. 욕심 많은 청자라면 '이제부터 정말 기대해 볼만 하겠다!'고 무릎을 칠 법도 하겠지만 이어지는 넘버들은 리메이크과 재녹음, 옛 곡들로 가득하다. 아쉬운 기분이다. 그들은 CD장에 있던 『솔베이지]』(2002)를 다시 꺼내 들을 것인가?

김광진의 『Last  Decade』는 반가운 안부편지이다. 물론 Full-Length 음반으로서의 볼륨이나 뮤지션으로서의 천재적 과시욕은 부족하다. 그는 생활인의 영역으로써 나름의 설렘을 안고 외출을 한 듯 하며, 그 설렘은 '90년대'라는 이름으로 쉬이 우리들을 전염시켰다.(본작에 실린 쌩쓰 노트의 이름들을 읽으며 슬며시 미소 짓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그 설렘의 전염성이 의외로 크게 남는 것이라 짧은 편지를 남긴 그를 얄미운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발매 후 2년이 된 앨범인데 마침 찾아온 서늘한 계절 변화가 이 앨범을 새삼 상기시킨다. 어울릴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렉스'님은?
사촌누나의 음악 테이프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음악듣기,  이제 그 듣기를 애호와 피력으로 발산하려 하나 여전히 역부족. 웹진 음악취향 Y(http://cafe.naver.com/musicy)에서 렉스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 게으른 직장인이자 숨가쁜 인터넷 서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