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FIVE 싸이 5집] - 가요의 맨 얼굴 반디 음악 광장

싸이, [PSYFIVE 싸이 5집], MNETMEDIA, 2010 


싸이(Psy)가 4년 만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여전하다. 훈련소에서 2회에 걸쳐 심신이 깨끗이 포맷(<라디오 스타>에서 본인이 직접 사용한 단어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보이는 그대로 사실이고 『Psyfive』에 대한 이런저런 리뷰들에서도 모두 그렇게 평가한다. 여전해서 반갑고 재미있고 통쾌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여전함이 식상하기도 하다, 시시껄렁하게 노는 것도 이제는 조금 물린다, 이런 얘기들이 넷 상에서 오간다. 여기에 굳이 내가 새로 보탤 얘기는 없다. 건전하지 못한 캐릭터가 어째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싸집』과 『Psyfive』 사이의 공백에 김구라 같은 캐릭터가 불쑥 솟아올랐다는 것만 지적하면 충분하다.

『3싸이』, 『싸집』, 『Psyfive』 모두 비슷한 결과로 보아도 무리가 없는 마당에 『Psyfive』가 유독 야릇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물건이 가요의 맨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리뷰가 ‘브로콜리 너마저’, ‘노 리플라이(No Reply)’, ‘9와 숫자들’을 다루며 “70, 80, 90년대 가요의 흔적이 녹아 들어 있다.”라고, 그네들의 음악을 해설하려 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9와 숫자들’에서 가요가 포착되는 것이라면 싸이에게서 가요는 실시간으로 맞닥뜨리는 일이다. ‘9와 숫자들’을 비롯한 인디 쪽의 몇몇 결과가 가요라는 모호한 덩어리를 환기시키고 이와 관련된 전망까지 유도하는 와중에, 뜻하지 않게 『Psyfive』는 가요라는 말의 다른 질감을 들이댄다.

그 질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싸이가 새로 둥지를 튼 YG 엔터테인먼트 덕분에 더욱 도드라진다. 이건 또 무슨 말인고 하니, 완벽에 가까운 태양의 R&B 기예, 2NE1의 흠잡을 데 없는 힙합 싱글 모두 가요의 질감을 털어버리려는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기획사들도 얼추 가요 탈피의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 디즈(Deez)도 같은 방향이었고 표절이야 어찌됐든 이효리의『H-Logic』도 같은 방향이었다. 설령 어쩔 수 없이 냄새를 피워댔다고 해도 그네들은 항상 ‘세련됨’이나 ‘트렌드’라는 말로 가요(와 가요 만들기)의 유구한 역사를 덮으려 했다.

『Psyfive』는 이런 생각을 하도록 부추기는 앨범이다. 그 점이 흥미롭다. 싸이의 돈독한 파트너 이재훈은 90년대를 풍미한 ‘댄스 가요 그룹’ 쿨(Cool)을 이끌었다. 서인영은 쥬얼리(Jewelry)에서「Super Star」를 불렀고, 그 노래는 핑클(Fin.K.L)의 「Now」를 따라한 것이며, 핑클은 역시 90년대 말에 등장한 ‘댄스 가요 그룹’이었다. 「서울의 밤거리」를 듣고 싸이도 더티 사우스 웬만큼 하는 구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옛날 박미경이 「이브의 경고」를 들고 나오며 “이번 사운드는 정글(Jungle)이란 거예요.”라고 했을 당시의 느낌, 영민한 가요 제작자의 느낌을 불러온다. 정엽도 그렇다. 그는 확고한 R&B 싱어로 불리지만 싸이와 호흡을 맞춘 모습을 보고 있자니 『Thinkin' Back On Me』의 몇몇 노래가 무척 가요처럼 들린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이 모든 가요의 명맥들은 최근 전까지만 해도 우리 곁에 있었다. 혹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을지 모른다.

『Psyfive』의 이런 흥미로움이 나에게는 별 반 개다. 그렇다고 그게 대견스럽다는 건 아니다. 나머지 별 세 개는 여전히 싸이의 캐릭터가 쟁취해낸 것이다. 첫 곡 「싸군」부터 네 번째 곡 「내 눈에는」까지 싸이는 끝내주는 노래들로 귀를 휘어잡는다. 정말로 간지 나는 가요들이다. 하지만「Thank You」부터는 파워가 떨어진다. 「설레인다」는 『싸집』의 「비오니까」보다 쬐금 더 나은 구닥다리 발라드일 뿐이다. 『Psyfive』의 음악적 성패는 당연히 『Psyfive』 개별 결과물의 몫이다. 4번까지 딱 잘라 미니 앨범을 냈다면 어땠을까? 언뜻 이해가 된다. 90년대 가요의 호시절에 미니 앨범이란 없었으니까. 아! 한마디 더. ‘노 리플라이’, ‘9와 숫자들’의 리뷰가 지칭하는 가요에 90년대 ‘댄스 가요’는 당연히 빠져있다. 이것이 언젠가 비평의 영토로 들어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을까? 나부터 피식 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그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유브이(UV)의 재현까지는 도달해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호떡바보님은?
흥미로운 직장과 알바와 각종 잡일을 하며 보낸 최근 10년 동안 음악에 관한 글도 꾸준히 써 온 두 딸내미의 아빠. 어려운 책과 졸린 영화와 재미있는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정신연령 20대의 청년. 음악취향Y(http://cafe.naver.com.musicy)를 본거지 삼아 오늘도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친구들과 '한국힙합-열정의 발자취'를 썼으며, 놀랍게도 철학책 3권에 관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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