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 죽음과 아주 가까운 이야기 책, check, 책

커트 보네거트 | <제5도살장> | 아이필드 | 2005  


인간의 생(生)은 죽음을 향해 전진한다. 누구나 한번은 죽는 법. 시간의 축이 무한으로 이어지고 있다면, 그 축에 하나의 점을 찍는 게 결국 유한한 인간의 삶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의미 또한 생겨나는 것일 테고. 뒤꽁무니에 죽음을 달고 달려가는 것, 그게 우리의 하루이고 또 인생일 것이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사건이며, 더 정확하게는 자연 자체의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가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죽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죽기 위해 산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삶은 삶을 위해 존재할 뿐, 우리는 그야말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생의 한가운데에 틈입하는 죽음이라는 사건은 자연을 거스르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특히, 그러한 죽음의 순간이 전쟁과 대량학살, 살인 등과 같이 맹목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인간의 행동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떤 설명으로도 그것을 이해할 방도가 없다.

여기, 그 이해할 수 없는 죽음들에 직면한,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 ‘커트 보네거트’가 있다. 그는 1944년 벌지 전투에서 독일군 포로에게 생포된 후, 드레스덴의 ‘제5도살장’에서 연합군의 폭격 와중에 살아남았다. 13만의 드레스덴 사람들이 죽어간 연합군의 소이탄 폭격에서 말이다.

“드레스덴이 파괴되던 날 밤에 그는 지하 고기 저장고에 있었다. 위에서는 거인이 걸어 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고성능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거인들은 걷고 또 걸었다. 고기 저장고는 아주 안전한 대피소였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야 이따금 천장에서 떨어지는 칼시민 도료로 샤워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미군들과 경비병 넷과 손질이 끝난 동물 시체 몇 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머지 경비병들은 공습이 시작되기 전에 드레스덴의 안락한 자기네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모두 가족과 함께 살해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207쪽)

“그렇게 가는 거지.”
초연한 듯, 방관하는 듯 죽음에 덧붙이는 커트 보네거트의 한 마디. 13만의 무고한 생이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을 목격한 자로서, 그것을 말하기 위해 오랜 세월 고민해온 작가로서, “클라이맥스와 스릴과 성격 묘사와 멋진 대사와 서스펜스와 갈등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그에게 남겨진 단 한 마디.

이는 <제5도살장>이라는 소설을 있게 한, ‘이해할 수 없는 죽음들’에 대해 말하는 작가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쟁의 중심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순간을 경험한 그가 그것을 말하기 위해 선택한 게 바로, '그때 그 장소로부터 멀어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대리인이기도 한 소설의 주인공 ‘빌리’가 트라팔마도어라는 행성에 납치되고, 시간으로부터 해방되어 과거,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것은, 무한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에서 한 점으로서의 인간과 그 죽음들을 바라보겠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그렇게 모든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트라팔마도어 인들의 가상적 시점을 차용해, 그때 그 장소의 죽음들을 초연한 태도로 인정하는 듯 가장하고, 이를 통해 한 점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그 죽음이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 그 죽음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한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다 "그렇게 가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덧글

  • d 2011/03/18 11:54 # 삭제

    블로그 본문 폰트가 너무 작아요

    가독성 좀 높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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