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블로그] 푸른새벽, 스무 살 들리는 블로그

 

 

스무 살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던
내 좁은 방에서 떠나던 스무 살 때 봄 향기를

거리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고
봄날의 햇살은 날 정적으로

떠나는 게 아닌 걸 돌아가고 싶은 걸
내가 숨어있던 좁은 방으로

건너편 건물 그늘 밑 풍경은
또 다른 세상일 거야
비가 오면 참 재밌을 것 같은데
이 거리의 이 많은 사람 어디로 다 스며들지

떠나는 게 아닌 걸 돌아가고 싶은걸
내가 숨어있던 좁은 방으로

스무 살. 나에게 어떤 자유가 주어졌고, 한동안은 그 해방감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때가 막, 해야 할 것들로부터 벗어난 시기였다. 일단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다 뭐든 하고 싶어졌고, 뭐든 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공간만으로도 내 세계는 무한한 크기를 가질 수 있었다. 

스물, 스물 하나, 스물 둘... 

그렇게 ‘스물’을 붙들고 얼마간을 흘러 왔다. 한 시절이 갔고,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걸, 보고 듣고 느껴왔다. 모르던 걸 알게 되었고, 알고 있던 걸 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 실제로 세계는 아주 넓었고, 그걸 알아가는 만큼 내 세계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그 세계의 크기가 나에게 허락된 좁은 방만 해질 때쯤, 나는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 세계를 두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아마도 나는 ‘스물’을 잃었던 것 같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