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쿡 2집: journey] - 다시 돌아옴 반디 음악 광장

 

토마스 쿡 | [토마스 쿡 2집: journey] | 로엔엔터테인먼트 | 2011

 

“『Just pop』보다 『Drift』가 낫다, 라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리뷰를 썼던 게 4년 전이다. 이 문장을 토마스 쿡(Thomas Cook)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지 잠깐 생각해본다. 『Timetable』보다 『Journey』가 낫다, 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몇 초 안 걸려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라고 결론짓는다. 그런데 이렇게 결론지으면서 나는 희미하게 웃는다.『Drift』를 말했던 때의 빈정거림까지 『Journey』에 적용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 『Journey』는『Timetable』보다 명백히 떨어지는 앨범이다. 하지만 『Drift』를 들었을 때처럼 실망스럽진 않다. 『Just pop』과 『Drift』의 간격은 2년이었고, 『Timetable』과 『Journey』의 간격은 10년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까? 아마도 정확한 진단은 두 토마스 쿡의 10년 사이에 마이 앤트 메리(My Aunt Mary)의 앨범 3장이 끼어있다는 걸 떠올리는 일일 테다.


『Just pop』의 대대적인 성공(비평, 상업, 한대음 수상)에 이어 레이블을 플럭서스(Fluxus)로 옮기며 만인의 기대를 받던 정순용이 『Drift』로 급강하했던 모습(비평, 한대음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은 2000년대 중반의 기억해둘 만한 드라마였다. 그로 인해 그는 얼마 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수면장애를 겪었노라 털어놓기도 했다. 『Drift』의 여파로 차기작 『Circle』까지 『Just pop』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는 한 번 더 씁쓸함을 삼켜야 했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Circle』의 몇 곡이 너무 좋다며 어느 게시판에 짧은 글을 남겼고, 『Drift』에 해댔던 비아냥거림을(이에 분개한 어떤 네티즌 덕에 나 또한 며칠 수면장애를 겪었다) 손바닥 뒤집듯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좋다고 했던 「Night Blue」를 들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달까? 그 느낌으로 나는 『Journey』를 듣는다. 더 나아가 그런 생각마저 든다. 마이 앤트 메리와 토마스 쿡은 성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Journey』엔 그저 「푸른 양철 스쿠터」같은 노래가 없을 뿐인지도 모른다.


『Journey』는 물감이 물에 번져나가듯 ‘다시 돌아옴’이라는 정조를 지그시 퍼뜨린다. 정순용의 담백한 아르페지오와 이상순의 솔로가 섞여드는 두 번째 곡 「아무 것도 아닌 나」부터 과거를 동그렇게 돌아 현재로 돌아오는 테마가 줄곧 유지된다. 악기들이 제법 가세한 가운데 “멍하니 한눈을 팔다가 모든 게 다 지나갔지” 노래하는 「노래할 때」는 지난 10년의 가슴 벅찬 회한이 바닷가의 조약돌처럼 반짝거린다. 맑은 기타, 낮게 내려앉는 피아노, 토닥이는 드럼이 잘 어우러진 「불면」은 외로움의 무드를 잘 포착해내는데, 이 곡이 그려내는 ‘낯선 나’는 당연히 ‘다시 돌아온 나’와 관계가 깊다. 사실 『Journey』는 평범하게 볼라치면 정말로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앨범이다. 피아노만 차분히 흐르는 「집으로 오는 길」에 무슨 매리트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마지막 한 마디 “저 멀리서 날 향해 손짓하는 너”가 감정을 5cm 정도 들었다 놓는다. 키보드로 꿈의 분위기를 평범히 연출하던 「꿈」도 “난 이미 꿈에서 깨어나 있었다는 걸”에서 5cm 정도 들었다 놓는다. 『Journey』는 이런 식으로 듣는 사람에게 플러스가 된다.

 

 

 

나에게 토마스 쿡의 최고는 언제나 『Timetable』의 「다시 비가 내리네」와 「새로운 아침」일 것이다. 삶에 대한 관조와 순수와 설렘을 동시에 담아냈던 그때의 정순용을 나는 지금도 종종 찾는다. 그러기에 더욱, 마이 앤트 메리의 역사 때문에 더욱, 『Journey』를 보듬어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그의 실력은 10년 세월이 얹어준 덤이다. 엇박 스트로크로 귀를 휘어잡는 「솔직하게」는 소박한 장기자랑이다. 「노래할 때」에서 그는 후렴을 잘 만드는 사나이가 되고, 「청춘」에서는 재기 넘치는 보컬로 옥상달빛처럼 밋밋한 청춘이 되지 않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호떡바보'님은?
흥미로운 직장과 알바와 각종 잡일을 하며 보낸 최근 10년 동안 음악에 관한 글도 꾸준히 써 온 두 딸내미의 아빠. 어려운 책과 졸린 영화와 재미있는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정신연령 20대의 청년. 음악취향Y를 본거지 삼아 오늘도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친구들과 '한국힙합-열정의 발자취'를 썼으며, 놀랍게도 철학책 3권에 관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