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서점과 출판사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 하나의 수식을 거부하는 - 신현훈 님 서점에서 만난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그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싶어한다면? 우리는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그 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나, 책을 읽는다. 둘, 책을 만든다. 셋, 책을 쓴다. 넷, 책을 빌려준다. 다섯, 책을 판다. 그 중, 여러분께선 몇 가지를 하고 계신가요? 오늘 소개하는 이분은 무려 세 가지나(?) 하고 계신데요. 책을 읽고, 책을 만들고, 책을 팔기까지 하는 이분의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맡고 있는 공식적인 직함은 문학 전문 1인 출판사를 표방하는 버티고 출판사 대표이자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사업부 배송파트담당 부점장이며 반디앤루니스 출판 TF팀 프로젝트 매니저를 겸하고 있음. 하지만, 운영 중인 출판사는 지난 1월, 근 3년 만에 다섯 번째 책을 출간한 뒤 그야말로 버티고만 있는 아사 직전 상태이며, 반디앤루니스 직원으로 말하자면, 물류센터에 내려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겨우 결재서류에 싸인 버튼 누르는 게 고작인 나이롱(?) 부점장이며, 혼자 7개월 동안 보고서 몇 개 낸 게 전부인 이름만 있는 TF팀 매니저로, 한 마디로 잉여직원인 셈. 

현재 편집자로 일하고 계시는 버티고 출판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버티고 출판사는 2005년 7월 시작해서 지금까지 6년 동안 총 다섯 종 여섯 권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라고 부르기도 뭣한 소규모 영세 1인 출판사임. 문학 전문 출판사를 표방하며 출발했지만,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능하면 문학책을 출간하자, 정도로 출간이념이 완화된 상태이며, 조만간 무엇이든 출간만 하자, 정도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임. 물론 그 목표도 지금으로선 녹녹치 않아 보임. 자랑거리라고는 돈 줘야할 곳에 돈은 떼먹지 않고 꼬박꼬박 줬다는 것뿐임.   

편집자가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사장만 하고 싶었지만, 편집자를 둘 형편이 못돼 부득이하게 출간한 다섯 종 중 네 종을 편집하게 되었음. 그런데 우리 출판사에서 그나마 적자를 면한 책이 한 종 있는데, 그건 유일하게 내가 편집하지 않은 책임. 

편집자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고작 네 권 편집하고, 편집자에 대해 정의 내린다는 건 편집자를 욕하는 행동이므로 패스. 다만, 우리 책 출간했던 국문과 출신의 후배(그 친구는 단 한 권 진행한 게 전부임)와 나를 비교해보면, 첫째 디자이너, 작가, 번역자 등 함께 일하는 동료(외주업체)들과 만날 때는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하나 들고 가는 성의를 가질 줄 알아야 하며, 책 제목이나 광고 문안 짤 때 대충 얼버무리지 않고 머릿속에 물기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최대한 끝까지 쥐어짜는 노력을 기울일 줄 알아야 하며, 누가(사장) 뭐라 해도 아랑곳 않는 자신만의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어야 진정한 편집자가 아닐까 생각함. 물론 이건 후배가 그렇다는 것임. 

편집하신 책들을 소개해주시고, 그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책과 아쉬웠던 책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냈던 책이 전부 애착이 가고, 전부 아쉽기도 함. 몇 권 안 되니까 말씀드리면, 첫 번째 책인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는 첫 책이어서 애착이 가지만 디자인을 너무 쉽게 오케이 했다는 아쉬움이 있음. <시체도둑>은 원문대조 리라이팅을 전부 했기 때문에 애착이 가지만 제목을 ‘시체도둑’이 아니라 ‘자살클럽’이라고 했으면 다만 몇 권이라도 더 나갔을 것 같음. <펄프>는 이 책을 도대체 왜 냈는지, 들어간 돈에만 애착이 가고 오욕으로 남아 있지만, 작품 자체는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네 번째 책 <설운 서른>은 직접 편집한 게 아니어서 패스.(가장 자랑스럽고 아쉬움 전혀 없는 책임), 다섯 번째 책 <샨타람>은 무려 124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때문에 애착이 가지만, 문장에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너무너무 아쉬움.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Best 5’를 꼽아주세요.

다섯 권밖에 안 돼서 BEST 5를 꼽는다는 게 무의미함. 그 중에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을 얘기하자면,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뒤에 실려 있는 단편 ‘간이주점’, <시체도둑> 마지막에 실린 단편 ‘물레방앗간의 윌’ 이 두 단편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사람들도 읽어줬으면 좋겠음. 물론 최근 나온 <샨타람>을 전권 다 읽어주길 가장 바라지만. 현재 내가 알기로 지인 중에도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딱 한 명뿐임.   

편집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직 보람을 느껴본 적 없음. 다만 원서를 대조해가며 문장 하나하나 꼼꼼하게 손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임. 평생 이 일만 하다 늙어가고 싶음. 

편집자로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을 말씀해주세요. 

스스로 함량 미달이라 느낄 때. 돈 없는 1인 출판사 사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만 한다는 것을 위안삼아 넘기고는 있지만, 능력 부족을 절감할 때마다 출판사까지 걷어치우고 싶어짐. 돈 많이 벌어 유능한 편집자를 고용하고 싶음. 그 외에는 제작사고가 날 때마다 미칠 것 같음. 종이 결이 안 맞아 책이 서버린 다거나, 각종 인쇄 제본 오류가 하도 많이 나서 무척 힘들었음.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 혹은 철칙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문학을 좋아해서 문학책을 내야겠다는 기준을 갖고 있었지만, 이젠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무조건 BEP를 넘기는 책을 내야한다는 철칙이 새로 생겼음.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앞에서도 계속 얘기했지만, 스토리가 재미있고 뭔가 의미도 있는 문학책을 좋아함. 

앞으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책, 혹은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작가는?

책으로는 설운 서른 2탄 격인 실연시 모음집, 업다이크의 달려라 토끼, 필립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 등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펭귄문고나 이와나미문고, 삼중당문고 같은 저렴한 문고본을 만들고 싶음. 

가장 피하고 싶은 작가의 유형은? 

작가를 직접 보거나 만난 적이 없어서 패스. 다만 우리나라 작가는 편집자의 역할을 너무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끼고 있음. 

편집자로서 질투가 날 만큼 좋다고 생각한 다른 출판사의 책과 편집자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다들 좋아하는 열린책들, 문학동네, 민음사를 좋아함. 그 외에 나처럼 1인 출판사를 운영하지만 나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계신 많은 출판사 사장님들을 존경함.

최근 디지털 매체의 환경 변화와 관련하여, 미래 출판의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으신가요? 

작년부터 우리나라도 전자책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고, 미래에는 출판과 유통에 집중되었던 출판계 산업지도가 저자와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궁금함. 무엇보다 자본이 없는 사람도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 의미 있는 작품을 낼 수 있는 출판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고 바라고는 있음.

독자, 그리고 편집자를 꿈꾸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만약 전자책 활성화로 출판계 지도가 바뀌게 되어 미국처럼 작품만으로 승부하는 토양이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지게 되면, 창작 능력이 각광받을 시기가 올 것으로 보임. 돈 안 된다는 이유로, 문학계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낀다는 이유로, 타 분야에 기웃거렸던 우수한 인력들이 어서 돌아와 좋은 작품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음. 그래서 독자들도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음. 나도 그런 환경 조성에 한몫 했으면 좋겠음.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컨텐츠팀 현선이요~)는 혼자서 쿡쿡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는데요. 약간의 슬픈(?) 위트를 섞어 지금은 "그야말로 버티고만 있"다고 말씀하신 버티고 출판사가 머지 않은 날, 불티나게 팔리는 최고의 책을 출간해 현기증(vertigo) 나게 좋은 날을 맞이하실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개인적으론 <설운 서른> 2탄 격인 실연시 모음집이 그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