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 그 밤, 그 거리를 떠도는 권력의 상흔들 책, check, 책

 

 

공살루 M. 타바리스 | <예루살렘> | 열린책들 | 2011

 

“바로 그곳, 교회 옆에서 그녀는 두 가지 커다란 고통이 자기 몸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편에는 그녀를 죽이려고 하는,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못된 통증과 다른 한편에는 착한 통증, 허기, 끊임없이 뭔가를 먹고 싶은 욕망, 즉 살아 있음을 의미하는 고통이자 존재의 고통. […] 짙은 어둠에 휩싸인 바로 그 순간, 위장의 존재가 그녀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들과 그녀가 맺는 이중적 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처럼.” (16-17쪽)


과학자인 전남편 ‘테오도르’에 의해 정신 병원에 가게 된 그녀, ‘밀리아’는 그곳에서 ‘에른스트’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인 그들 사이의 사랑과 임신은 병원의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될 뿐,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과 그에 따른 행위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그녀가 낳은 아이 카스는 테오도르의 법적인 아들이 되고, 그녀는 강제로 불임 수술을 받게 된다. 정신 병원에서 나온 후, 불임 수술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그녀는 교회를 찾아 새벽 밤거리를 나선다. 하지만 그 시각,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게 문을 걸어 닫고 있는 교회 옆에서 그녀는 배고픔이라는 "존재의 고통"에 직면한다. 그리곤 육체가 증거하는 권력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낮과 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밀리아가 쓰러진 그 거리에 권력의 또 다른 희생자들이 떠돌고 있다. 정신 병원, 국가, 교회 등으로 상징되는 권력은 그것의 유지를 위해 잠시도 감시의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그들이 정해 놓은 틀을 벗어난 이들에겐 폭력을 행사해 처벌하고 규율을 강제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감시와 처벌은 공포와 고통이라는 형태로 개인의 내면에 새겨져 권력을 공고히 하는 기제가 되고, 주체의 자유의지와 자기 결정권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살하려다 밀리아의 전화를 받고 거리로 나온 ‘에른스트’, 공포와 역사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과학자이지만 밤이 되면 여자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테오도르’, 그런 아버지를 찾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나선 ‘카스’, 전쟁에 참전한 뒤로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는 ‘힌네르크’ 등은 모두 권력에 의해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기 자신'을 빼앗긴 인물들이다. 권력의 흔적인 고통과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의 생명력을 찾게 해줄 힘으로써의 자기 자신 말이다.


그 거리의 인물들은 자기를 잃고 삶과 죽음 사이의 행로를 오간다. 그렇게 권력에 의해 죽음으로 향해 가는 고통과 그것이 파괴하려는 생명의 증거로서의 고통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그 밤에, 인물들 각각의 분절된 이야기가 하나씩 모여들어 <예루살렘>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인물들 내부에 자리 잡은 폭력의 상처와 두려움이 결국 다른 이의 생명을 먹이로 삼아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죽고 죽이는 참혹한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므로 마지막에 이르러, 완성된 그림 앞에 선 우리는 정신 병원에서 탈출한 밀리아가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예루살렘아”를 정신 병원의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듯, 권력의 상흔이란 결코 잊히지도 지워지지도 않는 것이라는 비극적인 사실을 대면하게 된다. 작가 공살루 M. 타바리스가 쌓아놓은 <예루살렘>의 비관적인 세계 안에 갇혀 옴짝달짝 못하고 그만, 아뜩해지고 마는 것이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