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물드는 오후] 김춘성, 마음 詩로 물드는 오후

 

 

김춘성 | <서 있는 달> | 청어 | 2011

 

마음

 

바다에 와
끝을 보면
너무한 끝없음에
미어져오고
막막해진다


저 먼 끝
그 너머에까지
바다는 속절없고 

까맣게 이어진 깊은 속
바닥 끝에는
무엇이 앉아 도사릴까


바다는
사는 것에서부터
죽는 것까지
모두를 안고 있다


마음이다 

 

- 김춘성, <서 있는 달>

 

수평으로도, 수직으로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바다를 보면 그 무한한 넓이를, 부피를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살랑살랑 지느러미를 흔들며 그 속을 유영할 물고기들, 지상의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산호초들, 그 사이를 떼지어 돌아다니는 미생물들. 온통 살아서 흔들리는 것들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바다는 사는 것에서부터 죽는 것까지 모두를 안고 있다'고 한다. 땅 위에서 죽은 것들은 묻히거나, 태워진다. 바다 속의 생명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전히 바다에 있다. 바다에서의 삶이 다하면, 그들은 그때 바다의 끝을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바다의 검은(혹은 검다고 짐작되는) 바닥을 보게 되는 걸까. 산 것들도, 죽은 것들도 모두 끌어 안고 사는 바다의 끝에는, 바다의 바닥에는 따뜻하고 말랑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