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물드는 오후] 성기완, 지난여름 여닫이문 詩로 물드는 오후

 

성기완 | <당신의 텍스트> | 문학과 지성사 | 2008

 

지난여름 여닫이문

 

열고 들어간다

그 시간은 내게

처음부터 오지도 않았었다

오지도 않았던 당신이

떠나간다

바이 바이

담배 연기보다도 더 희박한

지난여름 여닫이문

파도 속에서 홀연히 나오던

헤이 유

 

 

귀를 찢을 듯한 매미소리 사이로 지난여름 기억의 여닫이문이 나 있다. 나는 기어코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불현듯 얼굴이 보고 싶어서, 라는 이유만으로 아침 일찍 기차역으로 가 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네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의 그곳으로. 여러달 만에 본 얼굴은 여전했고, 여름볕에 그을린 듯도 싶었다. 어쨌거나 그 얼굴을 보니 숨이 좀 쉬어졌다. 그 고장의 명물이라던 매운 쫄면을 먹고, 광장이 넓었던 기차역 앞 정자에서 한참동안 매미소리를 들었다. 그해 여름 처음 들었던 매미소리였다. 별로 대단치 않은 이야기들을 하고, 걷고, 웃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 어스름이 내려 앉았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를 타러 고속버스터미널로 슬렁슬렁 걸어갔다. 지어진 지 오래 되어 보이는 일본식 건물들과 그가 다녔다던 100년 넘은 초등학교를 지나 터미널에 도착했다. 가장 가까운 시간의 표를 끊고, 조금 시간이 남아 터미널 주변을 한바퀴 또 돌았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본 것만 기억이 난다. 오렌지색 나트륨 불빛이 내리쬐는 슈퍼 앞 평상에서 한갓지게 이야기를 나누던 아줌마 아저씨들을 보며 느리고 조용한 이 도시가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차표에 찍힌 번호의 자리를 찾아 앉고서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곧 버스는 시동을 걸고, 바퀴를 굴렸다. 기사아저씨가 친절하게 차내의 등을 꺼주었다. 그리고 꾹꾹 눌렀던 감정들이 그제서야 쏟아져나왔다. 볼 수 없는 내 등 뒤로 오지도 않았던 당신이 떠나간다. 바이 바이. 그 시간은 내게 처음부터 오지도 않았었다,고 지난여름 여닫이문을 굳게 닫는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