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 그 남자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책, check, 책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액스> | 그책 | 2011

 

인생의 매순간이 시험이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직장인이 되며, 직장인이 계속 직장인일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어렵다고 해서 그냥 패스pass를 외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시험에 패스해야만 다음 단계의 삶이 열릴 테니, 시험으로써 자신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은 단 한 번의 경쟁이 아니다. 그간에 있었던 매일의 경쟁이 쌓여 도달하게 된, 또 다른 경쟁일 뿐이다. 그 경쟁의 결과가 몇 줄의 자격과 이력과 경력으로 정리돼, 살아남은 자의 내력을 드러내줄 것이다. 경쟁이 곧 삶이고,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누구나의 삶이다. 

 

<액스 The Ax>는 이 끔찍한 시대를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은유적으로 ‘해고, 면직, 감원 대삭감’ 등을 나타내는 책 제목 ‘액스 The Ax’는 그 남자가 처한 현실을 의미한다. 20년 간 근무하던 회사에서 잘려 2년째 실업자 신세를 전전하고 있는 ‘버크 데보레’. 그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해고는 그간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안정된 삶을 모조리 무너뜨린다. 또 다시 무차별적인 경쟁으로 내몰린 그가 점점 더 피폐해져 간다. 투자 수익에만 골몰하는 기업가와 주주들은 아주 손쉽게 수천 명의 밥줄을 끊어놓는다. 하루가 지나면 그 하루만큼, 실업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도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그의 경쟁자들이 자격과 경력과 이력으로 무장한 채 재취업 시장으로 자신을 팔러 나온다. 생존 앞에 절박해진 그의 영혼이 불안에 잠식당한다. 

 

“요즘은 세상이 그저 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대변동이다. 끊임없는 대변동. 우리는 하이드 씨로 변하는 과정의 지킬 박사에게 붙어사는 벼룩이나 다름없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 이것은 내게 주어진 패다.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 패를 남들보다 현명하게 쓰도록 노력할 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03쪽)

 

그는 노력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런데 그 노력이란 게, 위험하고 도발적이다. 그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경쟁자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보다 나은 조건을 가진, 취업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을 선별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그 또한 고민하고 괴로워하지만 계획을 실행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거침이 없다. 그는 절박하고, 또한 조급하다. 더 많은 경쟁자가 생기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경쟁자가 없는 경쟁에서 그는 이미 승리자다. 끊임없는 자기합리화가 그의 연쇄살인을 뒷받침하고,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의 윤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시대의 윤리로 대체된다. 

 

“모든 시대, 그리고 모든 국가에는 고유의 특징적인 도덕 체계와 윤리 강령이 있다. […] 한때 미국에서는 근면이 가장 위대한 가치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 이제 우리의 윤리 강령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아이디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 우리 정부의 지도자들도 항상 자신들의 목적을 앞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변호한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대폭적 인원 삭감의 폭풍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모든 CEO들도 같은 아이디어를 내세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 CEO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미안한 마음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385-386쪽)

 

대량 해고가 대량으로 일어나는 시대에 그가, 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는 범죄나 다름없는 해고에 진짜 범죄로 대응했다. 그러나 그 대응의 화살이 또 다른 그를 향하고 있다. 무력이 가장 극단적인 폭력으로 변하여 비극이 되었다. 같은 처지의 우리들을 피 튀기며 싸우게 만드는 사회다. 분명 제대로 된 세상은 아닌 거다. 소설처럼 살고 있지만 소설일 순 없는 이들이 현실 안에 있다. 그처럼 무력하고, 그러나 그처럼 다른 이들을 죽이지 못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죽이는 오늘이어서 슬프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