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t Chili Peppers | <Red Hot Chili Peppers: I'm with You> | Warner Music | 2011
"유쾌하고 즐거운 것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데뷔한 1983년 때와 변함없이 가장 중요하다"
- 앤소니 키에디스
존 프루시안테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이하 RHCP)를 떠났다고 일부 평론가들이 또 호들갑인 모양이다.(나의 눈엔 자켓의 파리가 그 '평론가들' 중 한 마리로 보인다) '해석'의 강박에 사로잡힌 이 촌스러운 '설정'. 존 프루시안테의 이번 탈퇴는 『Blood Sugar Sex Magik』을 내놓고 8년간 잠수를 탔던 때와는 다른 의미의 탈퇴다. 등지고 돌아섬이 반복되는 '일시적 공백'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항간에 불거졌던 밴드 자체에 대한 해체설은 이렇듯 존의 긴(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를) 외도를 의미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신보는 그의 탈퇴와 별개의 의미에서 '풍성하고 컬러풀'하다. 그의 빈자리에서 데이브 나바로가 아무렇지도 않게 『One Hot Minute』를 빚어냈듯 이번에는 조쉬 클링호퍼가 또 아무렇지 않게 『I'm With You』를 빚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악'이었던 존의 첫 번째 탈퇴가 두 번째에선 '최선'이 되었다. 그것은 떠난 사람에게나 남은 사람들에게 있어 '아름다운 사건'이었다.
지난 1년간 작곡에만 매달린 결과, 신보는 또 한 번의 더블앨범이 될 뻔 했다. 하지만 현재(적어도 한국에선), '디지털' 싱글 내지는 EP가 아닌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모험'이자 '시대착오'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블앨범을, 그것도 전작에 이어 연속으로 낸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몰상식한' 콘셉트였으므로 신보는 14곡 맥시멈 패키지로 세상에 나왔다.
일단 새 앨범은 음악적으로 '다양'하다. 디스코와 아프리칸 리듬이 치고 받고, 펑크(Funk)와 재즈가 뒤척인다. 심지어 베이시스트 플리는 조쉬와 함께 피아노로 작곡을 하는 과감함(?)까지 보였다. 그러나 RHCP 음악에서 '다양함'은 낯선 게 아니다. RHCP의 '장르교배'는 멤버들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것들의 자연스러운 반영일 뿐이다. 둥실덩실대는 「Factory of Faith」, 「Look Around」 같은 트랙이 있는가 하면 「Brendan's Death Song」 같은 차분함이 늘 함께 했다. 단지「Brendan's Death Song」이 좀 더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2009년 10월 12일 멤버들의 절친이자 이 곡의 주인공인 브랜던 뮬런(60)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는 RHCP의 역사를 다룬 책을 집필했고, 클럽 프로모터 겸 크리에이터로서 LA언더그라운드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그런 그이기에 플리는 장문의 추모글까지 써서 LA타임스에 기고했다.(앨범 타이틀의 'I'는 어쩌면 브랜던일지 모른다) 물론 「Monarchy of Roses」 같은 상쾌한 반전 역시 RHCP가 잘하던 것이며, 「Ethiopia」나 「Did I Let You Know」 같은 리듬 실험도 채드 스미스와 플리가 즐겨하던 것들이다. 앤소니가 신보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Dance, Dance, Dance」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존재 모순. 존 프루시안테가 사라진 자리에 RHCP는 그대로 있다.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실을 치열하게 증명해낸다.
수전 손택의 제목으로 시작한 리뷰의 칼 맑스적 마무리.
"이제까지 평론가들은 음악을 해석하려고만 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듣는'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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