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성석제 외, 소울푸드 요즘 뭐 읽니?

 

성석제 외 | <소울푸드> | 청어람미디어 | 2011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소울푸드>입니다. 이 책은 여러 명의 공동저자가 있는데요. 소설가 성석제, 백영옥, 박상, 서유미, 이지민, 만화가 이우일, 딴지총수 김어준, GQ편집장 이충걸, 가수 김창완 등 낯익은, 친숙한 이름의 21인이 자신들의 '영혼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물건이나 장소도 그렇지만 음식 역시 사람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죠. 음식이라는 것은 고유한 '이야기'를 품게 될 때 단순히 식재료들의 조합이나, 주린 배를 채워주는 물질을 넘어서서 '향수'나 '치유의 힘'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들의 '소울푸드'를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니,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솟아올랐습니다. 스물 여덟 해 동안 먹어온, 세어 보는 것 자체가 곤란한 수만가지의 음식을, 그 이름을, 모양새를 떠올려보다가 어떤 한 가지 음식에 생각이 멈췄습니다. 대여섯 살 꼬마 시절의 기억이었는데요. 나무 마룻바닥이 있던 양옥집에 살 때 였습니다. 착한 일을 할 때 혹은 특별한 날에 한번씩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별미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뜨끈한 밥 위에 노란 체다치즈 한 장을 얹어 간장으로 비빈 일명 '치즈간장밥'이었어요. 근데 엄마가 이 '치즈간장밥'을 만들어주시는 날에는 늘 일종의 신호를 보내셨습니다. 엄마와 저만의 비밀 암호 같은 것이 있었는데요. 끼니 때가 되었을 즈음이면 엄마는 제게 화장실 옆 나무 기둥으로 가게 시킨 뒤 "벽에 엎드려서 하나부터 열까지 세."라고 하셨어요. 그럼 전 정말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시킨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외친 다음에 "다 됐어?"하고 묻곤 했습니다. 엄마의 "다 됐어!"라는 말을 들으면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치즈간장밥'을 뚝딱 해치웠죠. 곧 먹게 될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며 몇 번이고 "다 됐어?"라고 묻던 그 기억은 언제고 다시 떠올려도 행복해집니다.

 

<소울푸드>를 읽고 나니 심상하던 음식과, 밥 먹는 일이 조금은 달라 보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음식이,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한 끼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소울푸드가 될 수도 있겠다, 는 생각도 들고요. 여러분들의 <소울푸드>는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