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그대의 '욕망의 길'을 터주겠어요! - 웹 서비스 기획팀 백경원 님 서점에서 만난 사람

[서점에서 만난 사람]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창밖은 깜깜하고, 배는 고프고, 술도 막 땡기는 밤이네요.;; 각설하고! 오늘 소개해드릴 분은 평소, 저로 하여금 저희 컨텐츠팀 수장으로 모셔오면 안 될까, 하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매력적인 분입니다.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시죠?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바로 고고고~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인터넷 서점에 근무하는 백경원이라고 합니다. 웹 서비스 기획 담당입니다. 저희 사이트에 오시는 고객분들께 더 편하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획한 일들을 사이트에 반영하는 일을 합니다. 

네, 고민만하고 퇴근할 때가 더 많습니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첫째는, 키우는 고양이가 24시간 내내 칩거하는 저를 슬슬 지겨워하기 시작해서입니다.
둘째는 '책'을 구체적인 매개체로 삼지는 않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에서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입사 전에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온라인 아이템을 다루는 일을 했는데요, 온라인 아이템의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물의 이면에 숨쉬는 욕망과 열망, 이것들이 마구 뒤섞여 생겨난 어떤 '기대'와 같은 것들이 더 날것으로,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재화가 연동운동을 하듯 유연한 흐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욕망의 길'을 터주는 일이 지금의 제 역할인 듯 합니다.

직원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반디앤루니스 사이트 중 가장 애용하시는 코너는?

‘오늘의 책’ 또는 '베스트 리뷰'에서 흥미로운 상대를 소개받고 북셀프로 만납니다. 

평소에 음악을 많이 들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너무 좋아!하시는 뮤지션을 말씀해주세요.

비치보이스 (Beach Boys) 입니다. 서핀유에스에이(Surf in USA)로 여름에만 잠깐 들리는 라디오용 '올디스벗구디스' 수준의 대접을 받기에는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너무나 많은 장르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비치보이스하면 흔히 '캘리포니아 스타일'이라는 특유의 낙천적이고 '쨍'(sunshine)한 스타일을 떠올리는데요, 저는 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멜로디라인이 오히려 외로움과 과묵함을 낙천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몹시 주관적인 느낌이지만요. 

명반 『Pet Sounds』도 그렇습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god only knows」는 마치 그 영화를 보고 음악을 만든 것처럼 장면의 여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리지널 앨범은 1966년 모노음질로 제작되었고 그들이 밴드를 결성한 지 41년째 되는 2001년에 스테레오로 리믹스 한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새는 비올라 다 감바 연주곡을 종종 듣습니다. 첼로 모양을 하고 기타처럼 지판에 프랫이 붙어있는 고(古)악기입니다. 단호하고 외곬수같은 생김새에 어울리는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음색을 내고 첼로처럼 '고요한 공기'와 잘 섞여 깊은 공명을 만들어냅니다.  

 

고전음악에는 물론, 파올로 판돌포 (Paolo Pandolfo)나 이병우 같은 연주자들에 의해 현대 음악을 통해 재해석되어 쓰이는 재미있는 악기입니다. 

 

추천하고 싶은 음반은 왼쪽부터 『VARIOUS: SUITES AND SONATAS FO VIOLA DA GAMBA』, 『비발디 : 비올라 다감바 협주곡집』, 『파올로 판돌포: Travel Note』입니다. 

죽기 전에 이정도는 들어줘야지! 라고 생각하시는 명반 베스트 5를 꼽으신다면?

자신의 마음을 파고 드는 음악이 곧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 정도를 꼽는다면 

 『Mono : You Are There』 
Mono는 포스트록밴드입니다. 포스트록은 극저의 고요를 극상의 슬픔과 분노로 끌어올린 후 다시 침묵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음악입니다. Mono는 음 하나하나에 모든 에너지와 생명을 걸고 우리를 극단의 굴곡에 내모는 듯 합니다.

 

『Nick Drake : Made To Love Magic』

요절한 뒤에야 그가 품은 아름다움이 빛을 본 음악가입니다. 대표곡 중 「river man」에서, 현악기 선율이 표현한 강물의 일렁거림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Rachel'S :  Music For Egon Schiele』   

클래시컬 록 그룹 '레이첼스'는 화가의 작품과 삶 등을 테마로 모음곡 형태의 몇몇 앨범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화가 에곤실레의 작품을 토대로 한 앨범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떤날 - 어떤날 1집』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던 때의 음반입니다.

 

 『하우스룰즈- mojito』

'트로피칼 느낌'의 쿨한 하우~~~~~~스 뮤직 ( 품절상태입니다;) 

최근 눈독들이고 있는 책이 있으신가요?

<러브크래프트 전집>입니다. <가방 도서관> 이라는 만화책에서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품이 언급된 대목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러브크래프트는 호러소설의 거장이지?"
"호러라기 보다 오컬트지."
"우주진리에 한없이 근접했던 남자야."
"당신이 찾는 책이 혹시?"
"네크로노미콘"
"잃어버린 고대 마도의 비밀을 철저히 기록했다는 금단의 책"
"제정신으로 그 마도서를 기록한 자는 없다면서요?"
… "그 책은 러브크래프트가 작품에서 만들어 낸 가공의 책이니까요."

판타지나 호러 분야의 문외한인 저도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R을 활용한 사회네트워크분석입문]이라는 책입니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일종의 분석 방법을 연습 해 보는 실습서인데요… 

사회네트워크 분석(SNA)은 현재 일어나는 현상과 관련한 보통의 데이터를 거미줄처럼 엮고 분석해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그림을 토해내는 데이터 분석 기법입니다. 서슬 퍼런 분석가를 꿈꾸며 해 보고는 있지만 수학 개념 탑재가 유아만도 안 되어 있는 저로서는 암호 같은 책이긴 합니다. * SNA에 대한 재미있는 소개 기사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소설가로서의 ‘미셸 투르니에’와 시인 오규원, 소설가 윤성희를 좋아합니다.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비틀려 있는 글들이 좋습니다. 

 미셸 투르니에

 

오규원

 

 

 윤성희

늘 마음에 두고 있거나, 몇 번이고 다시 보며 감동을 느끼는 책이 있으신가요?

카프카 단편집입니다. 책과는 별로 관련 없는 이유이긴 한데요…… 

아주 오래 전에, 두근거리다 못해 쿡쿡 쑤셔오는 마음을 감추려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던 사람에게 받은 뜻밖의 선물입니다. 

카프카처럼 건조하고 스산한 분위기, 그리고 (표정의)난해함을 모두 지닌 사람이 나를 30초 이상 봐 주고 세 마디 이상의 말을 하면서 이 책을 건넸을 때 그냥 주저 앉고 싶었던 마음이 아직도 뜬금 없이 재연되곤 합니다. 

책을 고를 때 무엇을 가장 많이 참고하시나요? 

홍길동전의 유명한 대목을 약간 바꾸자면,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않는' 책에 끌리는 편입니다. 진실(상식)이라 통하는 것들에 대해 일단 진실(상식)이라 부르지 않거나 나아가서 저러한 것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내용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그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성격이나 논리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갈구하는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책은 <회의주의자 사전> 이나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동양적인 것의 슬픔>, 박노자의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등입니다.

그간 읽으신 소설 속 캐릭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 나오는 '수리공'입니다. 책을 읽은 후 수리공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셔보는 것을 '그 해의 목표'로 삼았는데요. 

책이 영화화되고 '올빼미'를 닮은 가브리엘 번이 수리공으로 나왔을 때,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는 깨끗이 접기로 했습니다.
책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꼽으시겠어요?

<게으를 권리>입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

다시 한 해의 끝입니다.

1년을 책 페이지 1장으로 친다면 100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삶을 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이른 내년 인사를 드립니다. 내년에는 저희 사이트가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역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컨텐츠팀에 모셔와야겠다는, 혼자만의 부질없는 결심을 반복하게 만드는 뜻깊은? 인터뷰였습니다. 추천해주신 책과 음악도 슬금슬금, 혹은 확~ 구미가 당기구요.ㅋ 마지막으로 제가 본의 아니게 백경원 님의 '게으를 권리'를 침해한 듯해 송구스러운 마음과, 많은 분들의 '욕망의 길'을 트시느라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