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 북한,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블로거, 책을 말하다

 

김성보 외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 웅진닷컴 | 2004 

 

우리와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는 어딜까요? 일본? 음... 그보다 지리적으로 더 가까우면서 심정적으로 먼 나라가 있죠. 누군가의 심정에는 아마 없을지도 몰라요. 어디냐고요? 그래요, 북한 말이에요. North Korea.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도 한다죠. 

우리는 북한에 대해 매우 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잘은 모르죠.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편견으로 가득 차 있죠. 여전히 북한에 대해 썩 우호적이지 않은 매체들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갖고 있을 뿐, 그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지할뿐더러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아요.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치, 너무나도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말이에요. 어찌 보면 꼭 가족 같아요. 가족이 좀 그렇잖아요. 항상 옆에 있으니까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밖에 나가서 보면 저게 내 동생이 맞나, 엄마가 맞나 싶고. 너무너무 생소하고. 그런 점에서 북과 남은, 가족이 맞긴 맞나봐요. 이렇게 안 궁금하기도 힘든데. 하하. 

이제 좀 궁금할 때도 된 거 같지 않아요? 아니, 궁금해야 할 때죠. 60년이나 별거를 했는데 계속계속 증오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가끔 보면 잘 모르면서 어떻게 그렇게 열성적으로 비방할 수 있지 신기할 정도라니깐요. 근데 사람 계속 미워하는 거, 그것도 무지 힘든 일이에요.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요. (국가도 봐요, 그렇게 미워하려니 매년 천문학적인 군사비용이 들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정말 이혼을 하든 다시 재결합을 하든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는 거죠. 

그러려면 증오만 부추기는 일부 사람들을 떠나서, 또 무조건적인 찬양―사실 이건 좀 힘든 일이긴 해요. 우리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가만 놔두지도 않고요―을 일삼는 이들도 떠나서, 나와 헤어져서 60여 년을 홀로 살아온 내 반쪽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좀 들어봐 줘야 하지 않겠어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 호의는 좀 베풀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참 도움이 됩디다. 1945년 해방 이후 북한이 어떤 역사의 터널을 지나왔는지 시기별로 서술해놓은 책인데, 글자도 크고 문장도 깔끔해서 중학생 이상의 이해력만 갖고 있다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밍밍하단 건 아니고요. 나름 ‘객관’적인 시각에서 북한이 매순간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런 ‘선택’들을 하게 된 맥락들, 그러니까 북한이 당시 처해 있던 정세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설명해줘요. 

덤으로 내가 북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죠. 혹시 북한에서 1946년에 토지개혁 실시한 거 알고 있었나요? 지주들한테 토지를 몰수해 평생 자기 땅 한 평 가져보지 못한 소작농들에게 나눠줬단 거예요, 글쎄. 그렇게 해서 가구당 분배 받은 토지 면적이 무려, 평균 4천 평이나 됐다더군요. 그리고 그해 6월엔 노동법이 제정돼서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받고 여성들은 심지어 출산휴가까지 보장받게 한 거 있죠. 그게 벌써 66년 전에 일이라니깐요. 

1967년부터는 9년제 기술의무교육이 전반적으로 시행됐고, 보육시설도 늘면서 국가와 사회가 부모를 대신하여 어린이 보육의 책임을 지게 됐대요. 그리고 1960년에 전반적인 무상치료제를 실시하는 결정이 채택, 의사담당구역제가 실시돼 모든 인민에게 담당 의사가 배정되죠. 우리가 아직도 시기상조라며 회피하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북한은 60년대에 다 시작했다는 건데 진짜, 엄청나지 않아요?

당시에는 북한의 경제성장이 뒷받침이 됐대요. 전쟁이 막 끝난 57년도에는 공업생산이 한 해 동안 44%나 성장했다니까. 이런 경제성장세는 대략 10년 정도 이어지다가 60년대 중반부터 벽에 부딪치게 되는데 이 책에선 그 원인으로 국방비 부담과 고립화를 지적해요. “북한은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했다”는 거죠. 

“미군의 보호를 받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했다. 1962년 10월에 미국과 쿠바 사이에 무력충돌 위기가 발생하고, 미국의 베트남 참전이 확대되면서 북한은 크게 위기감 갖게 되었다. 휴전선을 경계로 해서 세계 최강의 미국군과 마주해야 하는 부담감 속에, 북한 정부는 국방비를 대대적으로 늘리기로 하였다. … 군사비는 자꾸 증가되어, 북한 정부는 국방비를 대대적으로 늘려. 1967년도에는 군사비가 전체 세출액의 30%를 넘어섰다.”
(167쪽) 그리고 지금까지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이 책을 보고 나니, 좀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북한의 지금 행동들이. 왜 그런 궁핍 속에서도 체제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건지, 국방에 돈을 쏟아 붓는지, 미국에 그렇게 날이 서 있는지. 사실, 그런 이해 없이 신문, 방송에 오르내리는 북한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좀처럼 이해가 쉽지 않잖아요. 항상 극단적인 선택만을 고집하는 것 같고. 아무리 우호적인 마음을 단단히 먹고 봐도, 막상 다시 맞닥뜨리면 나부터도 ‘쟤들 또 왜 저래’라고 시니컬하게 뇌까리게 되던 걸요. 

근데 이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북한 좀… 짠했어요. 진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된 거잖아요. 물론 사회주의 이행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겠죠. 사회주의 국가 통일을 이루려고 전쟁이라는 수단을 택했던 것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고, ‘주체’에 대한 강조가 수령의 권위주의 통치, 세습으로 이어진 것도 분명 비판받아야 해요. 하지만, 북한 혁명세력들이 애초에 추구했던 이상, 인민이 주인 되고 인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그 마음과, 적지 않았던 실천들 역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실패로 그 이상과 마음까지 싸잡아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한 거 같아요. 

책장을 덮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을 이해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당장 어떤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 그러니까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을 결정짓는 데 꽤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어요. 그건 미래의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고요. 더 자세한 건, 읽어보면 안다는.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도공'님은?
가진 거 없이 가난해서, 한없이 가벼워서,  메인 데 없이 자유로워서 굶어죽기 딱 좋게 생겼지만 그래도 간만의 백수질이 몸서리치게 즐겁기만 한 '개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