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역사의아침 | 2011
조선왕조 500년사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음 왕위를 이을 왕세자가 아버지인 왕에 의해 한여름 뒤주 안에 여드레 동안 갇혀 있다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많은 신하들은 누구 하나 왕세자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왕세자비조차 침묵하고 말았다. 왜? 어떻게 해서 왕조국가의 다음 왕으로 내정된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이 물음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2007년 한국 역사학계에 파란을 몰고 온 <사도세자의 고백>의 개정판으로,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도세사와 관련하여, 각종 사료를 통해 그 전후 사정을 밝히고 세자비였던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나타난 오류를 지적하며 그 일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이 한국 역사학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서울대 국문학과 정병설 교수의 의견이 대표적이다. 이덕일의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며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한중록의 시각 또한 그의 지적과 달리 오히려 정당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단지, 책 한 권의 오류를 지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역사학계에 팽배해 있는 권위적인 모습과 조선시대 일제침략기 그리고 해방정국을 이어온 사관에 대한 문제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이는 <사도세자의 고백>과 <한중록>의 차이만큼 좁힐 수 없는 벽을 실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 이덕일은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의 서문에서 <사도세자의 고백> 개정판을 새롭게 펴낸 의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음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 <사도세자의 고백>에 대한 문제제기는 학문의 권위를 이용한 강압적 태도이며 그러한 태도는 우리 역사학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론사관에서 출발한 것으로 오늘날 폭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식민사관의 근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역사를 전공한 것도 아닌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 이 논쟁과 관련해 어떤 게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주장의 근거나 논리 전개 과정을 살펴보며 스스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역사를 보는 근본적 시각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역사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에 시각 자체가 중요하다. 또한 우리가 역사를 보는 이유는 ‘현재를 올바로 판단하여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기 위함’이기에 과거의 일일지라도 현재와 결코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전제한다고 봐야 한다. 이덕일과 정병설 그리고 이주한의 안대회 등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논쟁이 그저 흥미로운 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앞에서 제기한 의문인, 왕조국가에서 왕세자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가는 이덕일의 논리는 체계적일 뿐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저자는 한중록의 오류를 살핌에 있어 <한중록>의 기록과 조선왕조의 공식적인 기록인 <조선왕조실록> 대조하며 앞뒤 맥락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도세자와 정치적 대립을 했던 당시 노론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당파적 이해관계 그리고 왕조국가에서 왕의 권력을 능가한 신권의 상황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한 대중적인 관심을 넘어 역사적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역사서로 볼 수 있다. 효종 이후 정조까지 조선의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텍스트로 읽힌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맥락을 통해 무엇이 올바른 역사적 시각에 의한 것인지, 어떤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를 통해 역사를 보는 올바른 시각과 현재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식민사관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덕일의 역사적 시각이 주목받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무진'님은?
한명의 저자는 곧 하나의 세상이기에 저자의 눈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설렘과 더불어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해주기에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림감상이나 대금공부에도 마음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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