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조경아, 《더 테이블》 요즘 뭐 읽니?

 


 

어젯밤에 뭐 먹었어? 이런 질문 앞에서 음식만 생각나지는 않을 겁니다. (혼자만의 밥상이 아니었다면) 대개는 함께 먹은 이들이 떠오르기 마련이지요. 《더 테이블》에는 그런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스무 가지의 에세이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GQ》와 《W》의 에디터였고, 현재는 여행잡지 《Off》와 《4D3N》의 편집장입니다. 패션지 에디터로서의 이력은 《더 테이블》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유명 여배우와 점심을 먹게 된 일이나 촬영차 머무른 로마의 한 레스토랑에 관한 기억이 그렇지요. 저는 사실 읽는 내내 모종의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그들만의 ‘테이블’에 공감할 수 없었다면 너무 속 보일까요.
 

다만, 물만두를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집이라 만두 좋아하는 나를 데려오고 싶었다는 말을 “서울에서 물만두 제일 잘하는 집이다. 천천히 먹어라.”라는 호응이 안 되는 두 문장으로 해 놓고 또 말없이 만두만 먹었다. 만두가게에서 나와서 아빠와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 사이는 까무룩 기억이 없다. (59쪽)

그해 봄에 엄마는 암에 걸렸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를 하며 항암치료 중이었다. (…) 그리고 비빔냉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내 것을 덜어 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런 장면이 슬프게 어울리는 모녀가 아니었다. 사리 하나를 더 시켰고, 그 매운 기운으로 겨울 바람을 맞으며 항암치료로부터 귀환했다. (81쪽)

 

 
하지만 색안경은 곧 벗겨졌습니다. 조경아는 에세이 사이사이마다 혀가 기억하는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셰프의 성찬을 즐기는 패션지 에디터이기 전에 엄마와의 비빔냉면을 잊지 않는 여자임을 느낄 수 있지요. 이는 단편소설 <칼자국>의 한 대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난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김애란, <칼자국> 중에서)



여러 층위의 사람들과 밥상을 나누고 새로운 맛을 향한 호기심이 가능한 것은 그들만의 ‘테이블’, 그 이전의 ‘테이블’이 존재했기 때문 아닐까요. 《더 테이블》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일 년도 안 되어 이런 책이 있었나 싶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이 책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 읽고 나면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듯 ‘그냥 끼니처럼 드시고 시원하게 내려 보내’는 글을 찾는 분의 밥상에 슬쩍 놓아둘까 하고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