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다》 - 짧은 반려에 관한 기록 책, check, 책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무를 일컫는다. ‘반려’는 보통 두 가지로 응용되는 것 같다. ‘반려자’와 ‘반려동물’이라는 말. 적용하는 대상이 다르긴 해도, 이들은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삶에서의 동등함이다. 부부의 연을 맺은 A와 B가 서로를 ‘반려자’라고 부른다 치자. 남편, 아들, 사위, 아내, 며느리, 딸로서의 역할에 큰 변화는 없겠으나, 그보다 중요한 의미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어떨까. 인간은 개와 고양이, 혹은 다른 동물들을 길러 왔다. 이 동거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된다. ‘반려자’도 모자라 동물까지 ‘반려’하려 드는 이유는 인간이 그들과의 접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삶이 통하는 것이다. 어떤 인간은 이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개를 기르다》가 그렇다.

이 책의 저자인 다니구치 지로는 만화가로 《아버지》, 《열네 살》, 《신들의 봉우리》 등을 작업했다. 이들 작품에는 장편소설 같은 무게감과 완성도가 있다. 《개를 기르다》는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 비하면 수필적인 성격을 띤다. 십오 년 간 개를 기른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개의 숨소리가 느껴져 괴로울 때도 있었”을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말했지만, 완성된 이야기 안에서의 감정은 담담하게 느껴진다.

8월 31일 흐리고 비

-정말 잘 견디는구나.
-아, 할머니. 안녕하세요.
-얼른 떠나 줘야 하지 않겠니. 내 말 알겠지? 나도 얼른 가고 싶단다.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뭐, 이제 좋은 일도 없을 텐데. 나도 이제 남들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아. 이 녀석도 그럴 걸. 그런 생각이 들어. 하지만 죽을 수가 있어야지. 생각처럼 안 돼. 좀처럼 갈 수가 없어.

아내는 할머니 말씀에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그 후 1개월 뒤, 결국 마지막 발작이 탐을 덮쳤다. (34쪽)

개의 죽음을 그린 <개를 기르다>의 다음 장에서는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마당의 풍경>, <세 사람이 보낸 날들>, <약속의 땅>과 같은 단편이 이어진다. 개의 빈자리에 맞아들인 고양이, 그리고 새끼의 탄생, 어린 조카의 성장,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개를 기르다>에서와 마찬가지로 관찰자적이다. 일관된 거리감은 어쩐지 다니구치 지로가 남몰래 묻어둔 상실의 흔적 같다. 고양이, 가족, 젊은 시절은 또 다른 반려의 대상이다. 떠나 버린 개는 훗날에 거듭될 이들의 부재를 예고하는 듯하다. ‘반려’들의 죽음을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kcomics.net/Magazine/column_view.asp?CateCode=3300001&Seq=1158

 
나는 국어사전을 다시 편다.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무를 일컫는다. 인간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넓게는 스스로가 동반된 모든 현상. 이들 중 어떤 ‘반려’들은 짧은 생을 살고 먼저 사라진다.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다. 슬퍼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삶의 일부를 덜어내는 일이다. 눈물은 잠깐, 인간은 점점 가벼워진다. 그리고 동등하게도 자신마저 비워야 하는 때가 닥칠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면 된다. 함께 살아온, 앞서 간 ‘반려’들이 그러했듯이.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