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맛] 임성순, <인류 낚시 통신> 단편소설의 맛

 

그리고 빛이 있었다. (…) 물론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히죽거릴 법한 장편소설의 처음과 마지막 문장입니다. ‘(…)’ 사이에는 장장 334쪽에 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안 본 사람도 안다는 그 명대사! 오대수는 말이 너무 많아요. 이 대사를 좀 빌려 보겠습니다. 임성순은 말이 너무 많아요. 누구 얘기냐고요? 앞서 언급한 소설 《문근영은 위험해》를 썼으며, 이번 [단편소설의 맛]에서 소개할 작가입니다. 오대수와 차이가 있다면, 임성순의 말이 사람을 울리거나 죽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몇 마디 들어 볼까요?

내가 태어나던 1970년 7월 12일 일요일, 아버지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다. (199쪽)

코스피에 사이드카가 뜨고 거래가 정지된 날, 나는 그들이 보낸 두 번째 통신을 수신했다. (228쪽)

《2012 젊은소설》중에서


교회와 코스피. 언뜻 보기에도 간극이 백만 광년쯤 됩니다. 이렇듯 안 어울리는 단어들이 한 소설 안에 있다고? 그렇습니다. ‘집사님’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은 ‘자본’의 아들로 성장합니다. 임성순은 <인류 낚시 통신>에서 그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애초에 윤대녕 소설의 패러디임을 드러내는 것부터 뻘소리(욕 아님! ‘허튼소리’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임!) 같은 이야기 전개까지, 황당한 데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요. 이 모든 게 묘하게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는 성경의 한 구절은 <인류 낚시 통신>에서도 유효합니다. ‘돈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면요. 이 소설은 자본이 건져 올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합니다. 유행하는 컬러링부터 정치적 신념까지, 돈으로 거래 불가능한 대상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 살풍경을 임성순은 우스꽝스럽게 부풀립니다. 그래서 말이 많다는 느낌까지도 듭니다. 하지만 과연, 과장인지 되물어 봅니다. 오히려 현실을 ‘귀엽게’ 축소한 쪽이 아닐까요? 전문 용어로는 ‘풍자’라고 하는, 바로 그거요. 현실의 축소판 안에서 저는 교회와 코스피의 긴밀도를 상상합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음모론 연구회의 표어 같은 이 말은 임성순이라는 작가의 시작 같습니다.

임성순은 장편소설 《컨설턴트》로 무려 ‘1억 고료’의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제도와 자본의 수혜를 입은 사람이 후원자를 소위 말해 ‘디스’ 하는 모습이라니. 순결하지 않은 이 모습이 저는 통쾌합니다. 입만 조금 삐죽거려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든가’라며 우리를 소외시키는 자본 앞에서 임성순은 멋대로 떠드는 겁니다. 아닌데? 아닌데? 나는 ‘돈으로’ 살아도 웃긴 건 웃기다고 말할 건데? 다들 표정 풀어요. 맞장 뜨는 게 불리하다면 차라리 비웃어 줍시다. 자본의 낚시질에 비하면 그쯤 아무것도 아닌 걸요.

“아니야, 이건 음모야. 외계인이 분명 우리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다른 두 친구는 일제히 외쳤다.
“닥쳐! 임성순.”
 

《문근영은 위험해》중에서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 임성순
2004년 성균관대 국문학 학사 졸업. 2010년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 발표 작품으로 《컨설턴트》, 《문근영은 위험해》가 있음.

* 현재까지 발표 작품
《컨설턴트》 | 은행나무 | 2010
《문근영은 위험해》 | 은행나무 | 2012

<인류 낚시 통신>
| 《2012 젊은소설》 게재